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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효진 Jul 28. 2016

빙판도 녹일 듯 뜨거웠던 여자들의 우정

영화 ‘국가대표2’

지난 2009년 여름, ‘국가대표’가 세상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당시 누적관객수 약 840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스포츠 영화 흥행 1위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던 ‘국가대표’는 비인기 종목인 스키점프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고취시켰죠. 지난 4월 개봉된 ‘독수리 에디’의 감독도 내한해 영국 최초의 스키점프 국가대표 이야기를 만들 때 이 영화를 참고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국가대표’가 7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여자 버전입니다. 무대도 설원에서 빙상으로 바뀌었습니다. ‘국가대표2’에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가족 이야기에서 오는 감동, 스포츠 정신까지 담겼습니다. 특히 ‘국가대표2’에서 돋보이는 것은 열악하기 그지 없는 환경 속에서도 아이스하키를 통해 하나가 된 여자 선수들의 뜨거운 우정입니다.


출연진이 극 중에서 보여줬던 우정은 지난 26일 열린 ‘국가대표2’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수애를 필두로 오달수, 오연서, 하재숙, 김슬기, 김예원, 진지희까지 모두 입을 모아 촬영 당시의 괴로움보다는 ‘함께’의 행복함이 컸다고 말했죠.



먼저 북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의 리지원 역을 맡은 수애가 입을 열었습니다. 스포츠 영화가 육체적으로 힘들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감안하고 촬영에 임했다는데요. 그는 “사전 훈련을 3개월 동안 하면서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어요. 그러나 힘든 것보다는 얻은 게 많았죠. 오늘 처음 영화를 보면서 당시 힘들었던 기억도 떠올랐지만 반면 저희들끼리의 즐거운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에 그 시간들이 많이 그리웠습니다”라고 아련한 표정으로 회상했습니다. 영화 속 동생으로 등장하는 박소담에 대해서도 “눈여겨 보고 있었고, 동생으로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좋았어요. 분량이 많지 않은데 교감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걱정을 했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친숙하고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국가대표팀에서는 리지원의 라이벌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그와 최고의 콤비가 되어 가는 박채경으로 분한 오연서 역시 고생보다는 즐거움이 컸다고 말했죠. 그는 “수애 언니와 ㅁ찬가지로 영화를 보니 고생했던 것보다 즐거웠던 것이 더 많이 생각났어요”라며 “극 중 전지훈련하는 신은 정말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즐거웠습니다”라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국가대표2’의 막내 진지희는 촬영 당시 언니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하게 웃었습니다. 또 하재숙은 “다치는 것도 불사하며 정말 열심히했다는 건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오늘 화면을 보면서 ‘우리가 정말 하나가 될 수 있었구나’, ‘우정이 화면에 보이는 구나’ 라고 느꼈고, 이것이 우리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뭉클해 하기도 했죠.


아이스하키 보다는 외모에만 관심 있는 가연 역으로 출연한 김예원은 “맑고 투명한 피부, 엔돌핀을 솟게 만드는 미소가 촬영을 하며 찾은 김슬기의 장점입니다”라고 말했는데요. 오고 가는 칭찬 속에서 배우들이 나눈 우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국가대표2’의 또 다른 볼거리는 배우들의 연기 변신입니다. 영화 속에서 시종일관 도도한 말투와 불시에 튀어 나오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했던 김슬기의 열연은 이 이야기에 웃음을 더하기 충분했죠. 그는 “제가 원래 부산 출신이라 어려움이 있긴 했어요. 또 제가 맡은 미란 캐릭터는 사투리와 서울말을 같이 써야 하는 역이기도 했거든요. 디테일이 매우 달랐죠. 너무 심하게 사투리를 쓰려고 하기 보다는 중도를 지키며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애를 먹었습니다”라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연서 역시 긴 머리를 숏컷으로 잘라 보이시하고 거친 모습을 강조했는데요. 이에 그는 “깍쟁이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어요. 머리를 자를 때 슬프지는 않았는데, 막상 자르고 나니까 기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라며 파격적 변신을 불사한 후일담을 전했습니다. 오연서는 최근 SBS ‘돌아와요 아저씨’에서도 40대 남자 조폭에 빙의된 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았는데요. ‘국가대표2’는 드라마 출연 결정 전에 촬영된 것이라며 “저에게 이런 모습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라고 전했습니다. 털털하고 남성스러운 면은 실제 오연서와도 비슷하다네요.


이 영화에는 특급 카메오들도 대거 출연하는데요. 리지원의 친동생으로 빙판에서 언니와 대결을 펼치게 되는 리지혜를 박소담이, 중계 방송 캐스터와 해설위원을 각각 배성재와 조진웅이 맡았습니다. ‘국가대표2’의 김종현 감독은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임팩트 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고심했어요. 그러던 중 박소담의 사진을 봤는데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경성학교’나 ‘검은 사제들’에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검증을 받은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죠”라고 박소담을 리지혜 역에 낙점한 동기를 밝혔습니다.


조진웅 캐스팅은 의외로 매우 수월했다는데요. 김 감독은 “가능하면 해설가 역을 재밌게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조진웅에게 ‘한 번만 도와 달라’고 했죠. 그런데 선뜻 하겠다고 해 줘서 고마웠습니다. 현장에 와서는 바쁜 와중에 긴 분량을 잘 소화해 줬어요”라고 조진웅 섭외의 배경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대본을 하루 전날 줬을 때도 제대로 숙지를 해 올 정도로 조진웅의 프로정신은 빛났다네요.


이쯤 되니 ‘국가대표2’는 올 여름 개봉하는 대작들 사이에서도 주눅들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볼거리가 한가득이다 보니 종합선물세트 같다는 느낌도 드네요. 오는 8월 10일 개봉됩니다.


[사진] ‘국가대표2’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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