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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노트 03. “왜 나는 더 성장하지 못했나?

“왜 나는 대기업 조직에서 끝까지 가지 못했을까”

by 사무엘

나는 조직에서 누가 봐도 열정 있고, 능력 있고, 다양한 경험을 갖춘 사람이었다.

현장을 알고, 전략을 알고, 사람을 이해하고, 시스템을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신이 이 조직에서 오래도록 살아남고, 결국 더 높은 자리까지 갈 것이라 믿었다.

그 믿음엔 어느 정도의 자신감과, 지금 돌아보면 오만도 섞여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대기업의 임원 조직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성과나 능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권력의 작동방식’이 있었다.

위로부터의 견고한 네트워크, 눈에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료 임원들의 질투와 경쟁심이라는 미묘한 감정의 벽.


나는 그걸 간과했다.

나는 내가 가진 ‘다름’, 혁신적인 아이디어, 남다른 통합적 시각, 현장경험에 근거한 인사이트, 변화와 혁신에 대한 다양성 추구 등을 자산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때로 기득권자들에게 위협이 되었다.

내가 발탁되고, 돋보이고, 성과를 내는 것은

그들 입장에서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는 일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었기에,

그들이 나를 견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읽지 못했다.

나는 조직의 미래를 보았고 내가 정말 열심히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만 집착했지, 내 위의 상사나 주변 동료들과의 네트워킹 형성에 부족했다는 반성을 해본다.


그 결과, 나는 조직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했고, 결국 그 무대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억울하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것마저도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깊이와 넓이를 더하는 값진 경험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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