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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환 Feb 19. 2024

흔들리는 꽃으로 피어나리

흔들리는 꽃으로 피어나리/조영환



여전히 푸른 하늘을 향해 

은빛 꽃차례를 밀어 올리는 억새는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며 

흔들리는 꽃이 되고 


살포시 한 손을 뻗어 

흔들리는 은빛 꽃차례를 잡은

미연의 마음도

그렇게 흔들리는 꽃이 된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세상에 흐드러진 꽃들과 마주 보며 

한 장의 추억을 가을 하늘에 남기는 그도 

그렇게 가을 속으로 들어가 꽃이 된다. 


봉긋하게 올라온 나지막한 산도 

은빛 억새물결과 어우러져 흔들리는 꽃이 되고 

설핏하게 모습을 드러낸 푸른 하늘도 

흰구름과 어우러져 흐르는 강이 된다. 


그러고 보면 꽃이 아닌 게 없는 예쁜 세상이다. 

하늘도 구름도 은빛 억새 물결도 꽃인 것처럼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선 그녀와 그도 

그렇게 흔들리는 꽃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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