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by 최진우

현대 자본주의가 품고 있는 독.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표현이다.
자본주의에서 인플레이션이 수행하고 있는 필수적인 역할, 긍정적인 영향 등이 있을지 몰라도 자본주의 속 개인에게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바로 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해야 한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라도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재화, 인건비 등의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상태를 말한다. 10년 전엔 짜장면 한 그릇에 얼마였는데 요즘엔 짜장면 한 그릇에 얼마라느니, 비싸서 못 먹겠다느니 하는 등의 푸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그리고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모두 인플레이션의 결과다. 집값, 인건비 등의 상승은 사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포함되지 않지만, 인플레이션과 매우 관련이 깊다. 경우에 따라 물가상승의 체감은 재화보다 집값, 인건비의 상승이 더 클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주요한 요인은 '통화량의 팽창'일 것이다. 통화는 돈, 정확히는 화폐를 말한다. 쉽게 바꿔 말하면, 돈이 많아져서 물가가 오른다.
(돈과 화폐는 다른 개념이지만 일상적으로는 혼용되기도 하므로 너그럽게 읽어주시길 부탁드린다.)




'돈'이란 무엇일까.
돈은 우리 삶 속에 매우 깊숙하게 들어와 있고, 현대엔 명확한 개체보다는 수치화된 관념적 대상에 가깝다 보니 의미에 대해 고민할 일 없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기 쉽다. 특히 최근엔 디지털화되어 실물 돈을 접할 일이 워낙 드물다 보니 더욱 그렇다.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숫자이든, 동전 혹은 지폐이든, 고대에 사용되던 조개껍데기이든 돈의 기본적은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


돈은 '교환의 매개체'이다.


물물교환에서 시작하여 각종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개인 간의 가치를 교환하는 데 사용하는 매개체가 바로 돈이다. 미용사가 고기를 사고 싶을 때마다 정육점 주인의 머리를 깎아줄 수는 없으니 머리를 깎아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두었다가, 정육점 주인에게 돈을 건네주는 대신 고기를 받는다. 즉, 각자가 가진 것을 직접 교환하는 대신 돈이라는 중간 단계를 거쳐서 가진 것을 내놓고 필요한 것을 취하게 된다. 이를 넓은 범주에서 본다면, 돈도 결국은 교환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다.

모든 물건은 저마다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다. 물물교환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제시한 물건의 가치가 엇비슷해야 한다. 구리 1kg으로 금 1kg을 구하려고 한다면 아무도 교환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물건의 가치는 같은 물건이라도 시대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은 넘쳐나고 구리가 부족한 세상이 온다면 구리 주인과 금 주인의 입장은 뒤바뀌게 될 것이다.
앞선 예시에서 금과 구리의 입장이 바뀐 이유는 무엇인가? 금은 많아졌고, 구리는 희소해졌기 때문이다. 물건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 물건이 많아질수록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구에 떨어진 운석이 오로지 하나뿐일 때 운석의 가치보다, 운석이 매일 하나씩 떨어질 때의 가치는 낮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 논리는, 돈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돈이 많아질수록 돈의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짜장면의 개수가 고정된 상황에서 원화의 양이 두 배로 늘어나면 짜장면과 교환하는 데 필요한 원화의 양도 두 배가 된다, 이론적으로는. 그리고 안타깝게도, 세상에 존재하는 돈의 양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특히 최근 2025년의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한민국의 화폐인 '원화'는 한국은행에서 발권한다. 한국은행에서 발권한 돈은 시중은행으로 흘러들어 가 유통되기도 하고, 한국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는 형태로 정부로 흘러들어 가 사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사용된 돈은 돌고 돌며 시중은행에 예금으로도 들어갔다가, 다시 대출로 흘러나오며 점점 돈이 늘어나게 된다.
물론 금리에 따라 돈이 다시 한국은행으로 되돌아가기도 하고, 정부가 국채를 되사오며 시중에 도는 돈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돈이 늘어나는 상황이 훨씬 많다고 한다. 끊임없이 늘어나는 것은 돈 자체의 속성이기도 하다.
늘어난 돈이 경제를 활성화시켜 생산된 물건의 양도 똑같이 늘어난다면, 그 물건을 구하기 위해 내놓아야 할 돈의 양도 변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물건의 생산량이 돈의 양과 같은 속도로 늘어날 수는 없다. 그래서 물가는 매년 평균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즉,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다.
더군다나 최근엔 양적완화, 복지 확대 등으로 그 속도가 더 빨라지는 듯하다. 우리나라에 돌고 있는 돈의 양은 (M2통화량 기준) 현재인 2025년 기준, 10년 전인 2015년에 비해 2배가 많아졌고, 최근 3년간에만 22%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돈의 양이 2배 늘어났다고 하여 물가가 2배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이 꽤나 많이 일어났다는 것은 굳이 수치를 찾아보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인플레이션은 화폐의 양이 늘어난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일어나진 않는다. 또, 인플레이션이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것도 맞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 인플레이션은 필수적이기도 하고, 오히려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이기도 하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돈이 늘어남으로써 현금의 가치가 계속 하락하게 되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면서 현금의 구매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 물가가 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로 자산의 가격도 오른다.
부동산, 주식, 금, 코인 등의 대표적인 자산들 또한 돈의 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르게 된다. 자산 가격의 상승은, 아직 자산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물가의 상승보다 더 뼈아프겠지만,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화폐 가치 하락으로부터 재산을 지킬 수 있게 해 준다. 흔히 상급지라고 하는 곳에 위치한 아파트의 가격이 꾸준히 올라왔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 아파트들의 가격이 왜 올라갔을까. 아파트가 시간이 지나며 더욱 고급스럽게 변한 것일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물론, 아파트 인근의 인프라가 좋아지며 실제로 더 좋은 아파트가 된 경우도 있겠지만 이미 인프라가 잘 갖춰진 아파트들의 가격 또한 꾸준히 올라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주식의 경우엔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꾸준히 가격이 올라오진 못했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이고, 대부분의 금융 선진국 주식들은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 왔다.
금 또한 마찬가지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금은 똑같은 금속이지만, 가격은 지난 100년간 200배 이상 상승했다. 금 자체의 활용성이 오른 영향도 있겠으나 그게 200배라는 수치를 만들 정도는 아니다. 금이 더 희귀해졌기 때문에? 아니다. 금의 채굴량은 오히려 1950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금의 가격이 200배나 오른 것은 화폐 가치의 하락과 관련이 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한시라도 빨리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

화폐 가치의 하락만큼, 혹은 그 이상 가격이 올라줄 수 있는 자산을. 큰돈이든 작은 돈이든, 필요 이상의 현금을 오랜 시간 갖고 있으면 화폐 가치 하락이 당신의 현금을 갉아먹게 된다.

장기간에 걸쳐 가격이 우상향 할 수 있는 자산을 확보하여 인플레이션을 헷징(Hedging)하는 것.
그것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독에 감염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해독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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