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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톱배우는 톱스타 연기도 잘 한다

영화 ‘굿바이 싱글’

by 나효진

지난 9일 열린 영화 ‘굿바이 싱글’의 기자간담회장 열기는 몹시 뜨거웠습니다. 두 주연 배우 김혜수와 마동석, 그리고 김태곤 감독이 회장에 들어서자마자 엄청난 셔터 소리와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죠. 상업 영화이긴 하지만 최근 개봉한 작품들 가운데는 규모가 작은 편인 ‘굿바이 싱글’을 향한 관심이 다소 이례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김혜수’라는 이름이 갖는 가치를 잠시 잊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듯했습니다.


1986년, 열일곱의 나이로 데뷔한 김혜수는 30년이 넘는 세월 단 한 번의 부침도 없이 톱스타이자 톱배우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항상 뭇 남성들의 연인이었고, 가장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스타일로 여성들의 ‘워너비’로도 자리매김했습니다. 여성 영화인들을 위한 목소리도 꾸준히 내고 있죠. 남녀노소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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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는 ‘굿바이 싱글’에서 온갖 찌라시와 스캔들의 주인공인 톱스타 고주연으로 분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실제 김혜수 본인과 비슷한 역할을 맡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우리가 아는 배우 김혜수의 이미지와 고주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배우라는 점만 빼고는 전혀 다릅니다. 고주연은 한없이 철없고 이기적이며, 자기 멋대로에 고집도 세죠. 외로움은 많이 타는데 자존심은 세서 자신을 어린애처럼 돌봐 주는 주변인들에게도 함부로 대합니다. 하는 짓만 두고 봤을 땐 ‘진상’에 가깝다고나 할까요?


워낙 연기 경력이 길다보니 코믹한 배역도 능숙히 소화해 왔던 김혜수지만, 대중에게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정평이 나 있는 배우입니다. 고주연처럼 닮은 듯 상반된 캐릭터를 선뜻 맡게 된 배경이 궁금해졌죠. 이에 대해 김혜수는 “‘차이나타운’ 이전에 결정했어요. 제작시기가 좀 늦어졌고, ‘시그널’ 찍기 전에 촬영을 마쳤죠.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이야기 자체 때문이었습니다.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유쾌한 형태로 그렸고, 진정성을 다해서 따뜻하게 담아내려는 의지가 보여서 그 점에 끌렸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고주연과 자신의 닮은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고주연이라는 인물 자체가 20년 이상 톱스타 자리를 유지해 온 배우예요. 저도 오랜 기간 같은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어서 친숙했죠. 사실 ‘같은 배우인데 유사한 점이 뭘까’라는 생각 보다는 이 캐릭터에 최대한 동화되려 했습니다”라고 밝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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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김혜수가 ‘굿바이 싱글’에서 처음으로 임산부 연기를 펼쳤다는 점입니다. 봉긋하게 오른 배를 안고 연기를 하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을 텐데요. 김혜수는 “사실 영화에서 하는 대부분의 역할들이 처음인 게 맞는 것 같아요. ‘굿바이 싱글’에서는 작위적 임신을 하기 때문에 임산부를 연기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임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임산부는 임산부인데, 가짜로 임신을 한 척 하는 역할이니 그야말로 ‘연기를 위한 연기’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임신이나 성형 부작용 설정 때문에 특수 분장을 했는데, 제가 배우이다 보니 작품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이점인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습니다. 30년 동안 수많은 옷들을 바꿔 입었지만, 그럴 때마다 늘 새로운 모양입니다. 그는 “임신하면 어떨까 상상하기도 했어요. 배 모양 틀은 실제 과학적으로 현재 김혜수의 몸이 임신을 한다면 이 정도 크기가 가능하다는 베이스를 가지고 제작됐어요. 밀체감과 일체감이 좋았고, 잠깐씩이라도 임신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죠”라며 웃었습니다. 다소 파격적인 설정들도 유쾌하게 받아 들일 수 있을 만큼 즐거운 촬영 현장이었던 듯했습니다.


이날 김혜수는 물론이고 회장의 모두를 폭소케 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철딱서니 없는 고주연 역할을 소화하며 참고한 실제 여배우가 있냐는 것이었죠. 김혜수는 “질문이 너무 예리해요”라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동안 했던 역할 중에 단연 주책이고 최고로 철없는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 보면서 정말 딱 떠올랐던 배우가 있어요. 하지만 얘기할 수 없어요. 제 마음 아시죠”라며 다시 한 번 까르르 웃었습니다.


정말 속정이 많고, 단순하고, 많은 걸 생각하지 않고, 오해하면 이기적이라 느낄 수 있는 정말 맑은 연기자. 김혜수의 힌트는 여기까지였습니다. 누군지 짐작이 가시나요? 29일 개봉하는 ‘굿바이 싱글’을 보며 함께 상상해 보시죠.


[사진] ‘굿바이 싱글’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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