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도 실용적인 공공도서관

[멕시코 여행]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by 우바리

근 한 달 동안 글을 쓰지 못한 것 같다. 그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우선 르완다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왔고, 원래 다니던 곳의 서울 사무국 출근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 오자마자 다시 어머니와 함께 동생이 있는 멕시코에 갔다가 쿠바도 살짝 다녀왔고, 이번 주엔 서울에 아늑할 것 같은 방도 하나 구했다. 한 달 동안 비행기를 거의 40시간 정도 탔고, 서울 부산도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하며 정신없게 지냈는데, 이제는 일상을 회복할 때가 된 것 같다. 가장 먼저 회복하고 싶었던 일상은 글쓰기이다. 글쓰기는 약간 장거리 달리기 같아서, 미리 단거리로 시동을 걸어놓지 않으면 영 써지지가 않는다. 오랫동안 쉬다 보니 쓰고 싶은 글은 많은데 시동이 영 걸리지 않아, 가벼운 여행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P1170140-008.JPG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신기한 구조의 도서관. Photo: 우승훈


지지난주, 멕시코에서 2년 넘게 일하고 있는 동생의 회사에서 가족들의 방문을 지원해줘서 언젠간 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가게 될 줄 몰랐던 아메리카 대륙을 밟게 되었다. 약 일주일 동안 멕시코 씨티와 쿠바 아바나에 머물렀는데, 멕시코 씨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바스콘셀로스 도서관(Biblioteca Vasconcelos)이었다.


KakaoTalk_20190130_200505314-002.jpg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Photo: 우승훈


멕시코 여행은 생각지도 못했던 거라 사전 조사를 잘하지도 못하고 갔었는데, 가기 전에 유일하게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이다. 인터넷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하면 자주 언급되던 도서관이고 사진상으로도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멋져서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가서 보니 인터넷의 사진들은 이 도서관의 멋짐을 다 담지 못했던 것이었다. 디자인은 이 세상 것이 아니었고, 도서관을 실제 이용하는 이용객들과 사서들이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며 만들어 내는 도서관의 공기와 분위기는 차분하고 평화로웠다.


KakaoTalk_20190130_200524149-003.jpg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Photo: 우승훈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은 2006년 개관한 멕시코 시티의 공공 도서관으로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민족, 국적, 성적 지향, 연령, 종교 등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개방 시간 내에는 당연히 외국인에게도 열려 있고, 휴대전화를 활용한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미러리스와 DSLR 카메라 등은 아마도 별도 허가를 받아야 이용 가능한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을 사진에 담는 게 허용되지 않았다면 그 나름 아쉬웠겠지만, 막상 사진 촬영이 허용되어도 공공도서관으로 기능을 다 하는 곳이라 관광객 모드로 여기저기 사진 찍기는 좀 쑥스러웠다.


KakaoTalk_20190130_200600759-004.jpg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Photo: 우승훈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에는 약 50만 권의 장서가 있고, 아동과 장애인을 위한 시설도 있어, 정말 '모두'를 위한 도서관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끝에 있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이 비현실적인 모습에 감탄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한국의 '책 무덤' 혹은 '책 전시장'이라 불릴만한 파주 지혜의 숲과 강남 별마당 도서관이 떠올랐다.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은 멋지고 아름다우면서도 공공도서관의 기능을 훌륭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과 '클라스'가 달랐고, 이런 도서관을 가진 멕시코 씨티 시민들이 부러웠다.


KakaoTalk_20190130_200612367-001.jpg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Photo: 우승훈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은 철학자이자, 대통령 후보이자, 멕시코 국립 도서관의 회장이었던 호세 바스콘셀로스(Jose Vasconcelos, 1882-1959)를 기리는 의미에서 그의 이름을 따왔다. 호세 바스콘셀로스는 멕시코 혁명 기간 동안 "문화적인 영도자(Cultural Caudillo)"라고 불렸던 인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2006년 당시 이 거대한 공공 도서관의 건설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개관식까지 했던 사람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빈센트 폭스(Vincent Fox)였는데, 그와 그 주변 사람들이 왜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는지에 대해한 정보는 아쉽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그가 퇴임 이후에도 자신의 이름을 딴 폭스 센터(Centro Fox)를 만들어 도서관, 박물관, 리더십 교육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을 봤을 때, 그가 개인적으로 시민 교육과 도서관 등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은 별도 공지가 없는 한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개방된다. 휴관 일정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스페인어)



위치는 구글맵 참조: https://goo.gl/maps/epjVatvRXUQ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