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

feat. 미국 주식

by 최진우

내가 생각하는 투자의 목표와 방향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꾸준한 적립식 투자를 통해 자산을 모으고 거기에 복리의 힘을 더해 자산을 불리며 은퇴 이후를 대비한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들 또한 모두 이 한 문장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저 문장은 특정한 투자의 대상을 암시하고 있다. 바로 주식이다.


부동산, 주식, 금, 코인, 채권.

익히 알려진 자산들이다. 위에 언급한 것들 외에도 다양한 자산이 있겠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는 자산은 아마도 저 정도일 것이다.


그중 나는 주식에 투자하기를 권한다. 다양한 자산 중에서도 특히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사실 '자산'이라는 말을 들으면 부동산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보유 중인 아파트 가격이 올라 돈을 번 사람이 많기 때문이기도 할 테고, 서울 아파트나 건물 등이 부자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탓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특성상 많은 레버리지를 동원하여 강제적으로 장기투자를 하게 되다 보니 얼마가 됐든 돈을 벌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다만 가격이 워낙 높다 보니 자산 형성을 시작하는 단계에선 투자를 하기가 어렵고,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형성한 경우 거주 중인 집이 보유자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 이를 현금화하거나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이에 비해 주식 투자는 소액으로도 가능하고 현금화가 쉬우며, 현금흐름을 창출하기에도 용이하다.


단돈 만 원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게 주식 투자다. 물론 한 주 가격이 높은 일부 주식도 있지만(워렌 버핏이 이끌었던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경우 한 주 가격이 10억을 넘는다) 최근엔 각종 증권사에서 소수점 투자를 지원하기 때문에 천 원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주식은 현금화도 용이하다. 주말, 공휴일을 제외하면 개장시간 중 언제라도 매도할 수 있고, 이틀 뒤면 온전히 현금화가 끝나 인출이 가능하다. 이 특징이 때로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현금화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본다.

또, 종목 선정에 따라 현금흐름도 만들기 쉽다. 배당금을 지급하는 주식은 지천에 널려 있고, 최근엔 커버드콜 등 액티브한 성격의 ETF에 투자하여 분배금을 지급받을 수도 있다.

이런 특징을 갖고 있기에 주식은 자산을 형성하고 운용하고 활용하는 데 매우 용이한 자산이다. 최근엔 스마트폰의 발달과 함께 접근성 또한 매우 좋아져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아직, 특히 우리나라에선 주식보다는 부동산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주식 투자자 중 상당수는 부동산 구입 자금 마련을 위한 도구로써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부동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거쳐가는 중간 단계로 주식을 활용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부동산은 아주 훌륭한 자산이다. 그걸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주식은 그 자체로 훌륭한 투자 상품임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난 사람들이 부동산을 주식보다 선호하는 이유가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낮은 성숙도에 있다고 본다.




'주식하면 패가망신'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 5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에게서 그 말을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본인, 혹은 지인이 주식에 투자했다가 많은 손실을 입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주식하면 패가망신'이라고 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는 사람은 어디에나 많다. 다만,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본 사람만큼 수익을 얻은 사람이 주변에 있었다면 패가망신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덮어놓고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마 많지 않았을 것이다. 수익을 본 사람은 찾기 힘든데 손실을 본 사람이 많았던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낮은 시장 성숙도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지수인 코스피(KOSPI) 지수는, 1980년 1월에 100으로 시작하여 1989년 3월에 1000을 달성했다.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지수가 10배나 상승했으니 매우 활력 있게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가 1000을 달성한 이후 2000이 될 때까지는 무려 18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2007년 7월, 코스피 지수가 2000을 달성하며 1989년 코스피 지수의 두 배가 되는 동안,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3배가 되었다. 즉, 주식시장이 두 배 성장하는 동안 물가는 두 배가 넘게 올랐다는 말이다. 주식 투자 상황에 따라 개별적 차이는 있겠으나, 평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 시기 국내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18년이라는 세월을 견뎠음에도 오히려 자산이 줄어들고 만 것이다.


반면 미국을 대표하는 지수 중 하나인 S&P 500 지수는 1989년 294에서 2007년 1518로 5배가 넘는 성장을 이루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인 미국과의 비교가 공평하진 않을지 몰라도, 우리나라의 주식 시장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걸 확인하기엔 충분할 것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실제 우리나라와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그 18년이란 기간 동안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실제 성장이 주식시장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대기업의 세습경영과 높은 상속세율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창업주가 사망하면 그 일가가 기업을 물려받는다. 즉, 기업을 상속받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꽤나 높은 편이다. 상속 규모에 따라 최고 세율이 50%에 육박한다. 심지어 기업 상속의 경우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받게 되는데, 최대주주의 주식은 일반주주 평가액의 20%를 가산하여 과세한다. 따라서 기업의 주가 총액이 높으면 높을수록 상속세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게 된다. 삼성의 창업주인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후 유족들이 납부하기로 한 상속세가 12조 원에 달한다고 하니,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고 해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기업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의지를 갖기가 힘들고, 오히려 주가 부양을 막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계열사를 분할 상장하게 된다. 즉, 분명 한 기업에 속한 계열사들임에도 각각이 서로 다른 주식으로 주식 시장에 상장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 LG만 살펴봐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증권사 어플을 켜고 주식을 검색해 보면 '삼성'이라는 주식은 없다. 대신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물산, 삼성SDI 등 수많은 계열사들이 각각 상장되어 거래되고 있고, LG의 경우엔 LG라는 주식이 상장되어 있긴 하나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등 각 계열사가 따로 상장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분할 상장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대주주들 뿐이다. 분할 상장이 이루어질수록 모회사의 자본이 희석되고, 새로운 사업이 다른 주식으로 떨어져 나가게 되면서 성장을 공유할 수 없게 된다.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볼 뿐이다.

반면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그렇지 않다.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구글의 본사)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단 하나의 주식으로만 상장되어 있다. 알파벳의 경우 Class A, Class C로 나뉘어 있긴 하지만 이는 분할 상장이 아닌 의결권 여부에 따른 구분일 뿐이다. 미국은 기업의 소유주와 경영자가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주가 부양을 경영자의 최우선 임무로 삼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기업 소유주들을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세금을 줄이기 위한 갖가지 방안들을 모색하고 활용할 뿐이다. 세습경영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상속세가 됐든 주식 상장이 됐든,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법과 제도가 정비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상기한 원인 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 과거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투자 효과를 얻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주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최근 들어 국내 주식 시장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 코스피 지수도 많이 상승했을뿐더러,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해외 주식에 투자하기가 매우 쉬워졌고 수수료 또한 부담이 없는 수준이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미국 주식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전 세계를 호령하는 대기업들이 즐비하게 포진되어 있고, 주식 시장의 성숙도가 매우 높다.

상기했듯이 각 기업의 경영자는 주가 부양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어 주가 부양에 적극적이며, 주주 환원 문화 또한 매우 발달하여 수익 모델이 성숙한 기업들의 경우 높은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수십 년간 배당금 삭감 없이 주기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한 기업들을 부르는 배당귀족, 배당킹 등의 명칭이 따로 존재할 정도이다. 또한 401K라고 하는 퇴직연금제도가 미국 증시를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어 자국민들의 자금 유입이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401k를 통해 백만장자가 된 미국인들이 꽤 많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지수로 언급했던 S&P500 지수는 1957년 44로 시작하여 현재 7000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이 약 7.7% 정도이다. 69년이라는 긴 기간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투자 수익률만 놓고 보면, 지난 40년간 S&P 500의 수익률이 같은 기간 강남 아파트의 수익률보다 높다(배당 재투자 기준). 물론 아파트의 경우 레버리지 활용이 용이한 측면이 있으니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반드시 미국 주식에 투자하라는 주장은 아니다. 미국 주식이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수익을 안겨줄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국내 주식이 지금과 같은 분위기로 개선되어 간다면 더 뛰어난 수익을 안겨줄지 모르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주식을 매우 주요한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고 꾸준히 공부하여 투자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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