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질투 사이
칭찬받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 않는가. 전 세계를 통틀어 칭찬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한 번은 회사에서 여자 상사 한 분이 나에게 “다리가 참 이쁘고 길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녀는 평소 성격 좋기로 소문난 분이었기에 그날도 분명 좋은 의도로 한 말일 텐데, 나는 몹시 부끄럽고 불편했다. 순간 얼굴이 빨개진 나는 간신히 웃으며 고맙다고 답하고는 화제를 돌리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고 고마운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나는 의심부터 든다.
‘이 사람이 왜 날 칭찬하는 거지?’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서 얻으려는 게 있는 건가?’
‘일부러 사람 많은 곳에서 칭찬한다는 건 나를 민망하게 하려고 그러는 건가?’
‘스스로 ‘큰 사람’으로 돋보이기 위한 도구로서 나를 이용하려는 건가?’
칭찬은 상대를 높이고 장점을 인정하는 말이다. 그 말 안에 순수하고 선한 의도가 배어 있으면 상대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칭찬을 싫게 느끼는 건 내 마음이 잔뜩 꼬여 있어서거나, 상대의 의도 자체가 이미 변질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자는 내가 스스로 극복해 봐야겠지만, 경쟁사회가 과열되면서 후자의 경우처럼 순수한 칭찬이 사라지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포트라이트 뒤편에는 언제나 그늘이 드리워지기 마련이다. 칭찬이라는 트로피를 받는 주인공이 있다면, 그를 제외한 나머지는 자연스레 들러리가 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이 상황이 달갑지 않은 입장에서 순수한 의도를 담아 누군가를 칭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칭찬을 빙자한 말속에 칼을 머금고 비틀어 상처를 주거나, 그것을 역으로 이용해 스스로를 높이려는 경우들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누군가를 칭찬해 본 적이 있던가. 사실 난 질투가 많은 사람이다. 그만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누군가에 대한 칭찬 장벽이 높다. 누군가의 능력을 인정한다는 것은 반대로 나의 낮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건데,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남들보다 몇 배의 용기를 내야 한다. 그 정도로 누군가를 칭찬하는 게 어렵다 보니 칭찬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믿지 못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