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려노화에게

start again #2

by 더앨리스

주말에 쉬고 있는데 오른쪽 옆구리가 욱신거린다.


배영만 하면 옆구리가 묵직하게 불편하던 게 이젠 가만히 있어도 아프다.


‘많이 아픈 건 아니니까 좀 참다 보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누워서 뒹굴 거리며 나태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현듯 이게 큰 병의 전조증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렇다.

나는 과거에 수차례 그놈의 전조증상을 사뿐히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었다.


이제는 조금의 변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휴대폰을 집어 들고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정보의 바다는 무섭다.


옆구리 통증을 검색했을 뿐인데, 근육파열의 가능성을 시작으로 역류성식도염, 변비, 위궤양, 대상포진, 심지어 담석증 등등 오만가지 질병의 병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건강검진 때 특별한 질병은 없었으니 수영수업 때 강사님의 추측대로 혹시 염증일까?’


서둘러 병원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고 진료를 보는데, 다행히도 엑스레이상 특이점은 없었다.


의사 선생님과 한참 문진을 했다.


“아마도 근육이 얇아져서 무리가 간 것 같아요."


“아.. 그럼 염증은 아니네요?”


“아뇨. 경미한 염증인 것 같습니다. 경미한 염증은 엑스레이로 나오지 않거든요.”


“운동을 무리하시면 안 되고 충분한 스트레칭을 해주셔야 합니다.”


“아, 네… 근데 갑자기 왜?”


“아무래도 근육과 힘줄의 노화현상으로 무리가 갔을 수 있습니다.”


노화!


노화!!!


노화!!!!!


그놈의 노화!!


내 귀에만 노화를 외치던 70대 회원님이 수영장의 물살을 가르고 또 내게로 오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노화는 이길 수 없는 것인가?


요즘 저속노화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다양하게 쓰인다.

음식, 뷰티, 운동할 것 없이 모두들 저속노화를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몸이 노화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 노화가 더디 오길 바라는 마음 또한 당연한 인간의 욕구이다.


그러나 노화를 다소 늦출 순 있으나 멈출 수는 없다.

그래서 노화는 이겨낼 수 없는 것이다.


내 몸도, 기억력도 점점 그 기능이 떨어지면서 우울감도 동반이 된다.


그전과 다른 내 모습에 적응이 안 되고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이 한없이 그리워진다.


일단 인정할 건 인정하자!


자! 그러면 나는 저속노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식단조절과 적당한 운동…


그러나 무엇보다 내 마음 돌보기..


신체의 노화를 막을 순 없지만 마음의 노화는 막을 수 있다.


마음근육은 신체의 근육과 전혀 다른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마음근육은 노화가 없다. 게다가 사용한 만큼 강해진다.


마음을 돌봄으로써 마음근육이 건강해진다면 신체의 노화도 느려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결국 저속노화의 핵심은 마음근육을 단련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의인화하며 상상하기를 즐겨하는 나는 오늘도 노화를 의인화하여 상상해 본다.


나는 김노화씨와 2인삼각 경기를 시작한다.

아뿔싸.. 마라톤이네?


급해진 김노화씨는 내 팔을 붙잡고 서둘러 달리기를 하려 한다.


나는 김노화씨가 폭주하지 않게 토닥이기 시작한다.


“노화씨 달리기 전에 우선 우리 주변을 한번 봐요. 내 눈에 보이는걸 눈에 담아보고 내 마음이 무엇을 느끼는지 같이 얘기해 봐요.”


조급함이 줄어든 김노화씨는 천천히 세상을 눈에 담기 시작한다.


“서두를 이유도 서두를 필요도 없어요. 경쟁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요? 좀 느리게 가고 좀 덜 갖고, 살아 가면서 무거운 것을 조금씩 내려놓으면 우리의 마라톤은 쉽고 가벼울 것 같지 않나요?”


결승선만 바라보던 김노화씨는 스스로에게 왜 달리려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시작한다.


느려진 걸음과 길어진 생각 탓에 그의 마음은 잔잔해진다.


평온해진 노화씨에게 부탁의 말을 전해본다.



“노화씨, 우린 죽을 때까지 모든 걸 함께 가야 하니 거 천천히 즐기면서 좀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