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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딸’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두뇌 액션

영화 ‘제이슨 본’ 알리시아 비칸데르

by 나효진

알리시아 비칸데르, 데뷔작 ‘퓨어’를 들고 부산을 찾았을 때만 해도 낯선 댄서 출신 스웨덴 배우였습니다. 그런 그가 첫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로 ‘제이슨 본’을 만났습니다.


지난 6년간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성장은 그야말로 괄목할 만했습니다. ‘로얄 어페어’에서 매즈 미켈슨과의 사극 연기로 세계 영화 팬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안나 카레니나’, ‘제5계급’으로 그럴 듯한 필모그래피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A.I.(인공지능) 에이바로 분한 ‘엑스 마키나’로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연기파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죠. 최초의 트렌스젠더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의 헌신적 아내 게르다로 변신한 ‘대니쉬 걸’을 통해서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등을 휩쓸며 단연 2016년의 최고 기대주로 떠올랐습니다. ‘제이슨 본’이라는 최고의 프랜차이즈가 비칸데르를 선택한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네요.


9년 만에 귀환하는 제이슨 본을 환영하듯 한국에서의 취재 열기는 몹시 뜨거웠습니다.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제이슨 본’의 기자 간담장은 취재진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습니다. 그래서인지 질의 응답 시간 전 진행된 포토타임에서 비칸데르는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이슨 본 역을 맡은 맷 데이먼이 입을 열자마자 “감사합니다”라며 한국말로 인사를 하자 분위기는 금세 훈훈해졌고, 비칸데르 역시 한국말 인사를 선보이며 어색함을 지워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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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했듯 비칸데르는 이번이 두 번째 내한인데요. 그는 이에 대해 남다른 소회를 털어놨습니다.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되서 행복합니다. 처음 출연한 영화 ‘퓨어’로 2010년 부산영화제를 찾았는데, 제 첫 국제영화제이기도 했죠. 감독님은 당시 출산 때문에 같이 오지 못해서 저 혼자 왔었는데도 따뜻한 환대를 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며 한국과의 인연을 설명했습니다. 간담회 전날도 한국의 여러 곳을 관광하고 맛있는 음식을 맛 볼 기회가 있어서 무척 기뻤다네요.


특히 지난 2010년 부산에서 자신과 인터뷰를 했던 기자가 이를 언급하자 비칸데르는 그를 꼭 짚어 “Love to meet you again!”이라고 말해 다른 취재진의 부러움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칸도 가 본 적 없는 상태에서 처음 간 국제영화제가 부산이었는데, 국제영화제의 환상을 그대로 실현시켜준 곳이었어요. 한국에 다시 오게 되기까지의 6년이 빨리 간 것 같기도 하고 느리게 간 것 같기도 한데 운 좋게 그 동안 계속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지난 6년 간의 근황을 전했습니다. 그를 데뷔시킨 리자 랑세트 감독과는 한 달 후 다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네요.


비칸데르는 ‘제이슨 본’에서 새로운 캐릭터 헤덜리 역을 맡았습니다. 댄서 경력이 있기도 하고, 워낙 몸을 잘 쓰는 배우인데다가 그 ‘제이슨 본’이다 보니 엄청난 액션 연기를 펼치지는 않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나 극 중 비칸데르의 액션은 없다네요. 대신 뒤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고 대단한 권력을 휘두른다는데요. “현장 나가서 손을 더럽히는 일은 남들 시키는 역할입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 헤덜리는 CIA 사이버 리서치팀 요원인데요. 비칸데르는 “12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을 것 같은 직업인데 세상이 그만큼 변한 것 같아요”라며 “사이버 분석가로 일하는 전문직 여성이 거대한 권력 기관 내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신세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새로운 형식의 전쟁, 그리고 감시체계와 관련된 업무 맡고 있는 여성입니다. 개인의 동기 의지 감추고 있는 신비로운 인물이기도 하고요. 흥미로운 캐릭터 연기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는데요.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돋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제이슨 본’의 아버지인 폴 그린그래스 감독을 비롯한 오리지널 스태프, 그리고 최고의 배우 맷 데이먼과의 협업을 하게 된 특별한 경험에 대해서는 “그들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습니다다”라고 밝혔습니다. 원래 ‘본’ 시리즈의 팬이라는 비칸데르는 세트장에 처음 갔을 때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자신을 꼬집기도 했다네요. 그는 특히 맷 데이먼의 개인적 팬이라고 밝히며 “Funny Guy”라고 말해 옆자리에 앉아 있던 맷 데이먼의 폭소를 자아냈죠.


비칸데르가 맷 데이먼, 감독과 촬영을 하며 공유했던 정서는 ‘기본적으로 영화는 재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는데요. 찍는 사람들도 즐겁고 보는 사람들도 즐거운 영화가 만들어 졌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드네요. ‘제이슨 본’은 오는 27일 개봉됩니다.


[사진] ‘제이슨 본’ 스틸컷, 내한 기자회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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