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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안나 Oct 20. 2022

사람이었네



루시드폴의 ‘국경의 밤’ 앨범 수록곡 중 ‘사람이었네’라는 곡이 있다.



어느 문 닫은 상점

길게 늘어진 카페트

갑자기 말을 거네


난 중동의 소녀

방 안에 갇힌 열네 살

하루 1달라를 버는


난 푸른빛 커피

향을 자세히 맡으니

익숙한 땀, 흙의 냄새


난 아프리카의 신

열매의 주인

땅의 주인


문득, 어제 산 외투

내 가슴팍에 기대

눈물 흘리며 하소연하네

내 말 좀 들어달라고


난 사람이었네

어느 날 문득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난 사람이었네

공장 속에서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붉게 화려한 루비

벌거벗은 청년이 되어

돌처럼 굳은 손을 내밀며

내 빈 가슴 좀 보라고


난 심장이었네

탄광 속에서 반지가 되어 팔려왔지만

난 심장이었네

어느 날 문득 반지가 되어 팔려왔지만


난 사람이었네

사람이었네

사람이었네

사람이었네


난 사람이었네

사람이었네

사람이었네

사람이었네


난 사람이었네

사람이었네

사람이었네

사람이었네


난 사람이었네

사람이었네

사람이었네

사람이었네






앨범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앨범에 실린 대부분의 곡은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에 대한 그리움같은, 루시드폴이 해외 생활을 하는 동안 경험하고 느낀 것들에 대한 곡이다.

그런데 이 곡은 그중 결이 다르다. 잔잔한 멜로디에 얹은 가사는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거대 자본에 저임금으로 착취당하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제3세계 노동자에 대해 이야기하고있다.



언젠가 방글라데시의 의류 공장 붕괴 사고 현장 사진을 본 적이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그 공장에서 근로자 둘이 서로 끌어안은 채로 먼지를 뒤집어쓰고 죽어있던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보고 나는 루시드폴의 이 곡을 떠올렸다. 내가 입는 다국적 패스트패션 기업의 하청 기업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브랜드도 없이 그냥 저가에 시장에서 팔려나가는 상품을 만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이 값싼 노동력으로 만든 상품들은 그곳을 떠나 그들의 노동의 대가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렸을 것이다.

나는 몇 번이나 그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고는 그 노래를 떠올리고, 다시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빵 공장에서 사람이 죽었다.

현장 검증이 끝나지 않아 사고 현장이 그대로 보존된 상태에서 기업 측은 평소대로 공장을 가동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는 이 기업은 대리점에 물량을 차질 없이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변명했다.

나는 다시 이 노래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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