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봉이 김선달’
이제는 굳이 영화 ‘집으로’의 깜찍한 꼬마 시절을 언급하지 않아도 배우 유승호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1993년생인 이 젊은 배우의 필모그래피는 성인이 된 후에도 내실있게 채워지고 있는 중이니까요.
유승호가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있는 분야는 사극입니다. SBS 드라마 ‘무사 백동수’부터 MBC ‘아랑사또전’, 영화 ‘조선마술사’까지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속에서 특유의 귀공자 이미지를 뽐냈죠. 정확히 짚자면 정통 사극 보다는 퓨전 사극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봉이 김선달’입니다. 유승호는 이 영화에서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 구전 설화 속 인물을 연기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캐치 미 이프 유 캔’ 속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감쪽 같은 변장술을 쓰며 조선 팔도에 사기를 치고 돌아 다니죠.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유승호의 여장이었습니다. 꽃가마를 탄 채 고운 색동 한복을 입고 윙크를 하는 유승호는 여심에 남심까지 홀립니다.
지난 21일 열린 ‘봉이 김선달’의 기자 간담회에서 유승호는 극 중 소화했던 변장에 대한 모든 것을 털어놨습니다. 그는 느릿한 말투로 “변장은 색다른 경험이었고 정말 재밌었어요”라며 “보셨을 진 모르겠지만 연기를 할 때 디테일을 살려 변장을 하고도 김선달이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라고 밝혔죠.
여장에는 본인의 아이디어가 투영됐다는데요. 유승호는 “가장 많이 콤비를 이루는 고창석 선배님, 감독님과 최대한 재밌는 장면을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라며 “여장하고 윙크하는 장면 있잖아요. 사실 그런 설정은 없었는데요. 그때 한창 제가 코믹에 욕심이 있었나 봐요. 왜 했는지 저도 모르겠는데, 제가 윙크를 날렸어요. 영화에 쓰실 줄은 몰랐는데 감독님이 마음에 드셨나봐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승호는 앞서 진행된 ‘봉이 김선달’ 제작 보고회에서는 여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었는데요. 영화를 보고 나니 조금은 생각이 바뀐 모양입니다. 그는 “오늘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괜찮았던 것 같아요”라며 “제가 듣기로는 대동강 댐이 터질 때 들인 CG보다 저를 예쁘게 보이게 하기 위한 CG에 더 공을 들이셨다는데요. 제가 찍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조금 어색하긴 하네요”라고 웃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대민 감독은 “사실 유승호의 여장은 몽타주로 한 컷만 들어가는 거였어요”라며 “승호가 시나리오를 보고는 욕심 난다고, 이때 아니면 여장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씬으로 촬영을 했습니다. 시비 걸 때 쉐도우 복싱을 했던 것도 승호 아이디어예요”라고 추가 답변을 하기도 했죠.
유승호는 ‘봉이 김선달’에서 대선배 조재현과 맞서는데요. 조재현은 청의 권력을 등에 업고 조선의 최대 권력가로 군림한 성대련으로 분해 유승호와 사사건건 갈등을 빚습니다. 두 사람이 1:1로 마주 보며 대사를 주고 받는 장면에서는 불꽃이 튄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유승호는 “기가 많이 죽은 것도 사실이지만, 점점 조재현 선배님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됐어요. 무뚝뚝하신 것 뿐이지 무섭거나 겁을 먹어야 하는 선배님은 아니셨고, 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장난도 많이 쳐 주셨습니다”라며 현장 분위기를 증언했습니다. 그 덕에 유승호는 김선달로서 성대련이라는 인물에 지지 않도록 여유있는 모습을 표현할 수 있었다네요.
‘봉이 김선달’에서는 유승호와 또래인 아이돌 그룹 엑소의 시우민이 영화 첫 도전을 해냈는데요. 유승호는 처음에 시우민이 자신보다 세 살 많다는 것을 몰랐다고 합니다. 사진만 봤을 때는 동생이겠거니 생각했다네요. 그는 “처음 만났을 때는 눈매가 날카롭고 해서 조금 겁이 났는데, 촬영하면서 이야기해 보니까 장난기가 많은 눈매더라고요. 그냥 동네 형 같이 장난치는 것 좋아하고, 활달했어요. 극 중에서도 민석이 형이 애교 넘치는 동생처럼 견이 역할을 잘 해 줘서 저도 형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었죠”라고 전했습니다.
좋은 배우들과의 찰떡 같은 호흡으로 다시금 코믹 연기를 시도한 유승호는 “촬영하는 순간에도 즐거워요”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코미디 장르의 미덕을 밝혔습니다. 이번 현장에서는 처음 느껴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는데요. 관객들이 웃어 주는 것 자체가 힘이 된다는 군요. 그의 마음이 관객의 마음과 같다면 좋겠네요. 오는 7월 6일 개봉하는 ‘봉이 김선달’에서 작정한 유승호의 코믹 변신을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
[사진] ‘봉이 김선달’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