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저는 단순해요.
저 좋다는 사람이 좋고 저 싫다는 사람은 저도 싫어요.
수동적이지만 명쾌했다.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도 호감이 들기 마련이며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같이 싫어해주는 것이 마음 편하다.
살면서 좀처럼 적응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누구나 싫어하는 성격이나 태도, 말투 외에도
자기와 맞지 않는 인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누군가에겐 나 역시 그런 상대일 수 있다.
내가 누군가를 좋다/싫다 판단하는 한
그들도 나를 싫어할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상대를 '싫다'라고 규정하는 순간
불쾌한 감정과 부정적인 상황은
온전히 내가 떠안아야 할 몫이 된다.
일주일에 팔 할은 마주쳐야 할 직장 동료라면
그 한 사람으로 인해
매일 아침 출근길부터 한숨이 나오고
업무상 말을 섞어야 할 때 뒷목이 뻗뻗해지며
늦은 밤 상대를 곱씹으며 분노와 후회로 잠을 설친다.
그 사람을 피하다 보면
당장 일처리가 늦어지거나 엉망이 되기도 하며
협업과 의사소통으로
더 잘 만들어 낼 일도 주저한다.
때로는 방해 공작을 펼치다
돌이킬 수 없는 갈등과 오해를 일으키곤 한다.
내가 정말 못된 사람이고
숨겨진 악한 본성이 깨어나서 그런 게 아니다.
'싫어하는' 상대로부터
나 자신을 분리하고 보호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반응일 뿐이다.
'난 네가 싫어'라는 기운은
상대방에게도 금세 전달된다.
다른 눈치는 없어도
자기를 싫어하는 눈치는 모두 백 단이다.
자기 싫다는 사람
굳이 바꿔놓겠다는 여유, 우리에겐 없다.
싫다는 선빵을 날리는 순간
상대도 나를 싫어하기 시작하며
이제 두 사람이 모두 겪을 문제로 커졌다.
그 사람의 하루도 괴롭고
그 사람의 업무 효율도 떨어진다.
이제부턴
'싫다'라는 단호하며 파괴적인 규정 대신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 발자국만 물러선 채로
"그게 저 사람 매력이다" 하는 거다.
심기를 거스르는 말이 들리면
"이 사람 매력은 여기 있군"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반복할 때면
"오늘도 자기 매력을 어필하는구먼"
나라면 하지 않을/못할 태도엔
"저 매력은 감히 따라가지도 못하겠어 난"
쉽지 않다.
근데 어려울 것도 없다.
속으로는 비아냥 거리는 말투로 시작해도 좋다.
'싫다'를
동의할 수 없지만 상대방만의 고유한 특성인
'매력'으로 다르게 표현하기 시작하면
집요한 증오와 혐오의 굴레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선으로 거리를 둘 수 있게 된다.
말의 무서운 힘,
사람과 사물에 대한 정의를 무엇으로 내리는 가에 따라
당신의 하루는 훨씬 나아질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상대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 하자는 거다.
나의 정신을 맑게 유지하기 위해서.
나의 소중한 하루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서.
나의 일을 더 잘 해내기 위해서.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 아닌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이 흘러넘치는 곳이라면
그 공간과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성인군자는 못될지라도
싫음이 미움으로 미움이 분노로
번져나가는 일만은 막을 수 있다.
이제 우리의 선택만 남았다.
지금 이 순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