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김상호, 新 ‘억울함의 아이콘’ 등극

영화 ‘특별수사 : 사형수의 편지’

by 나효진

배우 김상호. 이름은 정확히 몰라도 얼굴만 보면 “아~ 그 사람!”하고 무릎을 치실 분들이 많을 텐데요. 충무로의 대표적 감초 조연으로 20년이 넘는 연기 인생을 보낸 배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역할부터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 역까지 다양한 캐릭터로 존재감을 뽐내 왔습니다. 그가 영화 ‘특별수사 : 사형수의 편지’(이하 특별수사)로 돌아왔습니다.

김상호는 ‘특별수사’에서 졸지에 살인자로 몰린 택시기사 권순태로 분했습니다. 과거 영남제분 살인사건 등 실제로 일어난 끔찍한 이야기들을 버무려 탄생한 이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권순태는 몸과 마음에 지독한 상처를 입습니다. 온몸에 문신이 가득한 전과자 출신이지만, 딸 동현(김향기 분)을 혼자 키우며 개과천선하게 된 권순태는 우연히 대기업 며느리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게 됩니다. 극 중 대부분의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내며 무자비한 폭력을 당하기도 합니다.


지난 5월 31일 열린 ‘특별수사’의 기자간담회에서 김상호는 촬영 당시의 상황들을 가감 없이 전했습니다. 조용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은 언뜻 과묵해 보였지만, 이따금씩 던지는 한 마디가 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곤 했습니다. 그는 “촬영 들어가면서 했던 각오가 ‘맞아 죽지만 말자’였습니다. 다행히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첫 인사를 건네 폭소를 자아냈죠.

영화에 20대 남성이라곤 등장하지 않는 탓에 ‘아재 파워’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습니다. 특히 김상호가 ‘특별수사’에서 선보인 액션은 ‘저러다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리얼해 모두를 놀라게 했죠. “두 번 이상 목이 졸리셨는데, 목이 늘어난 것 같이 느껴진다”는 취재진의 너스레에 김상호는 “진짜 죽을 뻔했습니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movie_image (6).jpg


그는 “연기로는 그게 나올 수 없습니다”라며 “링거 줄로 목을 맬 때는요. 감독님이 컷을 안 합니다. 아주 훌륭하십니다. 오줌 쌀 뻔 했다고 말 하니까 한 번 더 가자고 하더군요. 죽여버리고 싶었습니다”라고그야말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습니다. 격한 농담이 신경쓰였는지 “저는 권종관 감독님을 존경합니다”라고 덧붙인 그는 “감독님이 참을 수 있을 때까지만 하라고 했는데, 배우기 때문에 컷 소리가 떨어져야 그만두는 버릇이 있어서 힘들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영화 속에서 그를 지독히도 괴롭혔던 김영애는 “원래 컷 잘 안 하세요”라고 거들어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특별수사’에서 김상호가 겪는 모든 시련은 전부 억울하게 발생합니다. 그의 의지라고는 1그램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모두 그를 이용해 욕심을 채우려 들죠. 죄를 뒤집어 쓰고, 갇히고, 맞고, 칼에 찔리고… 이쯤 되면 새로운 억울함의 아이콘으로 등극할 듯도 한데요. 이에 대해 김상호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찍기 전부터 제작진과 가장 많이 상의했던 게 그것이었어요”라고 운을 뗐습니다. 그는 “영화 속 순태가 처한 상황이 관객들에게 공개됐을 때 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억지라고 느끼면 안 되는 것이니까요. 그의 선택 하나하나가 관객들에게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한 억울함의 연쇄가 영화적이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듯하네요.

김상호가 몸과 마음을 던져가며 관객들을 납득시키려했던 사연은 과연 무엇일까요? 오는 16일 개봉되는 ‘특별수사’에서 확인해 보시죠.


[사진] ‘특별수사’ 스틸컷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