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특별수사 : 사형수의 편지’
배우 김명민을 대중의 뇌리에 제대로 각인시켰던 작품은 지난 2004년 방송된 KBS 1TV ‘불멸의 이순신’과 2007년 MBC ‘하얀 거탑’일텐데요. 깔끔하고 이지적인 이미지와 선량하지만 강직한 눈빛으로 민족의 성웅부터 치열한 암투를 벌이는 엘리트 의사까지 완벽히 소화해 냈습니다. 또 유독 빛나는 옷맵시는 김명민이 연기한 변호사, 탐정, 지휘자, 연예기획자, 간첩에 이르는 다양한 전문직(?) 역할들을 돋보이게 만들었죠. 이 정도면 김명민을 ‘전문직 전문 배우’라 불러도 좋을 듯합니다.
영화 ‘특별수사 : 사형수의 편지’(이하 특별수사)에서는 경찰 출신 사건 브로커 필재로 분해 특유의 수트핏을 유감 없이 뽐냈습니다. 경찰 시절 수수했던 차림새는 브로커가 된 후 돈을 만지자마자 몹시도 화려하게 변했죠. 나쁜 놈이라기엔 그렇게 악독하지는 않고, 속물 같지만 가끔은 대의 앞에서 자신의 이익을 포기할 줄도 아는 인물입니다.
지난 5월 31일 진행된 ‘특별수사’의 기자간담회에서 본 김명민의 모습은 극 중 필재와 닮아 있었습니다. 특히 ‘근거 있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뻔뻔함이 그랬죠.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렇게 빈 자리 하나 없이 많이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취재진이 앉은 자리를 쓱 훑어 보더니, “아, 빈 자리가 뒤에 있구나. 플래시가 너무 많이 터져서요. 플래시가 많이 터지는 것 보니까 재밌게 보신 것 같네요”라고 너스레를 떨었죠.
그는 먼저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기술 시사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잘 나왔더라고요. 시나리오대로만 나오면 칙칙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라며 ‘셀프 디스’인지 만족인지 모를 발언을 해 웃음을 안겼습니다. 편집을 하면서 전개가 스피디해진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나요. 예상 외의 영화가 나온 것 같다며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만족감의 공을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게 전부 돌리는 겸손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출연 배우 분들만 봐도 관람 포인트가 됩니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긴 하지만 한 게 없고요”라며 김영애, 김향기, 김상호, 성동일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했습니다. 마치 가수들이 앨범 재킷에 ‘스페셜 땡스 투’를 쓰듯이 말이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모습은 큰 웃음을 줬습니다. 수트핏에 대한 칭찬이 나오자 “감사합니다. 수트핏을 유지할 수 있는 몸매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태연히 몸매 칭찬을 인정해 폭소를 자아냈죠. 또 극 중 액션 연기에 대해서도 귀여운 뻔뻔함이 이어졌습니다. 김명민은 “액션은 타고난 게 있지 않나 생각해요. 연기보다 액션을 좀 더 잘 하는 것 같습니다”라며 “오래 된 영화지만 저를 이민보낼 뻔 했던 안 좋은 영화가 있어요. ‘스턴트맨’이란 작품을 하면서 6개월 동안 익혔던 액션이 지금도 몸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액션 할 때 힘을 빼고 하는 고 정도 경지에는 오른 것 같습니다”라고 자기자랑을 늘어놨죠.
2000년대 이후 제작된 장르물 가운데는 드물게 속편까지 만들어진 ‘조선 명탐정’ 시리즈를 흥행시킨 그 답게, ‘특별수사’에서도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드는 캐릭터성이 충만했습니다. 이 영화의 필재라는 인물에는 기자간담회에서 본 그의 뻔뻔함까지 고스란히 묻어 있다 보니, 더욱 좋은 반응이 기대됩니다. 김명민의 이유 있는 자신감을 만든 ‘특별수사’는 오는 16일 개봉합니다.
[사진] ‘특별수사’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