런던 서점 탐방

북적이는 런던, 서점에서 안식을 찾다

by 우바리

* 예전에 썼던 블로그 글을 보다가, 이때가 문득 그리워 글을 다듬어 브런치에 올립니다.


나는 2015년 9월에 영국에 갔는데, 다음해 6월이 되도록 런던에 안 가고 버티고 있었다. 딱히 런던에 보고 싶은 게 없어서 집에 갈 때까지 런던은 안 가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이 런던 근처의 한인타운 뉴 몰든 이야길 하는 바람에 2박 3일 짧은 일정으로 다녀오게 되었다.


뉴 몰든의 고기 뷔페와 대형 한인 마트, 런던 시내의 한식당 등등은 좋았다. 가난뱅이 유학생이었지만, 한식당과 한인 마트에서조차 지갑을 열지 않을 수는 없었고, 결국 엄청 탕진했었다.


P6020151.JPG 뉴몰든의 고기 뷔페. Photo: 우승훈


하지만 런던 시내는 좀 힘들었다. 유럽의 학생들이 방학을 맞았는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하는 나에겐 꽤 스트레스였다. 브리티시 박물관에도, 국립미술관에도, 버킹엄 궁전에도, 리젠트 길에도 사람들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아서 들어서는 순간 빨리 적당히 보고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강 건너편에 있는 테이트 모던은 좋았다. 사람도 상대적으로 적었고, 작품들도 좋았다.


P6030233.JPG 테이트 모던. Photo: 우승훈
P6020159.JPG 밤이되니 좀 한적해져서 다닐만했다. 아름다웠던 탬즈강 야경. 국회의사당과 빅벤. Photo: 우승훈


런던에서 뭘 하면 내가 즐거울까 고민하다가 서점을 구경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옷가게 쇼핑보다 서점 쇼핑이 더 즐겁다. 요즘 서점에 가면 책들도 많고, 문구류, 디자인 제품 등등이 많아서 볼 것도 살 것도 많다. 내가 공부하던 브래드포드에는 괜찮은 서점이 하나밖에 없어서 아쉬워하던 터라, 런던에 가는 김에 런던 사람들이 책을 읽고 사는 공간은 어떨까 살펴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서점을 가자니 어딜 가야 할지 몰라서 런던에 가기 전날, 구글에다가 'London bookstores'를 검색했고, 버즈피드에서 올린 '14 Beautiful Independent Bookshops In London'을 찾을 수 있었다. 여기서 추천하는 멋진 서점들에 다 가보고 싶었지만, 런던은 크고 교통비도 비싸고(나는 런던에 안 살아서 오이스터 카드가 없었다) 런던에 왔는데 서점만 찾아다닐 순 없어 중심가에 있는 몇 군데만 가보았다.



Arthur Probsthain (41 Great Russell St, City of London, WC1B 3PE)


뉴 몰든에서 한국 마트를 빙빙 돌며 감탄하고, 고기뷔페에서 배가 터져라 먹은 그다음 날, 블로그로 알게 된 분을 만나러 SOAS(동양·아프리카학 대학,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에 가던 길에 첫 서점을 방문했다. SOAS 근처에 위치한 Arthur Probsthain은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관련 서적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고,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고 한다.


P6020195.JPG Arthur Probsthain 외관. Photo: 우승훈


이 서점의 내부는 아주 작았다. 서점에 들어서면 사무실과 서점을 겸한 공간이 있고, 책들이 좀 정신없이 꽂혀 있다. 그리고 아래층엔 아마도 서점에서 운영하는 듯한 찻집이 자리하고 있다.


P6020192.JPG Arthur Probsthain 내부. Photo: 우승훈
P6020194.JPG Arthur Probsthain 내부, 아프리카 관련 서적들. Photo: 우승훈


기대와 달리 아프리카 관련 책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주로 사진이나 디자인에 관련된 책으로 보였다. 오히려 중동 관련 서적이 아주 많다. 특이한 점이라면 중고 서적을 판매하는 코너가 따로 있었다는 점이다. 책을 뽑아서 좀 진득하게 읽어보고 싶었지만, 가게도 작고, 딱히 앉을 곳도 없어서 금방 나왔다.


홈페이지(홈페이지 이름이 "차와 수다"다. 귀엽다) : https://www.teaandtattle.com/



British Museum (Great Russell Street, London, WC1B 3DG)


브리티시 박물관은 서점은 아니지만 의외로 많은 책들을 찾을 수 있었다. 박물관에 들어가면 나오는 Ground Floor에 위치한 기념품 숍에 보면 책들이 정말 많다. 박물관답게 주로 역사나 문화와 관련된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P6020215.JPG 애묘인의 구매욕을 자극하던 책. 고대 이집트와 고양이에 관한 책이다. Photo: 우승훈
P6040288.JPG 브리티시 박물관. Photo: 우승훈
P6020214.JPG 브리티시 박물관. Photo: 우승훈
P6020213.JPG 브리티시 박물관. Photo: 우승훈


홈페이지: http://www.britishmuseum.org/



London Review Bookshop (14 Bury Place, London, WC1A 2JL)


브리티시 박물관을 나오면 정문 근처에 London Review Bookshop이 있다. 이 서점은 1979년부터 학술 저작 비평과 문학비평을 전문으로 해온 저널 London Review가 2003년 오픈한 서점이다. 주로 시나 소설 같은 문학책들이 많았고, 그 외에도 시사 관련이나 에세이 등을 볼 수 있었다.


P6020219.JPG London Review Bookshop 외관. Photo: 우승훈


지하층으로 내려가면 시나 소설들이 가득 차 있는데 앉아서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서점 자체도 조용조용해서 기분이 좋았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번역본인 Human Acts의 저자 싸인본이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살까 말까 몇 번을 들었다 놨다 했는데, '싸인은 직접 받아야 제맛이지!' 하면서 결국엔 내려놓고 나왔다.


P6020217.JPG London Review Bookshop 내부. Photo: 우승훈
P6020218.JPG London Review Bookshop 내부. Photo: 우승훈


자랑하나 하자면, 나는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 씨의 싸인을 영문판 채식주의자에 직접 받은 적이 있다. 문학 관련 행사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데보라 스미스 씨를 만났는데, 이날 시간 공지가 잘못되어서 청중이 한 명만 왔었다. 데보라 스미스 씨는 약간 기분이 상한 것 같긴 했지만, 이 책 재미있게 읽고 있다고 했더니 휘리릭 "Hope you enjoy!"라고 써주셨다.


13221611_1005703996181210_2535237473316169894_n.jpg


홈페이지: https://www.londonreviewbookshop.co.uk/



Belgravia Books (59 Ebury St, Victoria, London, SW1W 0NZ)


런던에 버스를 타고 간다면 내리게 되는 빅토리아 역 근처에 있는 작은 서점이다. 책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지만 개성 있는 책들이 많았다. 한쪽 벽면 가득히 범죄소설들이 꽂혀 있었고, 한 책꽂이는 독립 출판물들이 채워져 있었다.


다른 한편에는 서점 추천 도서들이 진열되어있고, 추천사가 적혀있는데 모두 흥미로운 책들이었다. 책 추천하는 센스가 보통 아닌 사람들인 것 같았다. 혹시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을 이용할 일이 있다면 일찍 가서 이 서점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P6030250.JPG Belgravia Books 외관. Photo: 우승훈
P6030249.JPG Belgravia의 독립출판물들. Photo: 우승훈

홈페이지: https://belgraviabooks.com/



Foyles (107 Charing Cross Road, London, WC2H 0DT)


런던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서점은 포일스였다. 런던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서점이라고 한다. 체인점이라 런던 내에도 여러 지점이 있지만, 내가 갔던 곳은 차링 크로스에 있는 본점이다. 6층으로 되어있고, 한국의 교보문고처럼 책부터 문구, DVD, 음반까지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책의 종류도 정말 다양했다. 여느 서점에나 있을 그런 책들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관련 서적들도 다른 서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교재, 스와힐리어 교재, LGBT 서적 등등 없는 게 없을 뿐 아니라 풍부하게 있었다.


포일스는 국립미술관과 브리티시 박물관 사이에 있다.


P6030278.JPG 포일스 내부. Photo: 우승훈
P6030280.JPG 아프리카 관련 책들이 많아서 행복했다. Photo: 우승훈
P6030279.JPG 포일스 내부. Photo: 우승훈
P6030281.JPG 포일스 외관. Photo: 우승훈

홈페이지: https://www.foyles.co.uk/


매거진의 이전글아름답고도 실용적인 공공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