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방지 요정으로 변신한 리암 니슨

영화 ‘인천상륙작전’ 리암 니슨

by 나효진

최근 해외 스타들의 반가운 내한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습니다. 7월이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올 달에만 ‘제이슨 본’의 맷 데이먼과 알리시아 비칸데르, ‘나의 소녀시대’의 왕대륙, 그리고 ‘인천상륙작전’의 리암 니슨까지 한국을 방문했죠. 이 가운데 리암 니슨의 내한은 단연 특별합니다. 스타들이 외화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우리나라 영화의 출연자로서 국내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몹시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13일 열린 ‘인천상륙작전’의 기자간담회에는 엄청난 취재진이 참석했습니다. 팬미팅 현장도 아닌데 조금만 늦었다가는 리암 니슨의 코빼기도 보기 힘들 만큼 기자들이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을 다루고 있는 영화기도 하고, 그 리암 니슨이 맥아더를 연기한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한 듯했습니다.


리암 니슨은 이날 첫 인사로 “한국을 다시 찾게 되어 영광입니다”라고 말한 뒤 이재한 감독, 정태원 대표, 배우 이정재 등을 차례로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표현했습니다. 과거 리암니슨은 인천의 자유공원에 위치한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찾기도 했는데요. “방문할 때 갑자기 긴장이 됐습니다”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리더니 “많은 영감을 받았고 그를 추모할 수 있는 것도 영광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내한 계기에 대해서는 영화 ‘대부’의 대사를 인용, “이재한 감독이 제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죠. 그러면서 “너무나도 높은 산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처음 이 영화를 찍을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첫 번째 한국 영화로 ‘인천상륙작전’을 고른 리암 니슨은 “항상 한국전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라며 “미국이나 영국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잊힌 전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는 배우가 되기 전에도 이 전쟁에 대해 관심을 두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이 세계사 속에서 갖는 중요성에 흥미를 느꼈다는데요. 그래서인지 인천상륙작전의 주역인 맥아더라는 전설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인물을 제안 받았을 때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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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극 중 맥아더 장군을 연기하기 위해 많은 조사와 독서를 감행했다면서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르는 책을 읽게 됐는데, 논란이 많은 맥아더를 매우 잘 표현한 책”이라고 전했습니다. 맥아더를 실사 촬영한 필름들, 녹음된 연설을 비롯해 트루먼 대통령이 그를 직위해제했을 때의 모습들도 꼼꼼히 살펴봤다는데요.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경험에 대해서는 “그 인물을 정확하게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저 스스로가 새롭게 재해석해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습니다”라며 기대감을 높였죠. 모자를 항상 약간 삐딱한 각도로 쓰고 다녀 수많은 사령관들을 화나게 했다거나, 할아버지처럼 파이프로 담배를 피우곤 했던 맥아더의 모습을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며 웃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해외 취재진들도 참석해 리암 니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는데요. 미국 유명 언론인 CNN은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을 내놨습니다. 한국과 북한이 한국전쟁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북한의 반응을 걱정하나”라고 물었죠. 이에 리암 니슨은 “저희 모두 그것에 대해 걱정했습니다”라며 “현재 휴전 상태인데, 최근 여러 뉴스와 시사점들을 봤을 때 영화 관계자로서만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많은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날 리암 니슨은 아주 조금이라도 ‘인천상륙작전’의 내용이 포함된 질문을 마주할 때면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며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습니다. 이를테면 이 영화에 함께 출연한 이정재와 호흡을 맞춘 장면 가운데 기억에 남는 부분을 말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그는 현장에서 본 이정재의 프로다운 모습을 말하는 것으로 답변을 갈음했습니다. ‘스포 방지 요정’으로 변신한 카리스마 배우의 철저한 모습이 멋져 보였습니다.


그러다가도 취재진의 끈질긴 질문에 영화 속 한 장면을 살짝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초반, 세계 수뇌부와 미 해군이 주목하는 가운데 맥아더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대목이 나온다는데요. 이때 리암 니슨은 우리들의 리더와 정치가들이 내리는 결정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느꼈다며 연기 한 토막을 선보이기도 했죠.


한국 영화 촬영 현장에 대한 언급도 나왔습니다. 매우 신속하고 전문적이며 집중력이 높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이 그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는데요. 스태프들에 대한 존중이 느껴졌습니다.


이정재는 이날 “자신이 맥아더 역할에 더 몰입하고 그 느낌을 조금이라도 흐트러뜨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라며 현장에서 함께 했던 리암 니슨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여기에 빗발치는 질문에도 항상 한국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을 잊지 않는 데다가 스포일러 걱정까지 해 주는 그의 훌륭한 인성까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모쪼록 그가 2박3일간 한국에서 보낼 시간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사진] ‘인천상륙작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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