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그렇게 찾아온다

그리움은 그렇게 찾아온다

by 조영환



그리움은 그렇게 찾아온다

굳이 밀어내지 않으려 한다.

늘 가슴속에 빛으로 머물러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머물 수 있는 시간이나마

많이 남아 있으면 좋겠다.



조금은 아득하다

빛바랜 추억은

한 겨울 눈발 날리듯

살포시 마음속으로 내려앉는다.

그리고 가끔 불쑥불쑥

의지와는 상관없이 슬며시 올라왔다 사라지며

그리움을 남기고 떠난다.

그리움은 그렇게 빛으로 와서

차곡차곡 가슴에 쌓인다.



아침저녁으로 새들이 찾아와

지지배배 지저귀며 마당에서 놀다 간다.

채소밭에 물을 주면 어김없이 새들이 깃든다.

시간이 되면 뻐꾸기도 노래를 부르고

또, 시간이 되면 희붐한 새벽하늘과 함께

쪽쪽 쪽쪽 쪽쪽 쪽쪽 쪽,

쪽쪽 쪽쪽 쪽쪽 쪽쪽 쪽

휘파람을 불며 산새도 찾아온다.

빛으로 머물러 있는 그리움은 그렇게 찾아온다.



보슬보슬하니 안개비가 내리는 어느 날 아침이다.

창문을 열고 마당을 내다본다.

보슬비는 나무를 적시고 나뭇잎으로 구른다.

그리고 방울방울 예쁜 물방울을 만든다.

방울방울마다 다른 사연이 있을 것 같다.

나뭇잎으로 구르는 물방울이 터지며

담겼던 사연이 쏟아진다.

빛으로 머물러 있는 그리움은 그렇게 찾아온다.



잔물결이 자글자글한 호수를 걷는다.

파란 하늘과 솜털 같은 하얀 조각구름이

잔잔한 수면 위로 살포시 내려앉는다.

속삭이듯 자글거리는 잔 물결은

그리움을 촘촘하게 그려내고

주름진 물결 사이로 깃든 그리움은

사뿐히 기억 속에 담긴다.

파란 하늘로 흐르는 물결은

솜털 같은 조각구름으로 깃든다.

빛으로 머물러 있는 그리움은 그렇게 찾아온다.



여름날,

천둥이 꽝꽝 울어대고 번개가 번쩍거리는

요란한 여름날이다.

빗소리를 따라 길을 나선다.

칠족령(漆足嶺) 먹장구름은 기세가 등등하다.

얼마쯤 빗속을 헤매고

잠시 정자각에서 비를 피한다.

타닥거리며 쏟아지는 빗줄기에

그리움도 함께 타닥거리며 떨어진다.

주룩주룩 내리는 빗물이 정자각 처마를 타고

그리움과 함께 흘러내린다.

빛으로 머물러 있는 그리움은 그렇게 찾아온다.



때론 커피 한 잔을 손에 받아 들고 떠난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았다.

꿈꾸듯 배회하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본다.

사람들은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한다.

어떤 사연인지 모르지만

어디서나 그렇게 마주 앉는다.

사람들은 그렇게 그리움과 마주 앉아 이야기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중이다.

빛으로 머물러 있는 그리움은 그렇게 찾아온다.



눈처럼 수많은 날들이 똑똑똑!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마음속에 소복소복 쌓인다.

소복소복 쌓인 눈을 헤집어 본다.

하나하나 꺼내고 다시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리움을 찾아낸다.

빛으로 머물러 있는 그리움은 그렇게 찾아온다.



빛으로 머물러 있는 그리움은

생각지도 못하는 사이

언제든 어디든 가리지 않고

알 수 없는 숙주와 함께

문득문득, 예측할 수 없는 모습으로

그렇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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