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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ticFox Aug 03. 2022

일기: 일산 해수욕장의 그 벤치

왜… 가끔 살다 보면 마음이 복잡하고 사라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던가?

최근 개인적인 일로 마음이 어지러워, 집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일산 해수욕장에 갔다.

일산 해수욕장에서 발견한 벤치

밤에 걷던 중 풀숲에 높여진 벤치를 발견하였는데, 위로 나뭇가지들이 낮게 드리워져있어

아늑하게 나뭇가지가 벤치를 햇볕이나, 비,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있었다.


호기심이 들어 그 벤치에 앉았는데, 그 높이가 절묘하여 벤치에 앉아있으면

누군가 내 머리 위로 손을 드리워주는 듯한 느낌을 느꼈다.


때마침 바람이 부니, 바람이 불 때마다 [부스스- 부스스-] 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뭇잎이 흔들렸는데

내 머리 위로는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 것이 없어, 굳건한 그 나무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꼈다.

또한, 바닷바람이 몸을 상쾌하게 감아올리는데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보통 바다의 바람은 습도가 높아 끈적하게 몸에 휘감기는 느낌이 드는데,

왜 시원한 감각만이 드는지를 고민하다 내 몸을 보니 열심히 운동한 덕에 땀범벅이었다.

아마 땀 때문에 습도에 대한 감각이 둔화되고 시원한 느낌만 든 것이리라…


그렇게 앉아서 조용히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벤치와 나무에게 고마움을 느끼던 중 문득, 나 자신이 웃겼다.

요 근래 복잡한 마음에 숨고 싶은 느낌이었는데, 이러한 사소한 것으로 긍정적인 감각을 느끼다니…

나 자신이 웃겼다.


멋쩍게 혼자 웃다가 벤치를 두 번 손바닥으로 토닥토닥 두드렸다.

그리고 조금 미안하지만 내 복잡한 마음은 잠시 여기에 맡길테니 잘 부탁한다고

다음에 내가 꼭 찾으러 오겠다고 마음속으로 벤치에게 부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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