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것들은 아프기 전까지 보이지 않을까

러닝 중 발 바깥쪽 통증, 비골근을 처음 알게 된 이야기

by 김원상

달리기를 하다가 발을 다쳤다.

통증이 생긴 뒤 증상을 하나씩 짚어보니 위치는 발의 바깥쪽, 복사뼈와 제5중족골 사이였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달리다 보면 한 번쯤은 겪는 삐끗함일 거라고 생각했다. 며칠 쉬면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줄도 알았다.


하지만 통증은 예상보다 오래 남았다. 거의 2주 가까이 이어졌다. 걸을 때마다 신경이 쓰였고, 발에 체중이 실리는 순간에는 묘하게 힘이 빠졌다. 운동을 하면서 크고 작은 부상을 겪어왔지만, 이번처럼 은근하게 오래 남는 통증은 드문 편이었다.


특이한 점은 통증이 나타나는 방식이었다.

평소에는 아무 감각도 없던 부위인데 발로 몸을 지지하는 순간, 체중이 실리는 바로 그때에만 통증이 또렷하게 나타났다. 서 있을 때나 걸을 때, 방향을 바꿀 때마다 그 지점이 존재를 드러냈다. 그 전까지는 의식해본 적도 없는 작은 부위였는데, 마치 그곳이 내 몸을 떠받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더 찾아봤다.

증상과 위치를 기준으로 보니 가장 유력하게 보인 이름이 비골근이었다. 발의 바깥쪽을 따라 지나가며 발목을 안정시키는 근육으로, 달리기나 축구 같은 운동에서 다른 근육들과 협응하면서 발의 움직임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운동선수들이 종종 고생하는 부위라는 설명도 눈에 들어왔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 전까지 비골근이라는 근육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근육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발은 그냥 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작은 근육과 힘줄이 서로 협응하면서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움직임을 만든다. 우리는 그 구조를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2주쯤 지나 통증이 거의 사라질 무렵 다시 달리기를 해봤다.

몸의 감각만 놓고 보면 이미 다시 달릴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목표했던 거리까지는 가지 않았다. 달리던 중간에 멈췄다. 완전히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그 통증이 다시 재현될 것 같은 느낌이 스쳤기 때문이다. 몸이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 과정에서 묘한 생각이 들었다.

발이 내 몸을 지탱하고 있다는 감각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내 몸을 떠받치고 있던 구조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구조들이 평소에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다가왔다. 오히려 통증 없이 몸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새삼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몸은 문제가 생겨야 구조를 드러낸다.

그 전까지는 조용히 기능할 뿐이다.


이 경험을 조금 넓혀 생각해보면 비슷한 장면들이 떠오른다.

회사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동료,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친구 관계, 평소에는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 주변의 어떤 것들. 눈에 띄지 않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것들과 협응하며 전체를 지탱하는 존재들이다. 그 역할은 대부분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빠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 공백은 금세 느껴진다.


몸의 비골근처럼.


우리는 삶의 모든 구조를 알 필요는 없다.

다만 가끔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다. 많은 것들이 드러나지 않은 채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평소에는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통증이 사라지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 뒤에도 나는 가끔 그 작은 근육을 떠올린다.

발 바깥쪽 어딘가에서 다른 근육들과 조용히 협응하며 몸을 지탱하던 구조.


그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지만,

그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경험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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