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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Oct 18. 2018

에티오피아, 사상 첫 여남 동수 내각 구성

'개혁 총리' 아비 아흐메드의 새 내각 임명

올해 4월, 42세의 젊은 나이로 에티오피아 총리에 취임한 아비 아흐메드(Abiy Ahmed)는 취임한 지 6개월여 만에 정치범 대규모 석방, 에리트레아와의 평화협정 체결, 경제 개방 계획 발표, 민주화 의지 천명 등을 단행해 '개혁 총리'라 불리고 있다. 이 젊은 '개혁 총리'가 이번엔 그의 내각을 개혁했다. 취임 직후 발표했던 내각에 여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했던 그는, 화요일(10월 16일), 에티오피아 사상 처음으로 여성과 남성의 수가 같은 내각을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는 현재 스페인의 내각이 여성 비율 65%로 가장 여성이 많은 내각이고, 아프리카 대륙에서 여성의 공직 진출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르완다의 경우 내각의 약 45%가 여성이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에서 장관급 (18부에 국가보훈처장 합산) 19명 중 6명 (31.6%)이 여성으로 임명되며 헌정사상 첫 여성 장관급 30% 달성이 이루어진 바 있다.


아흐메드 총리의 개혁 행보에 대한 경향신문의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9230700011&code=970209


아흐메드 총리 1기 내각(4월)과 이번주에 발표된 새 내각 비교. 자료정리: 우승훈


에티오피아 헌법은 총리가 장관 후보자 명단을 의회에 제출하고, 의회가 승인하면 장관 임명이 이뤄진다고 정하고 있다. 이번에 총리가 제출한 명단을 의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하며 임명된 장관의 수는 기존 28명에서 8명 줄어든 20명이었고, 이중 10명이 여성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20명 중 10명은 박사학위 소지자이며, 여성 장관 중에는 4명, Hirut Woldemariam(Minister of Science and Higher Education/PhD. Linguistics, University of Cologne & Addis Ababa University)과 Ergoge Tesfaye (Minister of Labor and Social Affairs), Hirut Kassaw (Ministry of Culture and Tourism/PhD. Applied Lingustics, Addis Ababa University), Fitsum Assefa (Planning and Development Commission)가 박사학위 소지자로 알려져 있다.



에티오피아의 첫 여성 국방부 장관


여남 동수 내각 중에서도 에티오피아 역사상 첫 여성 국방부 장관의 탄생에 특히 많은 관심이 모았다. 에티오피아 언론 Walter가 과거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Aisha Mohammed 장관은 아디스 아바바 대학교에서 토목공학 학사를 취득했고, 영국 그리니치 대학교에서 변화와 전환의 리더십 석사(Masters in Change and Transformational Leadership)를 땄으며, 아파르 주 정부에서 도시 개발과 재해 예방 관련 일을 하다가 2015년에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되었고, 올해 4월에는 아흐메드 총리에 의해 건설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에선 그가 군방 관련 이력을 찾을 수 없어 국방장관 임명이 약간 의아하다.


지난 4월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국제 건설 주간에 참석했던 Aisha Mohammed. Photo: 말레이시아 CIDB 홈페이지.


최근 아흐메드 총리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군인들과 약간의 문제를 겪었는데, 수백 명의 군인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무장한 채 대통령궁 앞까지 찾아와 시위를 벌이자 아흐메드 총리는 그들 중 일부를 만나 요구를 듣고 별안간 함께 팔 굽혀 펴기를 했다. (영상: https://youtu.be/dFx1IFFlFDs)



BBC 암하릭와의 인터뷰에서 에티오피아의 한 법률 전문가는 군인들이 이렇게 대통령궁 앞까지 와서 임금인상 시위를 하는 상황은 군과 정보기관이 새 총리 혹은 그의 개혁노선에 반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에피소드는 시위를 벌였던 군인들이 불만을 표하는 "절차가 잘못되었었다"라며 사과하면서 일단락되긴 했지만, 새 국방부 장관과 아흐메드 총리가 어떻게 '군기'를 잡을 것인지 두고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또한 에리트레아와의 평화협정과 더불어, 민주화를 천명한 아흐메드 총리 아래서 군대의 역할 변화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국방부 장관이 어떤 역할을 해낼 것인지도 궁금하다.



조지 오웰의 이중사고와 평화부


이번에 새로 신설된 평화부(Ministry of Peace)도 관심을 끌었다. 평화로운 이름과 달리 평화부는 에티오피아 연방 경찰과 국가 정보기구를 관장하는 매우 강력한 부처가 될 예정이다. 또한 자연재해, 난민, 이민 등을 담당하는 부처도 평화부의 감독을 받게 된다고 한다. 첫 평화부 장관에는 전 국회의장 Muferiat Kamil이 임명되었다. Kamil 장관은 정부 여당 Ethiopian Peoples Revolutionary Democratic Front (EPRDF)를 구성하는 네 개의 조직 중 하나인 Southern Ethiopia Peoples Democratic Movement(SEPDM)의 수장이며, 2008년엔 32세의 젊은 나이로 여성부 장관에 임명되었었고, 2018년 4월엔 여성 최초로 국회의장에 선출되었던 인물이다.


한 트위터리안(@awolallo)은 이 부처의 이름이 조지 오웰의 이중사고(Doublethink)를 떠오르게 한다며 재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 등장하는 가상국가 "오세아니아"의 정부 부처 이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평화부(Ministry of Peace)는 전쟁을 관장하고, 진리부(Ministry of Truth)는 거짓을, 사랑부(Ministry of Love)는 고문을, 풍부부(Ministry of Plenty)는 기아를 관장한다. 이런 모순은 우연도 그들이 벌인 위선의 결과도 아니다. 이것들은 이중사고 속에서 의도적으로 행해진 것이다. - 조지 오웰. 1984.


그동안 폭력과 압제의 도구로 활용되어온 에티오피아의 사정기관이 새로운 부처와 장관 아래서 시민들의 평화를 지키는 기관으로 변신할 수 있을지,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바뀔지가 지금 진행되는 개혁의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평화부 장관 Muferiat Kamil. Photo: 에티오피아 정부 홈페이지.



내각에 여성이 많다는 것의 의미


아흐메드 총리는 오늘 국회에서 있었던 장관 취임식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덜 부패했습니다"라고 주장하며 "우리 여성 장관들이 여성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옛말이 틀렸음을 보여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덜 부패하다"는 점에 대해선 한때 학자들 간에 논쟁이 있었다. 뉴욕시립대학교의 범죄학 교수 Hung En Sung은 2003년 논문에서 앞서 여성들이 남성보다 덜 부패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회과학자들의 논문을 비판하고, 자유민주주의 제도와 정신이 여성의 정치참여를 증진하고 부패를 감소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에 체계적인 부패에 대한 최고의 해독제는 경제와 정책결정 영역에서 경쟁과 투명성, 책무성을 증진하는 정치·경제·시민사회의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여성의 공직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훌륭하고 그 자체로 중요한 것이지만, 그 자체가 깨끗한 정부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관련 논문: H. Sung. Fairer Sex or Fairer System? Gender and Corruption Revisited. Social Forces 82(2). pp. 703-723.)


"부패인식지수"로 유명한 국제투명성기구가 2016년 발간한 "젠더와 부패 주제 가이드 (Gender and Corruption Topic Guide)"에서도 이 주제를 둘러싼 여러 연구를 소개하며 "여성의 공직 참여에 대한 지지는 필수적 권리로서 추구되고 증진되어야지 반 부패 전략으로 다루어져선 안된다. 여성의 공직 참여와 정책결정 참여가 적은 것이 더욱더 중요한 이슈이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특정한 수요를 다루는 문제를 대체로 남성들이 만든 정책에 의존해왔다. 예를 들어, 스칸디나비아의 국가들에선 여성의 참여가 한동안 높았을 때 (30%), 공공 정책이 사회적, 가족적 혹은 젠더적 공평함 같은 그들의 정책 관심사에 더 호응적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긴 하지만, 2009년 발행된 Atchison과 Dawn의 논문 "Women Cabinet Ministers and Female-Friendly Social Policy"도 의회 민주주의에서 여성의 내각 진출은 여성 친화적 사회정책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에티오피아의 여남 동수 내각 임명이 부패와 불평등을 교묘하게 가리는 포장지로 남을지, 진짜 여성 인권 증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지 여부는 향후 에티오피아가 얼마나 더 민주화되는지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티오피아는 최근 UNDP가 발표한 2017년 젠더 불평등 지수(Gender Inequality Index)에서 121위를 차지했으며, 세부 통계에 따르면 특히 여성의 교육 참여가 잘 보장되지 않았다. (25세 이상 인구 중 중등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 비율: 여성 11.2% / 남성 21.4%, 25세 이상 인구가 학교를 다닌 평균 기간: 여성 1.6년 / 남성 3.8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하는 젠더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에서는 144개국 중 115위로 기록되었다. 이 통계에서도 역시 교육부분에서의 격차가 낮은 순위의 주된 원인이었다.

에티오피아의 젠더 격차 지수 세부 정보. World Economic Forum 홈페이지 캡쳐.


이처럼 에티오피아의 여성 불평등 문제는 심각하다. 이번 여남 동수 내각이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총리와 여당의 여성 권한 강화에 대한 의지의 표명이라면, 에티오피아의 젠더 개혁도 기대해볼 만하다.




Update

10월 25일에 에티오피아 의회는 새 대통령에 여성 외교관인 사흘레-워크 쥬드를 선출했다. 그는 에티오피아 최초의 여성 원수이다.

관련기사: https://news.joins.com/article/23067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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