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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될성 부른 떡잎

영화 ‘굿바이 싱글’

by 나효진

‘김현수’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떤 얼굴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제일 유명한 사람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야구 선수일 듯합니다. 배우 김현수도 여러 명이고, 가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김현수 가운데 최근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단연 아역배우 김현수입니다.


아직은 김현수가 익숙지 않은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지난 2011년 데뷔한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 보면 의외로 굵직한 작품들로 꽉 차 있습니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신세경 아역,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 아역을 비롯해 ‘도가니’·‘더 파이브’ 등 영화에서도 눈에 띄는 역할들을 맡아 왔죠. 이제 김현수가 누구인지 조금은 기억이 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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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는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굿바이 싱글’을 통해 김혜수·마동석·김용건 등 쟁쟁한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주연으로서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중학생 단지 역할인데요. 덜컥 임신을 하는 바람에 인생 최대의 혼란을 겪는 캐릭터입니다. 또 밖에서는 당돌하지만 유일한 가족인 언니에게 버림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가여운 아이죠.


이 인물은 김현수도 여태 많이 연기해 봤을, 영화나 드라마 속 그 나이대 여자 아이들의 성격 그대로를 답습하는 듯도 보입니다. 임신한 10대의 이야기는 영화 ‘제니, 주노’나 ‘주노’를 통해서도 그려졌기 때문에 그렇게 신선하지만은 않죠. 언뜻 평면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려낸 것이 김현수의 연기력이었습니다. 평범한 순간들을 평범치 않게 보이도록 연기하는 그의 모습에는 상황과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수반된 것 같았습니다.


지난 9일 열린 ‘굿바이 싱글’의 기자간담회에서 김현수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함께 작업한 감독과 배우들은 그의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늘어놨습니다. 먼저 김혜수는 그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현수 너무 잘 했죠”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김혜수는 “오늘 영화 처음 봤는데, 심지어 저랑 현수랑 닮아 보이더라고요. 현수는 아직 많은 것들을 보여주지 않은 배우지만 놀라운 면이 있어요”라며 “어린 배우지만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건, 현수는 진짜 감정을 느끼지 않으면 연기하지 않아요. 배우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죠”라고 김현수를 극찬했습니다. 또래에 비해 천진하고, 단 한 순간의 거짓도 없는 맑은, 그리고 무서운 배우라는 설명이었는데요. 현재 열일곱 살인 김현수를 보며 김혜수는 1986년 17세의 나이로 데뷔했던 자신을 떠올렸다네요.


그런가 하면 ‘더 파이브’부터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 ‘살인자’에 이어 ‘굿바이 싱글’로 김현수와 세 번째 호흡을 맞춘 마동석 역시 김현수의 연기에 엄지를 치켜 올렸습니다. 마동석은 “김현수양은 저랑 세 작품 째 함께 하는데, 시사회에서 현수가 영화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살인자’나 ‘더 파이브’는 관람등급 때문에 어린 김현수가 보지 못했다네요. 그는 김현수가 더 훌륭한 배우가 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김태곤 감독은 “단지 역을 캐스팅하면서 걱정했던 부분은 가짜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가장 실제감 있는 캐릭터라서 현수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고 생각했죠”라며 김현수 덕에 ‘굿바이 싱글’의 진정성이 확보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현수와 있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했는데요. 감독은 김현수가 우는 장면에서 좀 더 오열했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했었는데, 김현수는 자신이 준비했던 것이 그게 아니라 잘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편집을 하다 보니, 김현수의 캐릭터 해석이 옳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네요. 그래서 김현수에게 ‘네가 맞았다’는 내용의 편지까지 썼다는데요. 이에 김혜수와 마동석은 “감독님한테 편지 받은 적 있냐”며 장난스레 눈을 흘겨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김현수는 무려 500:1의 경쟁률을 뚫고 단지 역에 낙점됐다는데요. 영화를 보면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느끼실 수 있을 듯합니다. 감정의 진폭이 매우 큰 역할임에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힘을 가진 김현수, 과연 될성 부른 떡잎이라 해도 좋겠네요.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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