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돈에 관심 있는 사람들 중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2020년 코로나 이후 급등하는 미국주식에 관심이 쏠리면서 본격적으로 해외주식 투자에 붐이 일더니 최근엔 코스피 지수가 오랜 기간 넘지 못했던 3000 포인트를 넘어 5000 포인트를 넘보면서 국내주식에도 많은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도 국내주식이든 해외주식이든, 투자자는 늘 있었다. 투자하기 좋은 상승장 또한 수시로 있었다. 그런데 2020년 이후 이렇게 투자자가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투자 환경 개선이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는 MTS의 발전과 보급, 편리해진 환전, 소수점 거래 시스템 등. 그리고 또 하나, 큰 역할을 한 것이 난 ETF 시장의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ETF가 2020년 경에야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가장 유명한 ETF 중 하나인 SPY(S&P500 지수 추종)은 미국 증권시장에 1993년 처음 상장됐고, 우리나라에도 KODEX 200(코스피 200 지수 추종)이 2002년 상장되었다. 2006년부터는 해외주식 직투도 가능했고, 심지어 2010년엔 국내 주식시장에 미국 나스닥 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TIGER 나스닥 100)가 상장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람들이 ETF에 대해 알고 투자하는 시기는 아니었다.
ETF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것은 코로나 직후부터이다. 미국주식이 급등했다는 소식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자연스레 미국주식 투자 붐이 일게 됐고, 이때 대형 기술주들과 함께 S&P 500과 나스닥 100 등 미국 지수에 투자하는 ETF들이 국내에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S&P 500과 나스닥 100은 대표적인 미국 지수로, S&P 500 지수와 연동된 SPY, 나스닥 100 지수와 연동된 QQQ가 바로 ETF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다. 물론 SPY와 QQQ 외에도 SPYM, QQQM, VOO 등이 있지만 역사와 규모 면에서 역시 SPY와 QQQ가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SPY는 연평균 10%에 달하는 높은 수익률을 오랜 기간 보여준 ETF로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에 투자하는 ETF이다. 상위 500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미국 전체 기업 시가총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SPY에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미국 시장 자체를 보유'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SPY가 망한다는 것은 미국이 망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우 희박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즉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SPY를 매수하는 것만으로 자연스레 분산 투자를 하게 되고, 개별 기업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크게 없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에게, 그리고 장기투자자에게 매우 적합한 상품이다. 워렌 버핏이 아내에게 자신이 죽은 뒤 유산의 10%를 미국 국채에, 90%를 S&P 500에 투자하라고 했을 만큼 매우 훌륭한 투자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QQQ는 나스닥 100 지수에 투자하는 ETF로 미국 내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금융섹터 제외)에 투자한다. 나스닥은 대표적인 성장주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익히 알고 있는 애플, 엔비디아, 아마존, 넷플릭스, 메타 등이 모두 나스닥에 모여 있다. 그렇다 보니 QQQ는 성장수의 비중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높은 변동성을 보여준다. 하락할 땐 무서울 만큼 큰 폭으로 하락하고 상승할 땐 시원하게 상승해 준다. 최근엔 성장주들이 매우 큰 상승을 보여왔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수익률을 안겨줬다.
위 두 개의 ETF 외에도 배당성장주 ETF로 알려진 SCHD, 배당귀족주 ETF로 알려진 NOBL 등이 함께 인기를 얻으며 많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주식 외의 투자 상품으로 외연을 넓힌 ETF들도 있다. 금에 투자하는 GLD,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ACC, BND 등이 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 ETF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ETF들은 한국 주식시장에도 다양하게 상장되어 있다. 한국주식을 거래하듯 낮시간 동안 원화로 투자를 하면서도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매우 편리하며, 연금저축펀드나 IRP, ISA 등 절세계좌에서도 투자가 가능해 많은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ETF 시장의 성장으로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손쉽게 적은 금액으로도 분산투자의 효과를 누리고 있고, 개별주에 대한 공부 부담을 덜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ETF 시장의 성장에 따른 부작용 또한 존재한다.
바로 지나치게 다양한 ETF가 등장하면서 본래 ETF의 의미를 잃어버린 ETF가 생겼다는 것이다.
ETF는 존 보글이 주장했던 '인덱스 펀드'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는 존 보글의 철학이 담긴 인덱스 펀드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많은 수익을 안겨주었고, 이 인덱스 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하여 손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게 ETF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상장되고 있는 일부 ETF들은 이런 본래의 의미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 많다.
특정 섹터에 투자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던 ETF들은 점점 투자의 범위를 좁혀가며 특정 테마에 편승하게끔 만들어지고 있고, 레버리지 ETF들 또한 범람하며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고 싶어 하는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심지어 인버스 ETF 또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수가 상장되어 거래되고 있다. 이제는 섹터 레버리지 ETF, 테마 인버스 ETF 까지도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여기서 언급한 ETF들은 분산 투자의 효과도 없거니와 비용 또한 높은 경우가 많다. 표기된 보수율 자체가 높은 것들이 대부분이고, 표기된 보수율이 낮더라도 주가의 움직임 안에 녹아 있는 구조적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주가의 움직임을 2배, 3배로 쫓아가기 위해 파생 상품 계약이나 금융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운용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수수료나 이자가 주가의 움직임에 포함되는 것이다.
따라서 본래 ETF의 취지에서 벗어난 변형된 ETF들에 투자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ETF의 출발이 인덱스 펀드였다고 해서 인덱스 펀드에서 벗어난 ETF가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투자자의 선택권이 늘어난 것인 만큼, 주의해서 선택하고 투자한다면 나쁠 이유가 없다.
다만 SPY, QQQ 등의 ETF를 통해 'ETF 투자는 안정적이다'는 생각을 갖고 투자를 시작했다가 충분한 정보 없이 변형된 ETF에 손을 댄다면 예기치 못한 손해를 볼 수 있다.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일확천금에 도전하려는 게 아니라면, 개인투자자에겐 역시 '훌륭한 기업, 분산 투자, 장기 보유'가 가장 효과적인 투자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부합하는 훌륭한 ETF를 선택하고 투자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