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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환 Jan 23. 2024

바람은 늘 대숲에 머문다

태화강 십리대숲

바람은 늘 대숲에 머문다/조영환



바람은 늘 대숲에 머문다.

늘 한아름 바람을 품어 안은 대숲엔

짙은 대나무 향기 묻어나는 바람의 노랫소리가 머물고

대숲으로 깃든 바람의 추억이 머문다.


바람은 늘 대숲에 그렇게 머문다.

바람의 속삭임을 거부하지 않고 품어 안은 대숲엔

길 떠난 나그네의 옛이야기가 추억이 되어 머물고

대숲으로 깃든 추억은 꿈처럼 머물며 쉬어 간다.


바람은 늘 대숲에 그렇게 머문다.

가지산 쌀바위를 떠난 바람을 살포시 품어 안은 대숲엔

태화강을 따라 바다로 떠나는 바람의 이야기가 머물고

대숲으로 깃든 태화강 이야기는 바람이 되어 바다로 떠난다.


바람은 늘 대숲에 그렇게 머문다.

늘 죽장망혜(竹杖芒鞋)로 천하를 주유하는 바람을 품어 안은 대숲엔

때론 휘어지지만 부러지지 않는 옛 선비의 기개가 머물고

대숲으로 깃든 선비의 기개는 푸른 바람과 함께 내일로 떠난다.


바람은 늘 대숲에 그렇게 머물다

때론 노랫소리로

때론 추억으로

그리고 때론 이야기가 되어

더러는 흩어지고

더러는 바다로 그렇게 떠난다.   



*가지산 쌀바위는 태화강의 발원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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