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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효진 Nov 16. 2016

‘내부자들’ 안상구는 잊어라

영화 ‘마스터’ 이병헌

영화 ‘내부자들’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배우 이병헌이 또 다른 범죄물로 변신을 꾀했습니다. 바로 영화 ‘마스터’를 통해서인데요. ‘내부자들’의 안상구가 결국 정의를 지켜낸 선한 캐릭터였다면, 이번에는 철저히 악한 인물 진현필 회장으로 분하며 처음으로 백발이 듬성듬성 섞인 헤어스타일에도 도전했습니다.


영화 속 파격적인 모습과는 달리, 14일 열린 ‘마스터’의 제작보고회에 나타난 이병헌은 여전히 말끔했습니다. 김우빈과 강동원 사이에서 중후함을 뽐내며 무게 중심을 제대로 맞췄죠. 그러면서도 숨겨진 유머 감각을 중간중간 드러내는 그의 모습에 제작보고회장은 웃음으로 가득찼습니다.



‘마스터’는 필리핀에서도 제일 위험한 지역이라는 톤도에서 촬영됐습니다. 이날 공개된 메이킹 영상을 취재진과 함께 감상한 이병헌은 “현장 영상은 그럴 듯하네요”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촬영지에서 정말 참을 수 없었던 것이 냄새였다는데요. 영상을 보니 그 냄새가 다시 떠오르는 것 같았다네요.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고생했던 것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냄새 때문이었어요. 그것을 견디는 게 제일 힘들었죠. 바로 옆에 돼지 도살장이 있고 땅에 항상 돼지 피가 고여 있는데 온도도 습도도 높아서 금방 부패해 버리니 냄새가 심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와중에 도시락을 길거리에서 까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죠. 한 달 내내 그러다 보니 익숙해 지긴 했지만, 많은 스태프들이 더운데도 마스크를 착용할 수밖에 없었어요. 없애려고 해 봐도 없어지지 않더라고요.

또 체감 온도 47도의 무더위 속에서 영화를 찍었던 것도 적잖은 고통이었을 듯했습니다. 그런데 헬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냄새 없는 지역에서 프로펠러 바람을 맞아 수월히 찍을 수 있었다네요. 이처럼 피와 땀이 섞인 현장을 상기한 이병헌은 지금 생각하면 다 추억인 듯하다며 웃었습니다.



그는 극 중 자신이 맡은 진회장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조의석 감독과 엄청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는데요. 조 감독이 무려 10kg이나 빠진 이유가 그 탓이 아니냐는 장난 섞인 질문이 나오자 “절대 아닙니다”라며 손사레를 쳐 웃음을 줬죠. 오히려 감독의 살이 너무 빠져서 밥 좀 드시라고 쫓아다녔다고 밝혔습니다.



캐릭터 분석을 위해 남다른 공을 들인 이유도 전했는데요. “밑도 끝도 없는 나쁜놈 역할을 할 때는 배우 입장에서 그 인물에 설득돼야 해요. 그래서 많은 시간 고민을 했는데요. 그렇게 뼛 속까지 나쁜놈들은 생각 구조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고 나름의 철학이 따로 있다는 결론이 나왔죠”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진회장이라는 인물의 파격적 모습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는 “대부분 캐릭터 외형을 정할 때는 분장팀과 감독이 한 두 번 정도 만나서 결론을 짓는데, 이번에는 네 번 이상 만났던 것 같아요.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도들이 나왔고,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흰 머리였죠. 진회장은 사람을 상대할 때마다 달라지는 것이 특징인데, 외형적으로도 굉장한 노력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어요. 흰 머리와 흰 수염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포인트였죠”라고 밝혔습니다.


명배우 답게 디테일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는 이병헌은 필리핀식 영어를 즉석에서 구사해 보였는데요. MC 박경림을 향해 “베리 뀨뜨!”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이를 위해 필리핀 배우들에게 영어 대사를 읽어 달라고 부탁한 뒤 녹음해 들으면서 연습을 했다네요.


바로 전작이 범죄물인 ‘내부자들’이었기 때문에 그의 변신에 쏠리는 관심도 컸습니다. 그러나 그는 안상구와 진회장이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말했는데요. 안상구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진회장은 언급했던 것처럼 자신의 의도대로 모습을 바꾼다는 것이었죠.


‘내부자들’에서의 열연 덕에 관객의 기대치가 높아져 있는 점에 대해서는 의외로 초연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작이 큰 성공을 거뒀지만 그 부담감을 떨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태도였습니다. 안상구 못지 않은 팔색조 마력을 뽐낸다며 자화자찬을 한 이병헌은 ‘마스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올렸죠.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 같은 애드리브도 있다네요. “하, 참 재미있는 놈이네. 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라는 이병헌의 당부, 오는 12월 ‘마스터’에서 확인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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