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도의 체온으로 365일간 겪은 360도 직장생활

by 연금술사

입사 1년을 맞았다.


3개월 수습기간만 버텨보자는 결심이

반년은 해보자며 이를 악물었고

퇴직금은 받자고 일 년이 되었다.


사수 없이 동기 없이 지원 없이

홀로 버텨낸 조직 생활.


할 수 있는 능력의 80만 하라는 친구의 조언을 흘려듣고

사생활과 건강을 갉아먹으며 120을 쏟았다.


덕분에 여느 일 년 차 사원이 해보지 못할 기회도 얻었고

3년 치만큼의 내공도 빠르게 쌓았다.


일 년이 된 지금.

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노동의 대가로 냉정히 매겨진 연봉이라는 돈.

짧지만 압축적이고 역동적인 경험.

미래 산업 분야의 지식과 노하우.


무한정 유예된 나의 꿈.

돌아가신 할머니와 더 많이 보낼 수 있었던 시간.

기대와 조화에 맞추느라 망각해버린 내 취향과 기호.


일 년의 손익 분석을 차분히 해보려 해도

오늘 감정에 따라 한쪽으로 확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회사는

나의 헌신과 사명감과는 무관하게 제자리로 보고 있다.

뱅그르르 하고 360도만큼 도느라 결국은 제자리인 모양새.


하루에 1도만큼 돌 때마다

어떤 좌절을 했고

어떤 실망을 했고

어떤 벽 앞에 마주 서야 했는지 모른 채.


회사는 몰라도 나는 안다.

360도 돌아 제자리처럼 보일지라도

그 한 바퀴를 돌기 전과 후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란 걸.


1도씩 돌면서 볼 수 있는 풍경을

가슴을 덥히고 머리를 식혀가며

눈과 귀와 심장에 차곡차곡 담아왔음을.


36.5의 체온을 유지하며

365일간 견뎌내 온

360도의 한 바퀴 여정.


두 번째 바퀴를 돌 준비가

나는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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