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
배우 조진웅이 또 한 번 악역으로 돌아왔습니다. tvN ‘시그널’의 순정남 이재한의 정의감 넘치는 눈빛이 아직도 선한데, 영화 ‘사냥’에서는 똑같은 경찰임에도 지독한 악당을 연기했죠. 게다가 그는 ‘사냥’에서 박동근/박명근 쌍둥이로 분해 첫 1인2역에 도전했는데요. 이는 곧 극 중 악랄하기 짝이 없는 ‘나쁜놈’이 두 명이나 된다는 소리기도 하네요.
보는 이들로서는 퍽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막상 영화 속 조진웅을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바보 같은 착한 남자부터 지옥에나 떨어졌으면 싶을 악한까지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를 골고루 맡아왔던 터라, 조진웅의 ‘단짠단짠’ 필모그래피를 아는 사람이라면 ‘사냥’의 그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합니다. 단지 앞머리를 올리고 내리고의 차이일 뿐인데, 같은 사람이 연기했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캐릭터 소화력 덕이겠죠.
조진웅은 지난 23일 열린 ‘사냥’ 기자간담회에서 1인2역에 도전한 소감을 전했습니다. 그는 “쌍둥이라서 크게 준비한 건 없어요. 산에 올라가 작업하는 자와 산 아래서 같이 쫓는 자의 시점이 좀 달랐을 것 같습니다”라며 “톤이나 분장, 효과 같은 외부적 장치의 도움을 받았고요. 명확하게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 처한 사람과 이를 관망하고 있는 사람, 이 차이점이 가장 크게 느껴졌습니다”라고 밝혔죠.
이우철 감독은 조진웅이 맡은 동근/명근 쌍둥이를 경찰로 설정한 것에 대해 “사건을 덮기 용이한 지점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라며 “산 아래서 상황을 조망하는 명근은 절대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동근이란 역이 악으로 치닫는 변화를 보여 주려면 거울 같으면서도 상반된 모습이 필요하겠다 싶어 쌍둥이로 설정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냥’을 통해 ‘착한 남자’에서 잔인한 캐릭터로 180도 이미지 변신을 한 권율처럼, 조진웅 역시 ‘시그널’의 훈훈한 형사라는 옷을 급히 벗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인의 연인이었던 그였기에, 아쉬움이 남지 않았을까 궁금했죠. 조진웅은 “같은 경찰인데 참 그렇죠”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데 배우가 뭐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 거죠. 동근과 명근은 참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산이란 공간이 사람을 악하게 만들어 갈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라고 덧붙였죠.
훈남 이미지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그는 손사레를 쳤습니다. ‘사실 그런 것 없었다’는 주장인데요. 조진웅은 “예전에 식당에 갔는데 사장님께서 ‘악역 제발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전 배우인데 작업하지 말란 소리인가? 했지만 일단 알겠다고 하고 도망치듯 나왔었어요. 배신감을 느끼실 수도 있으니까”라며 웃었습니다. 배우로서 캐릭터에 전념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고, 못된 역인데 덜 못 되게 나오면 아쉽고. 이게 조진웅의 진짜 마음이라네요.
선과 악을 다채롭게 넘나들어온 조진웅이 캐릭터에 완벽히 빠져들어서 ‘놀았다’고 언급할 정도로, ‘사냥’의 동근과 명근 쌍둥이는 매력적입니다. 29일 개봉과 동시에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사냥’, 적어도 조진웅은 믿고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사진] ‘사냥’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