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평영, 웨지킥과 윕킥 사이 그 어딘가

start again #1

by 더앨리스

중급반에서 꽤 오랜 시간을 지냈다.


그 시간 동안 길었던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탕자는 또다시 적응의 시간을 보내야 했으며, 그로 인한 더딘 실력향상에 승급의 기회 또한 쉬이 오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의욕의 불씨를 다시 되살린 어느 날이었다.


내 실력과 상관없이 이제는 승급을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조금은 다른 환경과 지금보다는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저 편하고 익숙한 것에 머무르고만 싶어 하던 나는 변화를 해야만 했다.


그게 내 수영실력 향상뿐 아니라 내 내면의 힘을 성장시키는 데에도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결심이 생겼다.


윗반으로의 승급 기회는 여전히 쉽게 오지 않았지만 나는 강사님께 상급반에 자리가 생긴다면 가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결국 적극적으로 의지를 드러낸 내가 상급반행의 티켓을 갖게 되었다.


새벽 초급반에서 만났던 강사님이 상급반을 맡고 계셨다.


아싸~!


분명 나보다 어린 남자 강사님이신데 이상하리 만치 엄마의 따뜻한 사랑과 세심함이 느껴지는 분이다.


강사님 믿고 성실히 하다 보면 나의 실력이 눈부시게 발전이 될 것만 같은 기대감에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모든 강사님이 좋으셨지만 유독 나와 잘 맞는 강사님이 있다.


나는 내가 놓치는 부분을 그때마다 바로 캐치하여 조언을 해주시는 강사님들과 유독 잘 맞았던 것 같다.


나는 몇 년 동안 수영을 하면서 강사님의 설명을 귓등으로 듣기도 하고 나름 수영 권태기를 거쳐온 탓인지 오랜 시간 잘못된 동작을 반복하며 교정을 하지 못했었다.


어떤 날엔 골반이 아프고, 또 어떤 날엔 무릎 안쪽이 아프고 이곳저곳이 번갈아 가며 아픈데 그 이유를 알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상급반 강사님은 나의 상태를 바로 알아채시고

“이 부분의 자세가 잘못되었는데 이렇게 계속하면 허리가 아프게 됩니다.”

와 같은 조언을 해주신다.


상급반에 출석한 두 번째 시간에 배영을 하는데 옆구리 갈비뼈 쪽이 욱신거린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도중에 쉬었더니 어김없이 강사님이 다가오셨다.


나는 내 옆구리 통증에 대해 얘기했더니 팔동작부터 이것저것 해보라고 하신다.


마치 의사 선생님이 진단을 하듯

평소에는 통증이 없는지 언제부터 그랬는지 여러 질문을 하셨다.


그리고 간혹 염증이 생길 경우에도 그런 증상이 있을 수 있으니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셨다.


나는 그냥 자세가 꼬여서 옆구리가 당겼나 보다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내 몸의 통증에 대해 너무 신경을 안 쓰고 있었구나…’ 살짝 반성을 했다.


한참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내 뒤로 70대 남성 회원분께서 가까이 다가오시더니 내 귀에 대고

“그거 옆구리 통증은 노화!”라고 딱 한마디 말씀을 하시고 홀연히 사라지셨다..


아! 신선한 느낌이다!


70대 회원님에게 40대인 내가 [노화]라는 말을 듣다니!


그리고 며칠 후 우린 평영을 연습했다.


수영을 같이 하는 친구가 무릎 안쪽 통증이 있다며 왜 그런지 강사님께 질문을 했다.


강사님은 웨지킥과 윕킥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웨지킥은 일명 개구리 발차기로 무릎이 발목보다 바깥쪽으로 나가면서 넓게 킥을 하는 것이고

윕킥은 W모양을 만들어 무릎이 발목보다 안쪽에 위치한 상태로 아래쪽으로 킥을 하는 것이다.


웨지킥의 경우 유연성이 부족한 경우에도 가능하기에 초보자나 아이들에게 적합하다.


윕킥의 경우 속도와 효율성이 높기에 초급반에서 웨지킥을 배우고 점차 윕킥을 배우는 경우가 많다.


웨지킥에 익숙해진 나는 윕킥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동안 웨지킥을 하며 양옆레인의 사람들을 차버릴까 봐 신경 쓴 탓에 동작이 꼬여서 이상한 타이밍에 힘을 주곤 했었다.


그래서인지 평영을 할 때 마다 고관절에 통증이 있었다.


내 친구는 무릎의 통증을 호소했다.


그녀는 나름 윕킥을 하고 있었으나 그녀도 역시 이상한 타이밍에 힘을 주고 있었다.


우리 반 회원들의 평영연습을 지켜보던 강사님은 한 명 한 명 자세를 관찰하시고는 각자의 자세와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통증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우리 반의 공통점이 모두 다리를 벌리고 힘을 과하게 주며 평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하면 누구라도 아플 수밖에 없다고…


자세교정에 들어갔다.


강사님이 한 명씩 발을 잡아서 자세를 만들어 주고는 절대 힘주며 뻥차지 말고 자연스럽게 밀고 나가보라고 했다.


‘어랏.. 느낌이 다르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물타기.’


이런 느낌을 숙지하라는 거구나.


속도는 느리더라도 이렇게 발차기 연습을 하고 나니 하반신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회원들도 나와 비슷한 느낌이었나 보다.


아프지 않게 한 바퀴 신나게 돌고 온 회원들은 평소에 평영 할 때 아팠던 부위를 강사님께 열심히 얘기하기 시작한다.


“사실 나는 허리가 아팠어요.”

“나는 골반, 나는 무릎, 나는 발목….”

“이렇게 자세를 잡아주시니 덜 아파요.”


그때 누군가가 내게 다가오더니 내 귀에 대고 한마디 하고 또 사라졌다.


“저거 저거 아픈 거 다 노화!”


그때 그 70대 회원님이시다.


난 웃으며 “아,, 예~예~,”라고 넘어갔지만


이분은 왜 굳이 저쪽 끝에서부터 물살을 가르며 부지런히 내 옆으로 오셔서, 또 굳이 나한테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왜??? 도대체 왜???
저한테만 왜 그러시는 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