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면직으로 '나'를 들여다 본다.
2025년 3월.
나는 지금,
인생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크고 깊은 전환점 앞에 서 있다.
27년 2개월간 달려온 회사를,
본의 아니게, 비자발적으로 떠나게 되었다.
예고된 이별도 아니었고,
내가 원하는 선택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씁쓸했고, 허탈했고,
무언가 억울한 듯한 감정이 마음 한켠에서 울렁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이별은
절망보다도 ‘질문’을 안겨주었다.
“이제,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남은 인생, 대략 40년
(나의 계산법 인생1막 1~30세, 2막 31~60세, 인생3막은 61~100 세이다.)
지금 바로 재취업을 해서 일터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한 템포 쉬며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시작할 것인가.
나는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친 노사관계 전문가다.
대기업에서 임원으로도 일했고,
현장과 본사, 해외, 연구소까지 다양한 조직을 오가며
사람과 갈등, 문화와 리더십을 몸으로 부딪치며 이해해온 실전형 실무자였다.
하지만,
그 바쁘고 복잡했던 시간들 속에서
박사 논문은 늘 ‘나중에’로 미뤄둔 과제였다.
그 ‘나중에’가 바로 지금 찾아온 것 같다.
박사논문 마감 시한은 2029년.
지금 이 1~2년,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면
나는 더 이상 수료자가 아니라,
진짜 ‘박사’로서 강의하고, 책을 쓰고, 사람들과 삶을 나누는 새로운 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런 속삭임도 들려온다.
“지금 불안정한 시기에 다시 안정적인 일터로 가야 하지 않을까?”
“이제 와서 꿈만 좇는 건 아닐까?”
그 말들이 틀렸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이제 나는,
외부 상황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내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이 마음의 노트를 시작하려 한다.
단순한 감정 기록이 아니다.
이 노트는
‘비자발적 퇴직 이후의 심경 변화’를 있는 그대로 정리하고,
내 감정의 흐름과 생각의 소용돌이를 하나씩 탐색하는 과정이자,
앞으로 인생 3막을 어떻게 새로 설계해갈지 스스로를 실험해보는 여정이다.
회사에서의 삶을 내려놓은 지금,
이제는 ‘해야 하는 삶’에서 ‘하고 싶은 삶’으로 방향을 전환할 시간이다.
섭섭함과 아쉬움, 흥분과 두려움—
그 모든 복합적인 감정을 차분히 정리하며,
나는 진짜 나의 삶을 시작해보려 한다.
이 노트는 그 시작이다.
‘마음 노트 01’은 나의 첫 문장이며,
앞으로 이어질 수많은 마음의 파동들을 글로써 마주하고, 다듬고, 비추어볼 시리즈의 서문이다.
이 시리즈는
내 감정을 정화하는 도구이자,
비슷한 전환기를 마주한 누군가에게
잔잔한 공감과 작은 위로로 닿기를 바라는
한 사람의 삶에 대한 고백이자 기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