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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Jul 21. 2018

캄팔라의 모든 길은 카다피 모스크로 통한다

[캄팔라 여행 Day 1] 우간다 내셔널 모스크, 캄팔라 시내, 적도

긴긴 여정 끝에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 도착했다. 몽롱한 상태로 버스에서 내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침 7시, 예약해둔 에어비엔비 호스트에겐 오전 중에 간다고는 했었지만 연락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르완다에서 국경 넘어 우간다 가는 지난 이야기는 여기서: https://brunch.co.kr/@theafricanist/3)


갈 곳도 없고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내려 정신이 없던 내 눈에 미나렛(이슬람 사원 위에 세워진 첨탑. 기도시간이 되면 보통 미나렛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코란 기도문이 울려 퍼진다)처럼 보이는 첨탑이 들어왔다. 얼른 구글 지도를 켜 보니(캄팔라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로드하고 가고 싶은 곳들을 별표로 저장해두었다. 이렇게 해두면 인터넷 없이 GPS만으로도 길을 찾아다닐 수 있다), 그 유명한 우간다 내셔널 모스크 (일명 "카다피 모스크")가 근처였다. 모스크는 아침 기도시간이 있으니, 당연히 열려있겠지 싶어서 문닫힌 상점가를 지나 모스크로 갔다.


우간다 내셔널 모스크. Photo: 우승훈


역시나 모크스의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대문 옆에 있는 경비실 같은 곳에 있던 아저씨가 구경하러 왔냐며 가이드를 바로 불러 주셨다. 이 모스크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두 번째로 크다고 하는데, 가장 모스크는 모로코 카사블랑카에 있다. 이 모스크는 우간다의 악명 높은 독재자 이디 아민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후원으로 짓기 시작해서 그가 쫓겨난 뒤엔 리비아의 유명한 독재자 카다피의 후원으로 완공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카다피는 아프리카 내 이슬람교 진흥을 위해 여러 나라의 모스크 건설을 후원했는데, 2007년에 문을 연 이 모스크도 그중 하나다.


위치는 캄팔라 구도심이고, 여러 장거리 버스 회사 터미널과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


https://goo.gl/maps/pQCHm1zSfK42


나는 예전에 탄자니아 도도마에 갔을 때 카다피가 후원한 또 다른 모스크를 본 적 있는데, 그 모스크는 캄팔라의 이 모스크에 이어 동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모스크이다. 디자인은 도도마의 카다피 모스크가 더 예쁜 것 같다. 르완다 키갈리에도 '카다피 모스크'라 불리는 곳이 있긴 한데, 거긴 규모도 작고 카다피가 직접 관련되어있는지 확실치 않다.


도도마의 카다피 모스크. Photo: 우승훈


가이드인 것 같긴 한데 과묵한 아저씨를 따라 모스크의 미나렛을 오르는 것으로 구경을 시작했다. 미나렛은 정말 정말 높았고, 그렇게 넓지 않은 계단을 빙글빙글 오르다 보니 무섭고 힘들어서 다리가 좀 후들거렸다. 300개가 넘는 계단을 오르는 내내 가이드 아저씨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셔서 내가 너무 일찍 와서 가이드 아닌 분이 동행하셨나 생각했다.


미나렛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계단. 무섭다. Photo: 우승훈


멀리서도 보이던, 그리고 멀리까지 볼 수 있는 첨탑. Photo: 우승훈


미나렛 정상 전망대에 도착하면 캄팔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감탄사를 연발하자 갑자기 가이드 아저씨가 설명을 시작하셨다. 이쪽 방향에는 어떤 어떤 지역과 건물들이 있고, 저쪽에는 뭐가 있는지 말씀해주셔서 여행 시작 전 미리 큰 그림을 볼 수 있었다.


미나렛에서 내려다본 캄팔라. Photo: 우승훈


이른 아침이라 시내엔 안개가 내려앉아있어 건물과 골목이 세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그대로도 나름 분위기 있다고 생각했다. 전망대에서 동서남북 어딜 봐도 큰길은 다 이 모스크를 향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가이드 아저씨 설명으로는 과거 식민지 시절 이 건물이 시청으로 쓰였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캄팔라의 모든 대로는 카다피 모스크로 통한다!


미나렛에서 내려다본 캄팔라. Photo: 우승훈


한번 말문이 트인 가이드 아저씨는 미나렛을 내려오면서도 말을 계속하셨는데, 문득 내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보셔서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우선 북인지 남인지 물어보셨고, 남쪽이라고 하니 "오, 그나라 대통령이 우간다에 왔었어요!"라고 하셨다. 박근혜씨는 2016년 우간다를 방문했었다. 왠지 업데이트를 해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그는 지금 감옥에 있어요 부패로 잡혀갔어요"라고 했더니 "오! 한국 사람들은 심각하군요(You people are serious!)"라고 해주셨다. 이런 대화를 리비아와 우간다의 독재자, 카다피와 이디 아민과 무세베니가 동시에 관련된 장소에서 했다는 게 재미있었다. 내심 무세베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주시면 좋겠다 싶었는데, 정치 이야긴 거기서 끝났다.  


예배당이 있는 건물. Photo: 우승훈


미나렛에서 내려와서는 모스크의 본 건물, 예배당으로 이동했다. 관광객에게도 개방되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종교적인 곳이기 때문에, 건물에 오르는 계단이 시작하는 곳에서부터 신발을 벗어야 한다. 예배당은 정말 널찍하고 예뻤다. 1만 5천 명 정도가 한 번에 예배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엔 예배당에서 사진 찍어도 되는 줄 몰라서 그냥 입 벌리고 구경하고 있었는데, 가이드 아저씨가 사진 찍어도 된다고 하셔서 아름다운 건물 내부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인테리어가 대체로 우아하고 고급스러웠는데, 특히 돔 부분 천장에 달린 거대한 샹들리에가 멋졌다. 예배당에 있는 카펫, 샹들리에, 스테인드 글라스, 미흐랍 등은 터키, 이집트,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건너온 것들이라 한다.


모스크 내부의 샹들리에. Photo: 우승훈
모스크 내부의 스테인드 글라스. Photo: 우승훈
모스크 밖에 달린 등. Photo: 우승훈


모스크 구경을 끝내고 대문 옆의 경비실 같은 곳에 있던 아저씨에게 투어 비용을 치르고 나니 약 50분 정도가 흘러 있었다. 여전히 이른 아침이라 어딜 가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구글 지도를 켰더니 내가 시내에 가고 싶다고 저장해둔 장소들이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 일단 나카세로 시장(Nakasero Market)을 구경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모스크 앞에서 보다보다를 한대 잡았다. 보다보다는 오토바이 택시인데, 르완다에서는 '모토'라고 부르고, 탄자니아에선 '삐끼삐끼'라고 부르고, 여기 우간다에선 '보다보다'라고 부른다. 오토바이 택시를 잡고 보니 운전사분이 영어를 못하셔서 스와힐리어로 말했더니 알아들으셨다. 우간다에선 스와힐리어도 꽤 잘 통한다. 그렇게 가려고 하는 곳을 설명하고 가격을 흥정한 후 출발했는데, 르완다에서는 늘 헬멧을 쓰다가 여기서 안 쓰고 오토바이에 타니 좀 무서웠다.


보다보다를 타고 쭉 가다가 아저씨는 어떤 길 초입에 나를 내려주시며 이 길 끝에 나카세로 시장이 있다고 하셨다. 그 길은 중고 의류를 파는 노점상으로 가득했는데, 거길 지나 조금 더 걷다 보니 그렇게 크진 않은 청과시장이 나왔다. 아마 거기가 나카세로 시장이었던 것 같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그 옆에 있던 올드 택시 파크 사진도 찍었다. 우간다에서는 택시라 부르는 (그리고 탄자니아에서는 달라달라라고 부르고 르완다에서는 마타투라고 부르는) 미니 버스들이 한가득이었다.


올드 택시 파크. Photo: 우승훈


올드 택시 파크에서 조금만 더 걸으면 캄팔라 구도심 대로가 나오는데, 대로변으로 네모 반듯하고 오래된 건물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고 야자수도 중간중간 있는데, 분위기가 괜찮았다. 대로를 가로질러 큰 건물들 뒤편으로 독립기념비를 찾아갔는데, 막상 찾고 보니 독립기념비 근처로 노숙자만 좀 있고 너무 휑해서 허무했다. 우간다는 1962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https://goo.gl/maps/JNY9fPGHyb52

캄팔라 우체국. Photo: 우승훈
독립기념비. Photo: 우승훈

허무한 독립기념비까지 보고, 이젠 숙소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숙소 근처 가장 유명한 장소인 아카시아 몰로 보다보다를 타고 이동했다. 구도심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는 아카시아 몰은 장거리 버스 여행으로 꼬질고질해진 내 행색으로 들어서기 민망할 만큼 좋았다. 익숙한 브랜드인 KFC와 MAC이 나를 따뜻하게 반겨주는 것 같았다.


https://goo.gl/maps/XDrTk2qqGC82


아카시아 몰에 있는 MTN 서비스 센터에서 유심을 개통하고 에어비엔비 호스트에게 연락하려 했는데, 일요일이라 서비스센터가 조금 늦게 열어서 바로 밑에 있던 카페세리(Cafesserie)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버스 타기 전에도 뭘 챙겨 먹은 게 없어 배가 많이 고팠던 나는 햄버거와 커피를 시켰다. 햄버거 이름은 까먹었는데, 막 맛있진 않지만 먹을만했다. 근데 커피는 너무 신맛이 강해서 별로였다.


우간다에서의 첫끼. 메뉴 이름을 까먹은 어떤 햄버거. Photo: 우승훈
우간다에서의 첫 잔. 신맛이 너무 강했다. Photo: 우승훈


아침을 먹고 나니 MTN 서비스 센터 오픈 시간이 되어서, 심카드를 바로 개통했다. 개통하자마자 바로 호스트와 연락해서 체크인하고, 뜨신물에 샤워하고, 이제 소셜 미디어에 여행 소식을 전하려 했는데, 이상하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와츠앱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인터넷 서핑은 되는데 소셜미디어 서비스들만 사용할 수 없었다. (카톡은 쓸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심카드를 개통한 MTN서비스 센터로 갔고, 거기 직원은 "정말 소셜미디어에 세금을 물린단 말이야?"라는 말을 하며 모바일 머니를 이용하여 세금 내는 방법을 안내해줬다. 마침 내가 도착한 7월 1일이 세금 부과 첫날이라 서비스 센터 직원도 모르고 있었다. 우간다의 소셜 미디어 세금이야기는 흥미로워서 따로 글로 썼다. https://brunch.co.kr/@theafricanist/8


그렇게 캄팔라에서의 첫날 오전을 보내고, 오후는 그냥 시내에서 쉬려다가 컨디션이 좀 괜찮은 것 같아서 적도로 향했다. 기본적으로 꽤 거리가 있고 교통체증도 심해서 캄팔라 시내에서 택시(미니 버스)로 약 두 시간 걸려 도착했는데, 이대로라면 해지고 나서 돌아오게 될 것 같아 이미 가면서 돌아올 걱정을 했다. 우간다는 처음이라 해지고 돌아다니는 게 걱정돼서, 적도 딱 도착해서 사진 팡팡 찍고, 선 한번 만져보고 바로 돌아오는 버스를 잡았다. 원래 버스가 서는 곳이 아니라서 잡기 꽤 어려웠다. 한 20분은 기다렸던 것 같다. 결국 해지고 돌아오긴 했지만, 버스 타고 사람 구경, 길 구경한 게 오히려 적도 본 것보다 더 기억에 남았다. 암튼 그렇게 적도를 찍었다.


적도. Photo: 우승훈
적도를 밟다. Photo: 우승훈


오는 길도 심하게 막혀서 캄팔라에는 저녁 늦게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전화와 인터넷을 쓸 수 있었던 나는 모바일 보다보다 어플인 SafeBoda를 이용해서 안전하게 보다보다를 타고 숙소 근처인 아카시아 몰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날 저녁은 오랜만에 만난 KFC에서 치킨을 포장해서 숙소에서 와이파이로 1박 2일 보면서 먹었는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역시 후라이드 치킨은 최고다.


아카시아몰의 KFC. Photo: 우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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