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보기 3 <완결>
어른스럽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에도 들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자주 들었다.
까불지 않고 침착한 분위기와
앳되지 않은 얼굴에
그렇게 봐주셨다.
그들이 말하는 어른스러움이란
촐싹대며 말하지 않고
진중하고 떼쓰지 않으며
매너를 지키는 행동을 일컬었다.
'어른'은
그런 좋은 모습만 갖춘 사람의 전형이었고
'어른스럽다'는 것도
어른의 나이가 차지 않은 젊은이에겐
철난 이를 바라보는 기특한 시선이 담긴
칭찬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스스로는 잘 안다.
내가 아직도 얼마나 애 같은 지.
바깥세상, 낯선 사람이 아직도 무섭고
하기 싫은 일이 생기면 숨어 버리고 싶다.
절망과 슬픔에 빠져 있는 친구를
어떻게 위로할지도 모른다.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것이 더 좋으며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쓴 커피와 술보단 단 것이 더 좋고
아침잠도 많다.
얼떨결에 받은 말과 행동에 의한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모른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다가가는 법도 서툴고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른다.
외딴 사회에서 고독을 느끼고
친한 친구로부터 서슬 퍼런 낯선 느낌이 들 땐
엄마가 보고 싶다.
가족, 친구, 지인의 기대가
혼자 버겁게 느껴진다.
어른스럽다는 얘기를 들어볼 일이 없을 사람에게서
되려 내겐 없는'어른스러움'을 발견하곤 한다.
천진난만하며 장난도 많고
농담도 짓궂은 철없는
천상 '어린애'지만
자립심이 강하고
넘어져도 일어나며
주위 사람을 챙기고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그런 어른스러움.
우리는 저마다의 어른스러움과 애스러움이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누구보다
강하고 능숙하며
다른 부분에서는 누구보다
유치하고 나약하며 서툴 수 있다.
서로가 그런 점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을 때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어린애였던 우리가
진짜 어른이 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