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눈밭 트레킹, 최적의 걷기여행 코스
겨울철 산행으론 누가 뭐라 해도 눈꽃이 아름답게 피는 설산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지 싶다. 국내 대부분의 명산은 겨울철 눈꽃 산행 적지이기도 하다. 철철이 계절마다 아름다운 우리나라 금수강산은 겨울철엔 서리꽃이 피어나며 겨울 왕국으로 변한다. 아름다운 겨울 산행의 백미는 단연 서리꽃이지만 서리꽃이 피어나지 않아도 여전히 아름다운,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의 멋진 겨울산은 전국 어디에서든 늘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셈이다. 그런 우리나라의 산하 중, 춘천 인근에 눈 덮인 겨울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임도 트레킹 코스가 있다.
춘천 서북쪽 인근 화학산 기슭에 집다리골자연휴양림을 끼고 이어지는 약 10㎞ 임도 트레킹 코스이다. 오르막 정상까지는 거의 모든 구간이 오르막이고 평지는 없다고 보면 된다. 산자락을 굽이돌아 구불구불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오르다 보면 웬만한 산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임도를 따라 걷는 트레킹이라고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겨울철 최적의 걷기여행 코스이다. 더욱이 눈이 10㎝ 이상 쌓인 상태의 지속적인 오르막 경사를 오르는 트레킹은 체력 소모가 상당한 것은 물론이고 끈기와 지구력이 요구되는 코스이다.
우리는 오전 10시경에 춘천 우두동 코아루 아파트 앞 공터에 집결, 차량을 나누어 타고 이동하여 휴양림 진입 전 지암리 버스 종점에 10시 30분경에 당도한다. 잠시 산행 준비를 마치고 트레킹 출발 기점으로 이동한다. 이번에 택한 트레킹 코스는 약 10㎞에 이르는 임도를 걸어 휴양림으로 돌아 내려오는 코스이다. 사람이 거의 다니질 않아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있는 임도를 따라 눈밭을 걷는 겨울 트레킹 코스로는 적극 추전 할 만한 코스이다.
준비를 마치고 천천히 이동하여 임도 출발 기점으로 이동한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하는 트레킹이다. 코끝이 시리고 맵싸한 추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추어야 제격이겠지만, 펄펄뛰는 40대도 아닌 우리에겐 겨울 날씨치곤 따듯한 편이었던 이날 날씨가 걷기엔 그만이었다. 움츠러들기 십상인 겨울에 친구들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눈 덮인 임도를 걸어 오르는 트레킹 코스,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는 겨울철 운동으로 이만한 운동도 없지 싶은 눈밭 트레킹을 떠난다.
이렇게 함께 운동하고 같이 여행하며 지지고 볶고 한 세월이 이미 20여 년이 넘어가고 있는 오랜 친구들이다. 트레킹에 앞서 단체 사진을 남기면서 마냥 즐거운 어린아이 같은 친구들과 그렇게 눈 덮인 임도를 따라 오른다. 사람들은 다가올 미래를 바라보고 나름의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과거의 추억을 끄집어내어 추억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필자와 필자의 친구들은 지금이 딱 그 시기이지 싶다.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젊은 시절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머리카락은 허예지고 눈도 침침하니 예전만 못하다.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 단 하나의 목표만이 남은, 어찌어찌하다 보니 초로의 길목에 들어선 셈이다.
임도 초입은 눈도 그리 많이 쌓이지 않았다. 따듯한 날씨에 녹아서이겠지만 듬성듬성 비루먹은 강아지 마냥 흙이 드러난 임도를 걸어 오르다 보니 어느새 쌓인 눈에 발목이 푹푹 빠지고 숨이 가빠 오는 것이 우리네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휴양림을 끼고 산굽이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임도는 끝없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눈 덮인 가파른 임도를 오르는 친구들의 숨소리는 점차 거친 쇳소리로 바뀐다. 경사가 더욱 가팔라지며 깔딱 고개에 이르러선 뒤에 쳐지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겨우내 내린 눈을 고스란히 받아 안은 소나무 가지가 여기저기 부러지고 꺾인 것을 보니 소나무의 겨울나기도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천정부지의 물가고에서 살아가는 팍팍한 사람들 인생살이 마냥 결코 만만치 않은 올겨울이다. 앞선 사람과 뒤처진 사람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면 쉬어 가기를 몇 차례 반복하고서야 오르막 정상에 다다른다. 지암리 종점 트레킹 기점에서 10시 40분에 출발하여 오르막 정상에 13시 40분에 도착하였으니 세 번을 쉬어 3시간 만에 오르막 정상에 다다른 셈이다.
임도 오르막 정상에서 잠시 요기를 하고 길게 쉬어간다.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짐승의 발자국만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겨울산은 비닐 막을 설치하고 버너를 켜고 볶음밥에 라면을 끓이는 친구들의 분주한 손놀림과 이야기 소리로 잠시 북새통이 된다. 친구들 간의 정도 그만큼 두터워지는 시간이지 싶다.
그렇게 휴식을 하며 커피까지 한 잔 끓여 마시고 주변 정리를 말끔히 마친다. 그리고 줄지어 다시 산을 내려간다. 발목까지는 잠기는 눈밭에선 앞에 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기에 저절로 줄이 세워진다. 뒤에서 보니 언젠가 영화인지 다큐에서 봤던 것처럼 마치 꽤나 높은 산을 오르는 것 같다.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날린다면 딱 악천후를 뚫고 히말라야를 오르는 원정대처럼 말이다. 나가다 보니 너무 나간 것 같다. 과장이 조금 과했다.
산을 오르내리는 일은 어느 때나 다 마찬가지이지만, 발목까지 잠기는 눈 덮인 산을 오를 때는 특히 오를 때 보다 내려갈 때 더 조심해야 한다. 오를 때 보다 체력 소모는 덜 되지만 눈 밑에 얼음이 있다면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집다리골자연휴양림 임도 트레킹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거의 반반 정도의 코스이다. 오르막 정상까지 3시간, 기점으로 원점회귀 2시간을 안배하여 쉬는 시간 포함하여 5시간 11분이 소요되었다. 이동거리는 10.4㎞이고 순 이동시간은 03시간 40분 소요된다. 우리 일행의 경우 휴식시간과 간단하게 요기하느라 정상에서 머문 시간이 길어졌다. 평균속도는 2.8㎞/h이다.
눈을 원 없이 밟아보는 겨울 산행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필자가 친구들과 함께 걸었던 집다리골자연휴양림 임도 트레킹 코스가 제격이지 싶다.
@thebc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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