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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효진 Aug 10. 2016

‘칭따오’ 벗고 역사 한 가운데 서다

영화 ‘덕혜옹주’ 정상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훈의 직업을 개그맨으로 기억합니다. SBS 시트콤 ‘나 어때’로 데뷔한 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펼친 감초 연기로 보는 이들의 뇌리에 각인됐기 때문이죠. tvN ‘SNL 코리아’는 정상훈의 코믹한 이미지에 대중적 인기까지 선사했습니다. 그러나 정상훈의 본업은 배우입니다.


배우 정상훈은 지난 3일 개봉된 ‘덕혜옹주’에서 독립운동가 김장한(박해일 분)을 보필하는 복동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이번에도 그는 극의 재미를 책임졌습니다. 일제강점기를 다루고 있는 ‘덕혜옹주’의 묵직한 분위기 속에서도 잔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죠.


‘덕혜옹주’는 정상훈이 5년 만에 맞이한 스크린 복귀작입니다. 그간 정상훈이 출연한 영화들을 훑어 보면, ‘화산고’, ‘영어 완전 정복’, ‘목포는 항구다’, ‘전설의 고향’, ‘결정적 한방’ 등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가운데 정통 드라마는 없었습니다. 즉 이번 영화는 그의 첫 정극 영화 도전이기도 하다는 말이죠.


요즘 들어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의 ‘양꼬치엔 칭따오’ 이미지가 진지한 극에 몰입을 방해하진 않을까 우려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상훈은 30편에 가까운 연극과 뮤지컬에서 연기력을 쌓아 온 실력파입니다.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죠. 영화 속 그는 아직 신분제가 남아 있던 구한말을 살아가는 인물로서 나라와 김장한을 향한 애틋하기까지 한 충성심을 절절하게 표현했죠. 김장한과의 남남케미도 ‘덕혜옹주’의 볼거리입니다.


정상훈은 최근 열린 ‘덕혜옹주’ 기자간담회에서도 놀랄 만큼 차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tvN ‘꽃보다 청춘 ICELAND’에서 그의 진중함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개그 캐릭터의 잔상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새로웠죠. 그렇지만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센스는 여전했습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등장한 자신의 모습에 행복했다며 취재진에게 플래시를 좀 더 터뜨려 달라고 요구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죠.


최근 한국 영화계에는 감초 배우들이 매우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정상훈도 그런 연기를 잘 하는 배우기는 하지만,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신선함이 컸습니다. 이에 대해 정상훈은 “질문을 기다렸다”며 너스레로 말문을 연 뒤 “조연 역할을 맛깔스럽게 하시는 분들이 많다. 저도 그 안에 속하고자 애를 썼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제 연기에 만족하냐고 물으신다면, ‘아직 좀 더 해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제가 잘 되니까”라고 덧붙여 웃음을 줬습니다.


많지는 않은 분량이었지만 주요한 조력자로 분한 그는 대본보다 현장에서 박해일, 허진호 감독과의 이야기를 통해 나온 애드리브를 많이 활용했다고도 전했습니다. 극 중 칵테일 이름도 현장에서 지었다는데요. 리허설을 하면서 만들어진 대사들이 한 가득이라네요. 기본적 대사도 훌륭하지만 상황에 맞는 웃음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에게도 의미 있는 도전이었을 ‘덕혜옹주’ 출연은 의외로 순식간에 이뤄졌다고 합니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하고 있던 정상훈을 본 허 감독이 그에게 대본을 건넸고,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네요. 정상훈의 의미 있는 도전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덕혜옹주’ 속 그의 연기에 울고 웃었습니다. 이제는 진지한 배우 정상훈의 모습도 많이 만나 볼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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