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의 새로운 무대를 찾고 싶다
요즘 들어 자주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갑자기 퇴직하게 되었을까?”
그 질문에는 억울함도 담겨 있고, 자기반성도 담겨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질문에 조금씩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나는 누구보다도 선도지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람이다.
변화와 혁신을 좋아하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늘 앞서 나가려고 했다.
게다가 내 커리어는 평범하지 않았다.
공장부터 본사, 해외 법인, 연구소까지—
어디서도 쉽게 겪을 수 없는 경험을 두루 섭렵했고,
그 과정에서 조직, 사람, 시스템에 대한 나만의 인사이트가 쌓였다.
그래서였을까.
조직 안에서 그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뭔가 '큰일'을 해보고 싶었다.
새로운 노사관계 모델, 선진적인 리더십, 건강한 조직문화 구축 같은,
그 누구보다 ‘진심 어린 비전’을 품고 움직였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하지 않았다.
기존 세력, 보이지 않는 벽, 변화에 대한 조직의 저항이
내 비전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결국 나는, 그 조직을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려 한다.
내가 너무 빨랐던 것은 아닐까?
조직이라는 울타리는 내 인사이트를 다 담기에는 너무 좁았던 건 아닐까?
돌아보면 나는 이미 방대한 콘텐츠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노사관계, 리더십, 조직문화, 변화관리…
이것은 단순한 ‘이력서의 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삶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는 실천적 자산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런 상상을 자주 한다.
한 회사에 속하지 않고, 오히려 다양한 조직을 도우며 살면 어떨까?
내가 가진 콘텐츠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 삶의 명예와 경제적 자립도 함께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길은 불확실하고 두렵다.
지금 바로 재취업을 선택한다면 당장의 안정은 확보되겠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
내 인사이트가 자유롭게 펼쳐질 무대는 또다시 미뤄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요즘의 고민은 이렇다.
3~4개월만 쉬고 바로 재취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1~2년을 나에게 투자하고, 박사학위와 1인 지식기업 기반을 다질 것인가?
지금은 분명, 인생에서 새로운 ‘설계’를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내가 가진 콘텐츠와 통찰을 사회와 공유할 방법을 고민할 때다.
조직의 일부로 일하는 삶에서, 조직을 바꾸는 존재로 살아가는 삶.
그 길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