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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Oct 30. 2018

아프리카 대륙 최고의 대학은?

아프리카 대륙의 대학교들

나는 고등학교 3학년에 들어서야 소위 말하는 대학 순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선시대 임금들 이름 외우듯 대학교 앞글자만 따서 외던, 중간중간 이게 먼저니 저게 먼저니 논란이 끊이질 않던 대학 순위. 막상 대학에 들어가 보니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같은 대학이라도 전공별로 교육과 교수의 수준이 엄청나게 차이났고,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자랑할게 학교 이름뿐인 사람이 수두룩했다. 


그렇게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가려고 보니, 세상에 학교가 별만큼이나 많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고3 때 찾던 '대학 순위'를 다시 찾았다. 수능이 끝난 고등학교 교실 뒤에 붙어 있던 OO학원, OO에듀 등등의 배치표처럼 세계의 대학을 줄 세운 순위가 생각보다 많았다. 2000년대 초부터 많은 기관들은 다양한 방법론을 토대로 대학교 순위를 발표해왔다. 대표적인 대학교 순위 시스템에는 THE(영국), QS(영국), NTU Ranking(대만), CWTS(네덜란드), ARWU(중국) 등이 있는데, 대학을 알아보는 사람들 각자가 원하는 전공과 연구 분야가 있기 때문에 순위가 높은 학교가 무조건 자신에게도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가장 유명한 대학 순위 발표 기관 중 하나인 THE는 방대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고등교육기관(특히 대학교)의 운영 전략이나 인지도와 관련된 부분의 컨설팅을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정말 객관적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대학원을 알아볼 때, 적어도 어느 나라에 어떤 학교들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전공이 있는지를 살피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같은 맥락으로 아프리카 대륙에 어떤 학교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이런 순위들을 참조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교를 줄 세우는 것이 좋다곤 할 수 없지만, 순위 매기기는 어쩔 수 없이 재미있다.


우간다의 마케레레 대학교 본관. Photo: 우승훈


나는 대학의 학문도 좋지만 대학 문화나 생활 자체도 흥미로웠기 때문에, 언젠가 아프리카에 있는 대학교의 학생이 되거나, 강단에 서 보는 꿈을 가지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방문해 본 동아프리카의 몇몇 대학교들은 우선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연구자들의 연구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프리카를 연구하는데, 아프리카 땅을 지키고 있는 아프리카의 연구자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이상은 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항상 아프리카의 대학교 소식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 중에, 최근 여러 기관에서 최신 순위를 발표하고 있어서 아프리카 대학들의 순위를 한번 찾아보았다.



THE World University Ranking


가장 최근 발표된 THE의 World University Ranking 2019에는 전 세계 1,250여 개의 학교가 포함되었고,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교(University of Oxford)가 1위, 캠브릿지 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가 2위,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가 3위를 차지했다. (전체 순위 보기)

THE 대학 순위에서 아프리카 대학 중 그나마 상위에 오른 남아공 대학들. THE 홈페이지 캡쳐.


한편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대학교는 전체 순위 156위에 오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 대학교(University of Cape Town)였고, 이 순위는 한국의 포항공대(142위)와 비슷하다. 201-250위권에 오른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University of the Witwatersrand)가 그다음, 301-350위권의 스텔렌보쉬 대학교(Stellenbosch University)가 그 뒤를 이었다. 남아공 대학 외에는 우간다의 마케레레 대학교(Makerere University)가 501-600위 권에 이름을 올렸고, 아메리칸 대학교 카이로 캠퍼스(American University in Cairo)등 이집트의 많은 대학들이 601-800위권에 포함되었다.  



Academic Ranking of World Universities


중국 Shanghai Ranking Consultancy라는 기관에서 발표하는 ARWU는 교육의 질, 구성원의 질, 연구 업적 등을 평가하여 대학 순위를 산출하며, 2018년 순위에서는 하버드 대학교가 1위, 스탠포드 대학교가 2위, 캠브릿지 대학교가 3위로 기록되었다. (전체 순위 보기)


아프리카 대륙의 대학 중에는 남아공의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가 세계 201-300위권으로 대륙 1위, 케이프타운 대학교가 301-400위 권으로 2위, 이집트의 카이로 대학교가 401-500위 권으로 3위에 이름 올렸다.



QS World University Rankings


THE, ARWU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대학 순위 중 하나인 QS의 가장 최신(2019년) 순위에는 미국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가 1위, 스탠포드 대학교가 2위, 하버드 대학교가 3위에 올랐다. 


한편 아프리카 대학 중에서는 케이프타운 대학교가 세계 200위로 대륙 1위,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가 381위로 2위, 스텔렌보쉬 대학교가 405위로 3위, 아메리카 대학교 카이로 캠퍼스가 420위로 4위에 기록되었다.  



NTU Performance Ranking of Scientific Papers for World Universities


국립대만대학교(National Taiwan University)에서 발표하는 대학교 순위는 논문 게재 성과를 토대로 순위를 산출했다고 한다. 2018년 세계 순위에서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가 1위, 스탠포드 대학교가 2위, 존스 홉킨스 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가 3위를 차지했다. (전체 순위 보기)

NTU의 대학교 순위 상위 800개 대학 중 아프리카 대학은 8개에 그쳤다. NTU홈페이지 캡쳐.


아프리카 대륙 내 대학교 순위에서는 남아공의 케이프타운 대학교가 세계 246위로 대륙 1위를 차지했고,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가 318위로 2위, 콰줄루-나탈 대학교(University of KwaZulu-Natal)가 414위로 3위를 각각 차지했다. 참고로 케이프타운 대학교의 246위는 한국의 카이스트(256위)와 한양대학교(268위)와 비슷한 순위이다.



University Ranking by Academic Performance


NTU순위와 비슷하게 논문 게재 수, 영향력, 인용 횟수 등을 기반으로 순위를 산출한 URAP 순위는 터키의 중동기술대학(Middle East Technical University) 산하 기관에서 매년 발표되고 있고, 2018-2019년 순위에서는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가 1위, 캐나다의 토론토 대학교(University of Toronto)가 2위,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교가 3위를 차지했다. (전체 순위 보기) 


한편 아프리카 대륙의 대학 중에서는 케이프타운 대학교가 세계 순위 241위로 가장 높았고,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가 세계 순위 321로 뒤를 이었으며, 콰줄루-나탈 대학교가 349위로 대륙 내 세 번째, 이집트의 카이로 대학교가 394위로 대륙 네 번째 순위에 각각 올랐다. 케이프타운 대학교의 241위는 한국의 한양대학교(259위)와 비슷하다.



CWTS Leiden Ranking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교에서 발표하는 CWTS Leiden Ranking 역시 논문 생산량과 영향력을 토대로 순위를 산출한다. 이 순위의 최신판은 2013-2016년 기준이며, 하버드 대학교가 세계 1위, 토론토 대학교가 2위, 중국의 절강대학교가 3위로 평가되었다. (전체 순위 보기)

CWTS 대학 순위의 아프리카 대륙 별 순위. CWTS 홈페이지 캡쳐.


다른 순위표와 달리 이 순위표에서는 이집트의 카이로 대학교(Cairo University)가 세계 373위로 아프리카 대륙 1위로 기록되었고, 그 뒤를 케이프타운 대학교와 콰줄루-나탈 대학교가 이었다. 




거의 모든 순위표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 남아공의 대학교들이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CWTS의 순위를 제외하면 모든 대학 순위 발표 기관이 남아공 대학교를 대륙 내 1위와 2위로 평가했고, 1위는 대부분 케이프타운 대학교 차지였다.

케이프타운 대학교. Photo: University of Cape Town 홈페이지


케이프타운 대학교는 남아공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케이프타운 대학교는 원래 1829년 사우스 아프리칸 컬리지(South African College)로 설립되어 남자 고등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했는데, 금과 다이아몬드 등 각종 지하자원들이 남아프리카에서 발굴되기 시작한 1800년대 후반,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에 힘입어 사우스 아프리칸 컬리지는 고등교육의 기능을 할 수 있는 대학교로 성장했고, 1918년 대학교(University)로 정식 인가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학교는 백인들의 학교였고, 1920년에 들어서야 소수의 흑인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절반 이상의 학생이 흑인이라고 한다. 케이프타운 대학교는 지금까지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실상부한 아프리카 최고 대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Ralph Bunche: 1950 노벨 평화상

Max Theiler: 1951 노벨 의학상

Allan McLeod Cormack: 1979 노벨 의학상

Sir Aaron Klug: 1982 노벨 화학상

J. M. Coetzee: 2003 노벨 문학상 


하지만 전체 추세를 보면, 케이프타운대학교 조차도 전체 순위가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이고(THE기준 2011년 107위→2019년 156위, QS기준 2012년 154위→2019년 200위), 아프리카 각국에서 '두뇌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높은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에 가서 대학원 과정을 밟거나, 공부한 뒤 아예 그곳에 정착해버리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사 졸업자들이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싶어 할 때, 아프리카의 대학들이 그를 잘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인지, 애초에 대학원은 외국에서 하는 것이 더 유리하고, 장학금 혜택도 많기 때문에 학사 이후 자국 대학원 과정에 대한 수요가 적은 것이 원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프리카의 우수한 대학으로 평가받는 케이프타운 대학교(27%),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13%), 스텔렌보쉬 대학교(28%), 아메리카 대학교 카이로 캠퍼스(9%)의 대학원생 비율은 극히 낮은 형편이다.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대학교들은 50%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것과는 대비된다(MIT 60%, 스탠포드 대학교 56%, 옥스포드 대학교 44% 등). 낮은 대학원생 비율이 의미하는 것은 학문적 결과물을 생산하여 학교의 학술적 업적을 쌓을 인재들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식민지 시절 많은 아프리카 대학들이 식민 종주국 대학교의 '현지 캠퍼스'처럼 세워졌었다. 예를 들어 동아프리카의 주요 3개 대학교, 우간다 마케레레 대학교, 탄자니아 다레살람 대학교(University of Dar es Salaam), 케냐 나이로비 대학교(University of Nairobi)는 원래 '동아프리카 대학교(University of East Africa)'로 설립되어 런던 대학교의 일부 학위과정을 위임받아 가르쳤다. 지금은 나라도 대학도 독립했지만, 여전히 미국과 유럽이 지배하는 학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을 연구하는 학문인 아프리카학에서 조차 유럽과 미국 대학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한 연구(Briggs, R. and Weathers, S. (2016) Gender and Location in African Politics Scholarship: The other white man's berden? African Affaris)는 21년 동안(1993-2003) 아프리카 학자들의 주요 아프리카학 저널(African Affairs, Journal of Modern African Studies)에서의 논문 게재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는 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 두 저널에 아프리카 학자들의 논문 투고는 증가했지만, 거절당한 비율이 상당히 높아 결국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나는 아프리카 대륙이 국제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는 학문과 연구의 중심 기관이어야 할 대학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 소개한, 소위 말하는 '세계 대학 순위'에는 이름조차 나오지 않지만, 아프리카 각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대학교들이 연대하는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고, 독자적인 이론을 만들어 나간다면, 이는 분명 아프리카 대륙이 자신의 길과 언어를 찾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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