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함에서 무심해지기까지
옆 자리 동료가 던지는 눈빛, 타지 사는 동생이 남긴 부재중 전화의 의미, 오랜만에 만난 그가 굳게 다문 입술 뒤로 하려던 말……. 살아가다 보니 점점 무언가를 모르는 척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차라리 아예 모르고 있는 거라면 편하겠는데, 상대방의 의도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밖으로 향하는 신경을 애써 끌어와 붙잡아야 하고, 상대의 눈을 포커페이스로 응수해야 하니까.
원래 나는 굉장히 상대에게 민감한 사람이다. 누군가를 대할 때면 온 주파수가 상대에게 맞춰져 뭘 원하는지 쉽게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채워주는 사람을 만나기란 어려웠다. 그 간극만큼의 허무함이 서서히 나를 무심한 편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결정적으로 내가 굳이 무정(無情)해 지려는 것은 ‘여유가 없어서’다. 당장 눈앞에 쌓인 고민만 해도 산더미라 다른 이들의 짐을 같이 짊어져 줄 기운도, 마음의 공간도 내게는 없다. 자연스레 외부 자극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다 보니 어느새 나는 ‘개인주의적인 사람’이거나 ‘잘 캐치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억울하진 않다. 피곤함이 더해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기에.
사람들은 어떻게 소통하면서 사는 걸까? 그들에게도 나름의 고민과 처리해야 할 짐들이 있을 텐데 말이다. 방식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서로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의 사정을 돌봐 주면서 충전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나처럼 혼자서 기운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 체질은 좀 씁쓸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