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고귀한 일상에 숨을 불어넣다

<찬란하고 오색영롱한 삶으로 빛나길>

by 찬빛별


나는 알지 못했다.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

지금 어디 위에 서있는지?


정신 차려 아래를 내려다보니, 내 몸은 모래성 위에 간신히 외발로 버티고 서 있었다. 나를 힘겹게 받치고 있던 모래알들은 자신의 몸에 물기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우수수 흩어질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이것이 내가 원하던 삶인가?>

밤낮없이 숨 가쁘게 달음박질했다.

남보다 빨리 도착하기 위해 애썼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달리면서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어쩌나, 다치면 어쩌나, 남보다 뒤처지면 어쩌나 끊임없이 조바심이 났다. 가고 있는 방향이 이 길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는 되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고, 내가 원했던 방향이 맞는다며 스스로를 속였다. 결승선이 눈앞에 있으니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그러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전진이 아닌 퇴화였다.


쉼은 내게 사치였을까?

휴일조차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다. 아름답게 빛났던 순간의 추억은 파편이 되어 산산이 흩어졌고, 일상은 회색으로 뒤덮여 버렸다. 장거리 인생을 단거리처럼 살아내려 한 어리석음은 쇠사슬로 온몸을 옥죄었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내가 원하던 삶이었던가?



<찬란하고 오색영롱한 삶으로 빛나길>

인생에 속도가 뭐가 그리도 중요하단 말인가.

평생에 걸쳐 완성해야 할 퍼즐이 단숨에 완결될리 만무하고, 내가 알고 있던 결승선은 여러 장애물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제는 넘어질까 걱정하지 않는다. 상처 입을까 두려워하지도 않기로 했다.

걸림돌에 걸려 넘어진다 해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나 자신을 믿는다. 다만, 넘어져 다친 상처는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 외면하고 피했던 상처를 내 품에 고이 품어 잘 보살필 자신이 있다. 모든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 테고, 상처는 상흔으로 남아 내가 걸어 나아가야 할 길의 지팡이가 되어주고 안내자가 되어주리라. 평생 내 몸의 일부가 되어 나의 편이 되어줄 테니, 상흔 또한 내가 사랑하리라 다짐한다.


한 발짝 한 발짝 꾹꾹 내디디며 온몸으로 땅의 기운을 받아내리라.

타인의 속도가 나의 기준이 될 수 없고, 타인이 나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 뒤처진다고 불안해하지도, 앞서간다고 오만해하지도, 실패했다고 인생의 전부로 여기 지도 않겠다. 하늘과 태양의 따스함을 누리며 나의 길을 차분하고 꿋꿋하게 멈추지 않고 나아가리라 약속한다.


내 삶의 주인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힘들면 잠시 멈춰 서서 쉬었다 가려고 한다.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면 짐을 내려놓고, 머리가 복잡하면 바람으로 비워내고, 마음이 아프면 햇살로 쓰다듬어 주고,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도 하늘을 담는 기쁨을 누리기로 했다.

쉼이 삶의 자양분이 되어 마음의 여유가 풍성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작은 호흡들이 모이고 쌓여 일상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길 바란다.


나의 리듬을 조절하는 능력이 삶의 기본이 되길.

치열함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조급함으로부터 멀어지는 지혜가 인생의 바탕이 되길.

멀리 나아갈 수 있는 힘이 계속 자라나 하늘에 닿을 수 있길.

찬란하고 오색영롱한 삶으로 빛나길.


오늘도 깊고 긴 호흡으로 고귀한 일상에 숨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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