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찍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요요기우에하라의 명물 돈까스집을 무조건 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전날 알람까지 맞춰 놓고 잤다. 저녁에는 식대가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또 점심 시간을 살짝 비낀 1시 즈음 느릿느릿 걸어서 도착했다. 딱 봐도 맛집 분위기가 났다. 감독이 추천한 히레까스를 메뉴에서 찾아내니 양이 단계별로 있었다. 나는 당연히 한 120g 짜리를 시켰는데 사람들 어찌나 양이 적은지 90 몇 그램 짜리를 주문하더라. 확실히 후기대로 육질이 부드러웠다. 돈까스광인 나로서는 한국에서도 많이 먹어 본 맛이긴 했지만 만족했다.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필요한 것들을 사고 보니 정말 현지인의 삶이었다. 들어와서는 또 침대에서 굴러다니다가 시간 있을 때 친구들이 부탁한 선물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고 무거운 몸을 이고지고 하라주쿠로 걸었다. 사람이 많아서 저번 여행 때는 끝내 착석에 실패했던 오모테산도 B-Side 스타벅스에 앉았다. 무려 흡연석... 추웠지만 안 추운 척 하면서 여유있게 담배를 피우고 일어섰다.
정처없이 이곳저곳 걸어다니다 보니 해도 지고 배가 고파졌다. 그런데 지나가던 길에 또 저번에 가지 못했던 스테이크동 집이 눈에 띄었다. 항상 도로변까지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집이지만 이날따라 줄이 전혀 없었다. 홀린 듯이 들어가서 스테이크동을 주문했다. 레어로 익힌 소고기가 밥 위에 가득히 올려져 있었다. 입에서 소비린내가 날 때까지 밥 한 톨을 남기지 않고 모두 먹었다. 돈까스에 스테이크동까지, 거의 유일하게 식사를 제대로 한 날이었다.
이날은 애석하게도 늘 가는 바가 쉬는 날이다. 그래서 도쿄 도착 첫날 가지 못했던 이자카야에 가기로 했다. 그 전에 시부야에 있는 카페에 들러서 잠깐 글을 써 볼 요량이었다. 그간 단 한 줄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페에 도착해 컴퓨터를 연 순간 배터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릴없이 한 시간 동안 핸드폰만 만지고 있었다. 카페를 나와 이자카야까지 걸어가며 또 만석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정말 행운의 날이었는지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주인상에게 우리가 인스타그램 친구임을 알리니 무척 신기해했다. 그러나 낯을 좀 가리는 분이었다. 음악 취향도 전혀 달랐다. 요새 유행하는 음악이 뭐냐니까 우리나라의 쇼미더머니 같은 프리스타일 랩 배틀 프로그램을 틀어줘서 무서웠다. 일본주는 처음 마시는데 마시는 방법이 멋있었다. 맛도 달짝지근한 것이 괜찮았다. 그러나 금방 취기가 올랐다. 괜히 모르는 수산물 안주를 시켰다가 비려서 못 먹을까봐 오토시를 주문했는데 무려 방어 사시미가 나왔다.
두 번째 잔을 마실 때쯤 다른 손님이 들어왔지만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상당히 조용한 분위기에서 두 시간 쯤 술을 마시고 나오는데 주인상이 귀여운 청주 캔을 선물로 줬다. 받아 들고 요요기우에하라에서 지난번 호시노 겐의 코이댄스를 춰 줬던 주인상이 있는 바에 가려고 했지만 밖에서 보니 만석인 듯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2차 안 가는 날도 있어야지... 하면서 취기와 함께 푹 잠들었다. 정말로 매일 술만 마시는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