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바리 Jul 22. 2018

놓칠 수 없는 그라운드

동아프리카 여자 월드컵 CECAFA Women's Championship

지난 19일, 르완다에서 CECAFA Women's Championship이 개막했다. CECAFA는 Council for East and Central Africa Football Associations(동아프리카 축구 협의회)의 약자로, 총 12개의 회원국을 가지고 있다. 회원국에는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케냐, 소말리아 등이 있고 특이하게 탄자니아의 연방을 구성하고 있는 잔지바가 독립된 회원국으로 등록되어있다. 잔지바는 피파 회원국은 아니다.


1986년 잔지바가 개최하고 우승한 CECAFA Women's Championship이후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여전히 대회가 불안정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1986년 이후 30년이 지난 2016년 우간다 축구협회가 스폰서 없이 독자적으로 두 번째 대회를 개최했고, 원래 세 번째 대회는 작년에 개최되었어야 했는데, 예산 부족으로 올해로 미뤄져 겨우 개최되었다.


탄자니아와 르완다 경기 장면. Photo: JW Sports 1


이번 대회의 출전국은 2016년 우간다 대회보다 2개국(부룬디, 잔지바)이 적어진 5개국이다.


탄자니아 (피파랭킹 118위, 지난 대회 우승)

케냐 (피파랭킹 123위, 지난 대회 준우승)

에티오피아 (피파랭킹 103위, 지난 대회 3위)

우간다 (피파랭킹 131위, 지난 대회 4위)

르완다 (피파랭킹 없음, 지난 대회 조별 예선 탈락)


우간다와 에티오피아의 경기 장면. Photo: JW Sports 1


참가팀이 적다 보니 조별예선 후 토너먼트가 아니라 전체 팀을 하나의 조로 묶어서 리그전을 하고 있는데, 두 번째 날 경기 종료 기준, 우간다가 2연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7월 21일자 리그 순위. Table: JW Sports 1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태극전사"라고 불리듯 이들 팀에도 별명이 있다.


탄자니아: 킬리만자로의 여왕 Kilimanjaro Queens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 킬리만자로. Photo: 우승훈

케냐: 힘을 모으는 작은 별들 Harambee Starlets (스와힐리어로 Harambee는 '함께 힘을 모으다'는 뜻이 있다)

에티오피아: 루시 Lucy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인류의 조상 화석 이름이다)

우간다: 회색관 두루미 Crested Cranes (우간다의 나라 새이다)

우간다 국기에도 등장하는 회색관두루미.

르완다: 말벌들 She-Amavubi (말벌들을 뜻하는 키냐르완다어 단어에 She를 붙였다)


화려한 별명만큼 대표팀의 활약도 화려하면 좋을 텐데, 이들은 활약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동아프리카의 여자 축구 대표팀이 뛸 수 있는 대회는 2년마다 열리는 Africa Women Cup of Nation (AWCON)과 당장 다음 대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한 CECAFA Women's Championship뿐인데, AWCON에서는 서아프리카 강팀들에 밀려 본선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르완다 대표팀의 경우, 2016년 우간다에서 열린 CECAFA Women's Championship에서의 경기가 마지막이고 이번 대회 개막전이 2년 만의 A매치이다. 다른 팀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 가뭄에 콩 나듯 A매치를 하고 있어 자국 리그를 넘어 다른 나라 선수들과 실력을 겨뤄보고 싶을 선수들의 갈증이 심했을 것 같다.


탄자니아 국가대표 선수. Photo: JW Sports 1


어려움을 겪는 여자 축구 대표팀은 동아프리카 지역 여자 축구대표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스포츠 저널리스트 Jessica Chisaokwu는 Guardian에 "나이지리아는 AWCON을 아홉 번이나 우승했는데, 친선경기를 치를 돈 조차 없다"라고 말한 적 있고,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국 프로 축구팀 소속이긴 하지만 이들 팀도 선수들에게 충분한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없어 다른 일과 축구를 병행하는 선수가 많다. 사회 분위기도 이들에게 따뜻하지 않다. 여전히 여성의 스포츠 활동에 대한 편견이 지배적인 나라가 많아서 선수들은 가정과 지역사회의 편견과 싸워가며 선수생활을 이어가야만 한다. 아프리카의 여성 축구 선수들은 공을 차기 위해 수많은 역경을 이겨냈고, 지금까지 여성에게 닫혀있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번 CECAFA Women's Championship에 출전한 선수 모두 어렵게 돌아온 기회를 부상 없이 맘껏 즐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기회와 지원을 보장받는 시대가 하루빨리 오면 좋겠다.



에티오피아 대표팀 선수로 2016년 대회에서 5골을 몰아 넣었지만, 이번 대회에는 스웨덴 프로팀 입단 심사로 인해 합류하지 못한 Loza Abera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다.


나는 CECAFA가 언젠가는 동아프리카 여성의 권한 강화를 위한 도구로써 축구를 봤으면 하는 꿈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그들은 대회를 조직할 때 진지할 필요가 있다. (@LozaAbera)
성공의 비용은 최선을 다하고 지금 하는 일에 전념하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잘 대비하고, 실패에서 배우며, 내 성공과 함께 성평등을 주장할 것이다. (@LozaAbera)
Loza Abera 선수. Photo: JW Sports 1


매거진의 이전글 캄팔라의 모든 길은 카다피 모스크로 통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