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채권, 그리고 코인

그리고 주식

by 최진우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투자계에서 가장 유명한 격언 중 하나이다. 이 격언을 '일부 기업이나 특정 섹터에 집중하여 투자하기보다는 다양한 기업과 섹터에 나누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도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틀린 해석은 아니나, 주식 투자의 범주에 한정한 지엽적 해석에 그친다. 이 격언을 좀 더 넓은 범주에서 해석한다면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여 위험을 분산하라'


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동산이나 부동산, 주식이면 주식, 한 가지 종류의 자산에 집중하여 투자하지 말고 다양한 종류의 자산을 적절히 분배하여 투자하라는 뜻이다. 소위 말하는 포트폴리오가 바로 자금을 다양한 자산으로 분산하여 투자, 운용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부동산, 주식 외에 우리가 분산할 수 있는 자산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널리 알려진 자산으로 금, 채권, 그리고 코인 정도가 있다. 이 자산들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부동산, 주식을 대체할 만큼 주된 투자 자산의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




금은 가장 유서 깊은 자산 중 하나이다.

금은 변질이나 손실이 거의 없어 저장이 용이하며, 인위적으로 만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채굴 또한 쉽지 않기 때문에 그 양이 빠르게 늘지 않아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


즉, 가치 저장 수단으로써 매우 높은 기능성을 지닌 자산이다.


그래서 금은 고대에 화폐로서 활용됐었고, 현대 화폐 또한 1971년까지 금본위제(금과 화폐의 가치 연동)에 입각하여 운용되었다. 금본위제가 폐지된 후에도 금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써 인기가 높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단위로도 금은 훌륭한 자산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금은 부동산, 주식과 가격 변동이 독립적이라는 측면에서 분산 투자의 대상으로도 매력이 있다.

금융 위기가 오면 주식의 가격은 하락하지만 금의 가격은 상승한다.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경우에도 주식은 하락하는 데 비해 금은 상승한다.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투자하는 경우엔 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받는데,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 금은 원화 기준 가격이 올라가는 데 비해 부동산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높은 환율이 오히려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물론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엔 부동산, 주식, 금 가릴 것 없이 모두 가격이 상승하므로 항상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분산 투자의 목적은 위험의 분산, 즉 리스크 관리이다. 가격의 변동성이 유사한 자산은 분산 투자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금은 부동산, 주식과 함께 가져가기 좋은 훌륭한 자산이다.


그러나 금은 뚜렷한 한계가 존재하는 자산이다. 바로 '생산성'이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주택, 상가 등으로 활용되며 임대소득을 발생시키고, 주식은 곧 기업과 마찬가지이므로 기업의 생산성이 주식의 생산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금은 그저 금으로써 존재할 뿐이다. 금고에 보관된 금은 100년이 지나도 처음 그대로 금고 안에 앉아있기만 할 뿐, 금고 안에서 금의 양이 늘어난다거나 어떤 가치를 창출해내지 않는다. 각종 경제 상황이나 국제 정세 등에 영향을 받아 미시적으로 가격의 오르내림이 있을 뿐, 거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화폐 가치가 하락한 만큼 가격이 오를 뿐이다. 가격은 변하지만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채권


채권은 현금 흐름을 창출하기에 용이한 자산 중 하나이다.


채권은 거래 가능한 예금 증서와 비슷한 것으로, 채권을 매입하면 발행한 주체로부터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받다가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원금을 돌려받게 된다. 정해진 기간이 1년 미만에서 20년, 30년까지 다양하며 경우에 따라선 만기가 없는 영구 채권도 존재하고, 발행 주체도 회사부터 국가까지 다양한 신용도를 가진 주체가 각자의 신용도에 적합한 금리로 발행하므로 각자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매우 넓은 상품이다. 또한 금리에 따라 채권의 가격이 움직이기도 하기 때문에 투자의 관점에서 예금, 적금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다만 한계도 뚜렷한데,

사실상 현금에 준하는 상품이다 보니 화폐 가치 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3%의 이자를 받는 채권은 물가 상승률이 5%인 해에는 2%를 손해 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부동산, 주식, 금 같은 자산은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만큼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만기가 되어 원금을 돌려받을 때도 물가 상승률의 반영 없이 처음 매입한 금액을 그대로 돌려받기 때문에 처음 매입한 시점과는 구매력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드문 경우긴 하나 발행 주체가 부도를 맞을 경우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주된 자산으로 삼기엔 어렵지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현금성 자산도 일정 부분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투자하는 것이 좋다.




코인


최근 10년 사이 가장 뜨거운 자산은 소위 말하는 코인, 가상화폐가 아닐까 싶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금과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코인이 구현된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위조되거나 변질될 위험이 극히 적고, 채굴된 전체 코인의 양에 따라 채굴 난이도가 조정되게끔 만들어져 코인의 양이 급작스레 증가할 위험도 적다. 이처럼 가치 저장 수단으로써 금이 지닌 장점을 그대로 물려받은 덕에 코인이 생겨난 후 불과 10년 새 지금과 같은 지위를 얻은 것이 아닐까 싶다.

뿐만 아니라 금보다 나은 점도 있다. 거래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자산이기 때문에 거래에 물리적 제약이 없고, 탈중앙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만큼 절차나 세금에서부터 자유롭다. 코인 1개를 필요한 만큼 소수점 단위로 쪼개어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반면 가상화폐는 자산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주된 근거는 실용성의 부재인 듯하다. 가상화폐는 결국 코드에 불과한 것으로, 쓸모없는 디지털 쓰레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원, 달러 등의 화폐도 결국 신뢰와 약속 위에서 거래의 매개체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지 특정한 실용성을 근거로 두고 있진 않으며, 금이 자산으로서 인정받는 것 또한 실용성과는 무관하다. 물론 금은 가상화폐보다 실용적이긴 하나, 일부 사용되는 곳이 있는 것이지 실용성이 자산으로서 인정받는 근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를 전통적인 자산들과 동등한 위치에 놓기엔 아직 이르다고 본다.

이더리움, 솔라나 등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알트코인들은 기술적 결함, 발행자의 도덕적 이슈 등으로 순식간에 가치가 0이 될 위험이 상존하고, 가격 변동이 지나치게 극심하여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들 또한 가격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 단점이다.

보안 이슈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코인 자체의 보안은 뛰어날지 몰라도 거래소 자체가 해킹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가 단위의 기관에서 관리하는 증권거래소와는 달리 코인거래소는 거래소별로 보안의 수준이 천차만별일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의 특성상 한 번 해킹당한 코인의 거래를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의 발전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될 경우 그 특성상 코인의 거래 장부나 거래소가 쉽게 해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시기상조라고는 하나 양자 컴퓨터의 발전이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는 볼 수 없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금, 채권, 코인은 주된 자산으로 삼고 높은 비중을 가져가기엔 어려움이 있는 자산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리스크 관리의 측면에서 부동산, 주식과 함께 일정 부분 가져갈 만한 가치가 있는 자산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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