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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금술사 Mar 02. 2018

싫어하는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형, 저는 단순해요.
저 좋다는 사람이 좋고 저 싫다는 사람은 저도 싫어요.

수동적이지만 명쾌했다.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도 호감이 들기 마련이며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같이 싫어해주는 것이 마음 편하다.



살면서 좀처럼 적응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누구나 싫어하는 성격이나 태도, 말투 외에도

자기와 맞지 않는 인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누군가에겐 나 역시 그런 상대일 수 있다.


내가 누군가를 좋다/싫다 판단하는 한

그들도 나를 싫어할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상대를 '싫다'라고 규정하는 순간

불쾌한 감정과 부정적인 상황은 

온전히 내가 떠안아야 할 몫이 된다.


일주일에 팔 할은 마주쳐야 할 직장 동료라면


그 한 사람으로 인해

매일 아침 출근길부터 한숨이 나오고

업무상 말을 섞어야 할 때 뒷목이 뻗뻗해지며

늦은 밤 상대를 곱씹으며 분노와 후회로 잠을 설친다.


그 사람을 피하다 보면

당장 일처리가 늦어지거나 엉망이 되기도 하며

협업과 의사소통으로 

더 잘 만들어 낼 일도 주저한다.

때로는 방해 공작을 펼치다

돌이킬 수 없는 갈등과 오해를 일으키곤 한다.


내가 정말 못된 사람이고 

숨겨진 악한 본성이 깨어나서 그런 게 아니다.


'싫어하는' 상대로부터

나 자신을 분리하고 보호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반응일 뿐이다. 


'난 네가 싫어'라는 기운은

상대방에게도 금세 전달된다. 


다른 눈치는 없어도

자기를 싫어하는 눈치는 모두 백 단이다. 


자기 싫다는 사람

굳이 바꿔놓겠다는 여유, 우리에겐 없다.


싫다는 선빵을 날리는 순간

상대도 나를 싫어하기 시작하며

이제 두 사람이 모두 겪을 문제로 커졌다. 


그 사람의 하루도 괴롭고

그 사람의 업무 효율도 떨어진다. 



이제부턴

'싫다'라는 단호하며 파괴적인 규정 대신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 발자국만 물러선 채로

"그게 저 사람 매력이다" 하는 거다. 


심기를 거스르는 말이 들리면

"이 사람 매력은 여기 있군"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반복할 때면

"오늘도 자기 매력을 어필하는구먼"


나라면 하지 않을/못할 태도엔

"저 매력은 감히 따라가지도 못하겠어 난"


쉽지 않다.

근데 어려울 것도 없다.

속으로는 비아냥 거리는 말투로 시작해도 좋다.


'싫다'를 

동의할 수 없지만 상대방만의 고유한 특성인 

'매력'으로 다르게 표현하기 시작하면


집요한 증오와 혐오의 굴레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선으로 거리를 둘 수 있게 된다. 


말의 무서운 힘, 

사람과 사물에 대한 정의를 무엇으로 내리는 가에 따라 

당신의 하루는 훨씬 나아질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상대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 하자는 거다. 


나의 정신을 맑게 유지하기 위해서.

나의 소중한 하루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서.

나의 일을 더 잘 해내기 위해서.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 아닌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이 흘러넘치는 곳이라면

그 공간과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성인군자는 못될지라도

싫음이 미움으로 미움이 분노로 

번져나가는 일만은 막을 수 있다.


이제 우리의 선택만 남았다.

지금 이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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