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질투의 화신’ 속 폴리아모리
우리 그냥, 셋이 같이 살면 안 돼요?
드라마나 영화는 극 중 등장하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 사랑을 심어 두곤 합니다. 다양한 모습으로 시작된 이 관계는 대개 연인으로 발전하거나 결혼을 하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말을 ‘해피엔딩’이라 칭하곤 하죠.
연인이든 부부든 한 사람의 상대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 원칙입니다. 바람을 피운 경우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간통죄는 폐지됐지만, 외도는 법적으로도 이혼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죠. 외도의 다른 말이 윤리가 아니라는 뜻의 ‘불륜’인 것만 보아도, 애정을 바탕으로 한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만 충실해야 한다는 점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라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그런데 대놓고 양다리 로맨스를 표방한 드라마가 등장했습니다. SBS ‘질투의 화신’입니다. 보통 양다리라 함은 들키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요. 이 드라마에서는 두 남자에게 전부 사랑을 느낀다는 한 여자가 등장합니다. 남자들은 여자를 포기할 생각이 없고, 여자도 누구 한 명을 택하기 곤란한 상황입니다. 이때 여자가 툭 던진 “셋이 같이 살자”는 말을, 남자들은 덥썩 받아 들이게 됩니다.
관계의 구성원들이 전부 합의한 상태에서 애정을 나누는 이 같은 관계를 비독점적 다자연애, 폴리아모리라 부릅니다. 폴리아모리는 파트너들이 서로를 독점하지 않은 채 두 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언급했듯 각자의 동의가 없다면 그저 바람 피우기나 스와핑에 지나지 않죠.
과거 MBC 심야드라마 ‘소울메이트’나 김주혁 손예진 주연의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도 폴리아모리를 다루긴 했습니다. 또 '세같살(셋이 같이 살아요)'의 원조는 MBC '오로라공주'였죠. 그러나 파급력이 훨씬 크고 보다 대중성이 중요한 지상파 프라임 타임 드라마에서 다자연애가 등장한 것은 ‘질투의 화신’이 처음입니다. 극 중 이화신 역을 맡은 조정석과 표나리로 분한 공효진의 신들린 로코 연기 덕에 중반까지 상승세를 탔던 드라마가 본격 ‘세같살’을 선언한 후부터는 다소 민심을 잃은 것도 사실입니다.
표나리(공효진 분)와 이화신(조정석 분)은 고정원(고경표 분)의 집에서 정말 같이 살게 됐습니다. 그런데 세 사람의 관계도 완벽한 폴리아모리는 아닙니다. 이들이 ‘세같살’에 합의하게 된 것은 표나리로 하여금 한 남자를 고르게 하기 위함이었으니까요. 때문에 다자연애에 거부감을 느껴 잠시 드라마를 떠났던 시청자들이 이화신을 향한 표나리의 직진길을 보며 다시 마음을 돌리고 있습니다.
폴리아모리가 아직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하지만 ‘질투의 화신’에서 잠깐이나마 소개된 이 사랑 방식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일부일처제는 과연 옳은 제도일까. 여기에 완벽히 반기를 드는 폴리아모리를 단순히 개인의 선택으로 봐도 좋을까. 틸다 스윈튼을 비롯한 몇몇 해외 스타들도 공개적으로 다자연애를 선언하거나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는데요. 사회적 질시에도 불구하고 막상 당사자들은 행복하다고 하네요. 실존하는 ‘세같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