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 공유·연상호 감독
올 여름 극장가 최고 기대작이라면 단연 ‘부산행’이 첫손에 꼽힙니다. ‘돼지의 왕’ ‘사이비’ 등의 애니메이션으로 우리 사회의 곪은 부분을 적나라하게 들췄던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이기도 하고, 제69회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특히 칸 영화제에서 ‘부산행’ 상영 직후 쏟아진 세계 평단과 언론의 칭찬 덕에 기대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칸에서 뭉쳤던 ‘부산행’의 출연진과 감독들은 지난 12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워낙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다보니, 시사 직후 이어진 간담회 연단도 빈틈이 없을 정도로 꽉 찼죠.
첫 질문은 연상호 감독에게 주어졌습니다. 칸 영화제 이후 한자리에서 영화를 보게 됐는데, 배우들이 어떤 말을 했냐는 것이었죠. 이에 연상호 감독은 “음… 없었는데요?”라고 말해 회장을 당황과 웃음으로 물들였습니다. 반응에 당황했는지, 그는 “다들 화장실을 가느라…”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함께 ‘빵 터진’ 공유는 연 감독을 향해 “영화 잘 봤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감독님이)긴장을 많이 하셨어요. 큰 영화 안 해 보셔서”라고 말해 다시 한 번 웃음을 줬죠. 이 순간 이후로 제대로 유연해진 공유와 연상호 감독은 마치 만담꾼처럼 간담회를 이끌었습니다.
이날 칸에서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극찬을 받았던 마동석에게도 캐릭터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공유는 부끄러워 하면서 진지하게 답변하는 마동석을 보며 “(극 중에서)싸움을 너무 잘 하긴 해요. 설정 같은 것도 이야기해 주세요”라며 MC를 방불케 하는 진행 실력을 뽐냈습니다.
그러면서 “(마동석이)애드리브를 워낙 잘하시고, 자칫 신파성이 짙어질 수 있는 대사들에 코믹한 느낌으로 애드리브를 해 주시니까 중화되는 부분이 좋았습니다”라며 선배이자 동료를 향한 극찬을 보냈습니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이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한 장면이 한 두개가 아니었는데요. 그 중 마동석이 공유를 바라보며 “눈을 왜 그렇게 뜨냐”고 말했던 대목을 언급하며 “제가 쳐다보는 게 좀 멋있었나봐요”라며 능청을 떨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죄송합니다. 한 번 웃겨 보려고 그랬어요”라고 풀죽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극 중 고교 야구선수로 등장하는 최우식이 “배우에게는 연기 말고도 중요한 것이 많다고 느꼈습니다”라며 촬영 현장에서 배운 점을 언급했는데, 공유가 “연기 말고 뭔가요?”라고 물으며 또 진행에 나섰습니다. 최우식은 좀 당황했겠지만, 기자들이 묻고 싶은 것을 대신 물어 주는 그가 고맙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간담회 초반에는 긴장이 역력한 모습을 보였던 연상호 감독의 입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부산행’에는 의문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대거 등장하는데요. 연상호 감독은 좀비를 연상케 하는 이들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안무가를 쓸 정도로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는 “처음 안무 선생님과 미팅을 했는데, 이미 감염자와 비슷한 뭘 하고 계셨어요. ‘곡성’이었죠”라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홍진 감독이 준비 많이 시키잖아요. 안무 선생님도 준비를 엄청 해 놓으셨더라고요. 영화에 쓰인 건 하난데. 저는 그래서 되게 좋았죠”라고 솔직히 말하더군요. 그러더니 ‘곡성’ 제작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해 간담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눌변에서 달변으로 변한 연상호 감독의 입담은 연이어 폭소를 안겼습니다. 영화 속 공유의 직업이 펀드매니저라는 점에 대해 진지하게 언급하다가 “굉장히 갑자기 말이 잘 터지네요”라고 말해 큰 웃음을 줬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말을 하자마자 간담회 시간이 다 되어 마지막 질문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진짜 사회자의 아쉬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듣는 취재진도 괜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죠.
참여한 배우들이 많기도 했지만, 이렇게 웃음이 가득했던 기자간담회는 확실히 오랜만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과 극을 이끌어 가는 배역을 맡은 공유의 하드캐리가 단연 돋보였습니다. ‘부산행’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유료 시사를 한 뒤 20일 정식개봉됩니다.
[사진] ‘부산행’ 스틸컷, 언론시사회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