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셋 _내 감정에게 물어볼래!
우리는 모두 특정상황 특정환경에서 반복되는 감정이 있다.
즐거움, 행복감, 만족감 일 수도 있지만 수치심, 괴로움, 고통일 수도 있다.
그런 내 감정을 기록해 보자.
하루를 돌아보며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상황에서의 감정도 좋고, 전반적으로 내 삶의 지배하는 내 감정도 좋다.
떠올리기 불편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적어보자.
한 번만 적는다고 알 수는 없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기록을 늘려 가보자.
낯선 나를 알아보기로 한 그날, 나는 몇 년 만에 아니 몇십 년 만에 일기를 썼다.
노트를 펴고 아무 말이나 막 적었다.
그 아무 말은 회사에서 나를 괴롭히던 어떤 인간에 대한 욕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 사람 앞에서 나는 선하고 착한 사람, 어쩌면 만만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날 그에게 그토록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던 가슴속의 말들을 노트에 쏟아냈다.
그리고 그 노트의 말미는 나에 대한 혐오와 비난으로 끝이 났다.
그렇게 시작은 아팠고 속상했고 잊고 싶은 시간들을 되새기는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나는 그날을 잊지 못한다.
처음으로 내 아픔을 정직하게 드러냈고 누군가의 욕도 나에 대한 비난도 시원하게 해 봤기 때문이다.
내 감정의 기록이 쌓여가면서 점차 그 감정의 이면도 볼 수 있는 지혜도 쌓여갔다.
내 감정들을 분류하고 정리하며 겉으로 표현된 감정과 진짜 내면에 존재하는 감정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다.
술이나 담배, 미디어가 아니어도 우리는 모두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다.
주변사람들의 인정에 중독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타인을 이겨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경쟁에 중독된 사람도 있다.
모든 중독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실체가 있는 것에 중독된 것도 실체가 없는 것에 중독된 것도 다 의미가 있다.
무엇에 중독되었는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중독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것이다.
나는 한참 포기에 중독되어 있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다가도 결국 안될 것 같은 느낌에 멈춰 버리곤 했다.
가끔은 몸만 부지런히 움직이고 마음속으로는 이미 포기한 상태로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포기 중독자라는 걸 몰랐었다.
나는 그저 내가 경쟁을 싫어하는 평화주의자인 줄 알고 있었다.
감정일기를 쓰고 명상을 하고 책을 읽으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경쟁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지는 게 싫은 거구나.
지는 기분을 느끼기 싫어 포기를 해놓고 평화주의자 인척 하며 진짜 내 감정을 숨기고 있었구나.
이 날의 깨달음은 다소 충격적이었으나 이런 생소한 나를 깊이 탐구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이 오묘한 감정의 뿌리를 찾아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기도 하고 일상에서 불편했던 어떤 지점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한 판단은 없었다.
그 감정은 잘못된 것도 잘 된 것도 아니며 그저 느껴지는 것일 뿐이기에 내가 느낀 그 상태를 수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경쟁심, 이기고자 하는 욕망, 그러나 결국 포기
내가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건 과하게 생성된 감정들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깨달음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나는 이 감정들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니 수치심도 죄책감도 가질 필요가 없음을 나 자신에게 얘기해 주고 마음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나는 나의 중독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고자 약간의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포기가 아닌 내려놓음을 배우자.
이때부터 나는 내려놓음에 관련된 책들을 읽어 보기도 하며 포기와 내려놓음에 대한 구분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쟁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건강하게 즐기기 위해 가족들과 보드게임도 하고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보기도 했다. (사실 나는 스포츠를 경기 보는 걸 힘들어했는데 그것 또한 내가 응원하는 팀이 질 까봐 두근거려서 보지를 못했던 것 같다. ㅠ.ㅠ)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나 자신이 아니다.
단순하게 오늘 하루를 생각해 보자.
아침 출근길에 전철을 탔다. 사람들에게 밀려 겨우 몸을 구겨 넣었다.
그 불편한 와중에 어떤 사람이 짜증을 내며 누군가와 시끄럽게 통화를 하고 있다.
나는 괜히 듣기 싫어 기분이 나쁘다.
회사에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겨우 한숨 돌리는데 팀장의 격양된 목소리가 들린다.
또 시작이다.
그가 점점 내 자리를 향해 온다.
'아! 오늘은 내가 범인인가 보다. 내가 뭘 잘못했지?'
'어제 올린 보고서가 너무 늦었나? 자료출처를 안 적었었나?'
심장이 두근거린다.
팀장은 내게 말했다.
"X과장 어제 가져온 그 쿠키 어디서 산 거야?"
"맛있던데 나한테 링크 좀 보내줘!"
'휴~ 다행이다. 괜히 쫄았네.'
퇴근하면서 스트레스 풀 겸 폰을 열었다.
인급동 1위를 장식한 연예인부터 정치, 경제, 사회 모든 기사내용이 맘에 안 든다.
기분이 더 나빠졌다.
오늘 내 하루를 지배한 건 무엇인가?
내 하루를 점령한 다양한 사람들 사건들 나는 다양한 그들의 한마디 혹은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이 뺏겨 기분이 왔다 갔다 했었다.
그 모든 것이 그들 때문인가?
혹시 그들에게 내 감정의 주도권을 내어준 건 아닐까?
나는 누군가에게 통제되어야 하는 대상인가?
그렇다면 나를 통제하는 것은 전철에서 만난 시끄러운 사람인가? 팀장인가? 인터넷 기사인가?
내 감정이 무언가에 쏠릴 수도 있고 묶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그 무언가에 쏠렸구나 인식하는 순간 모든 것은 달라진다.
끊임없이 알아차려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거대한 블랙홀에 내 주도권을 빼앗겨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내 삶의 주인공은 고사하고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중심을 잘 잡고 내가 내 삶의 주인공임을 자각해야 하는 것이다.
이 말이 자칫 이기적으로 나만 챙기고 내 감정만 소중히 하라는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나는 내 감정상태에 대해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나에게 집중하고 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해 보자.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여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