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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환 Mar 12. 2024

[시] 몽돌에 새겨 넣은 해파랑길 DNA

몽돌에 새겨 넣은 해파랑길 DNA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바다

갯바위로 넘실거리며 마실 나온 은빛 물결

따스한 가을 햇볕에 꾸벅꾸벅 오수에 든 갈매기 한 쌍

자잘한 세상사와 멀찌감치 떨어진 또 다른 세상 몽돌해변

쪽빛 하늘엔 흰구름 오가며

그림을 그렸다 지우며

몽돌을 베고 누운 명실과 향순에게

어떤 그림이 좋은 지를 수없이 묻는다.



파도에 쓸리고 밀려 구르고 서로 부딪혀

몽돌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

차르르! 차르르!

쪼개지고 부딪쳐 갈리고 닦인

동글동글 몽돌의 노랫소리

차르르! 차르르!

몽돌이 쓴 수천수만 년의 이야기

바다로 나가 물꽃이 되어 돌아온다,



어쩌다 길 떠난 여인이 다가와

어쩜 이리 고울까 말하면

반짝이는 햇살 하나 새겨 넣고

그저 모르는 척, 차르르! 차르르!

어쩌다 길 떠난 여인이 다가와

어쩜 이리 예쁠까 말하면

수줍은 마음 또 하나 새겨 넣고

이번엔 청아하게, 차르라! 차르르!

훗날 새겨 둔 기억이 떠오를 때

또다시 차르르! 차르르!



동그란 마음 모양으로 갈리고 닦인 몽돌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게 뛰어노는

순백색 영혼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다  

어느 여인의 손길에 닿아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 쪽빛 하늘 구름에 걸어 두고

해파랑길 따라 떠난 그 여인 그리울 때

달빛 아래 은은하게 반짝이다

그리움이 되어 바다로 나간다.



반짝이는 고운 빛 얼굴로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가막가막 추억을 새겨 넣은 몽돌

따스한 가을 햇살이 되고

바닷물이 오가는 길목에서

커피잔에 보글거리는 촘촘한 거품처럼

파도가 넘실거리는 갯가에 쌓인 몽돌

예쁜 세상의 노래가 된다.



설핏설핏 하늘을 오가던 흰 구름은

그새 몇 장의 그림을 더 그리고

몽돌을 베고 누운 명실과 향순은

구름이 그려주는 가을날 그림이 된다.

따듯한 몽돌의 이야기는

그녀들의 몸으로 전해지고

가을날의 그림이 된 그녀들의 이야기는

알록달록 몽돌에 담긴다.

훗날 새겨 둔 가을날 그림 떠오를 때

또다시 차르르! 차르르!




멀고 먼바다에서

꿈을 따라 여행을 떠난 파도는

소리 없이

이름 모를 어느 해안에 닿아

거품처럼 흩어지고 또 흩어져

예쁜 물꽃 한 송이

몽돌에 남기고

그렇게 다시 바다로 떠난다.



듬성듬성 갯바위

꿈꾸는 고래가 되어

동그란 어촌 마을 해안을 따라 유영하고

갯바위에 내려앉은 갈매기

파도가 만들어 준 물꽃을 한 아름 받아 안고

고래의 꿈이 제 꿈 인양

몽돌이 들려주는 노랫소리에

꾸벅꾸벅 낮잠에 든다.



차르르! 차르르!

몽돌이 구를 때마다

새겼던 마음과 이야기를

푸른 바다와 쪽빛 하늘에 들려준다.

차르르! 차르르!

몽돌이 구를 때마다

눈물이 날 지경으로 아름답고 예뻤던

해파랑길 이야기를 들려준다.



몽돌에 새겨 넣은 파란 하늘의 그림,

몽돌에 새겨 넣은 고래의 꿈

그렇게 몽돌에 새겨지고 담겨

몽돌해변에 잠시 머물다

달그락달그락 세상이 흐르는 세월 속으로

추억이라는 선물을 남겨두고 떠난다.



몽돌에 새겨 넣은 푸른 바다의 이야기,

몽돌에 새겨 넣은 해파랑길 DNA

그렇게 몽돌에 새겨지고 담겨

몽돌해변에 잠시 머물다

보름달이 뜨는 어느 가을밤

달빛을 따라 달나라 여행을 떠난다.

@thebc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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