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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바람 May 07. 2021

사회적 인식 - 21세기 = M

방송작가는 근로자다?

최근 유재석 30주년을 기념한 예능 방송에서 알려진 웃픈 에피소드. 유재석과 김용만이 겪은 전설과도 같은 노동 환경 썰이다. 유럽 4개국을 단 3박 5일 만에 촬영했단다. 얼마나 고된 일정이었는지 김용만이 버럭 화내고 자리를 떴다고 한다. 당시의 PD는 한 가지 해결책을 냈다. 시간은 없고 분량은 뽑아야 하니 신입 MC(당시 유재석)에게 남은 촬영을 떠넘기는 거였다. 듣기만 해도 압박감으로 심장이 쪼그라드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당시의 PD가 말하길, 적은 제작비용으로 많은 분량을 뽑는 게 칭찬받던 시절이라고 했다. 그리고 현재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서 근로 환경이 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글쎄? 그 높아진 사회적 인식이 M 방송국에는 통하지 않나 보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3126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2496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3287



1960년대 방송국이 생긴 이래, 

2017년 출범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MBC가 <뉴스투데이> 방송작가 부당해고 사건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두 작가들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일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명령도 지키지 않은 채다. 프리랜서라는 허울로 힘없는 노동자들을 노동법의 보호로부터 배제하고 착취해온 것에 대한 반성 대신, 소 제기로 응수한 것이다. 이렇게 MBC는 방송작가 노동 문제를 선도적으로 풀어갈 기회와, 그 어디보다 청렴하고 공정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 공영방송로서의 책무를 스스로 저버렸다.


방송작가들은 분노한다! MBC에는 아직도 ‘무늬만 프리랜서’로, 두 해고 작가들처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노동 실질로 일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그동안의 노동 현실을 돌아보거나 체제 개선 노력 없이 힘으로 찍어 누르려는 MBC의 행태에 분노한다. 보도로 노동과 정의를 이야기하면서 내부 비정규직 문제에 눈 감고 입 닫는 MBC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자격이 있는가! 과연 플랫폼 노동, CJB 청주방송 근로감독 등 노동 이슈를 보도하고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염치는 어디에 있는지 따져 묻고 싶다.


이제 MBC 박성제 사장은 해직 언론인이 아닌, 부당해고 당한 방송작가들에게 최초로 행정소송을 건 사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본인 스스로 자초한 불명예다. 지난 MBC 계약직 아나운서 부당해고 사건을 기억한다. 지난 해 3월 이들을 정규직 전환 시키면서 박성제 사장은 "계약직 아나운서들과의 분쟁이 MBC가 미래로 나아가는 길에 더는 부담이 되거나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로부터 1년 여 지난 이 시점, 박성제 사장은 시대착오적이고도 어처구니 없는 결정으로 본인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박성제 사장은 해고로 일상이 무너졌고 매 시간을 좌절 속에 살았다고 고백했다. 박성제 사장에게 묻는다. 본인의 해고는 부당하고, 작가들의 해고는 정당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계약직 아나운서 사건 때 시청자들로부터 쏟아졌던 뭇매를 벌써 잊었는가! 그러면서 수신료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이것이 ‘좋은 콘텐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MBC의 캐치프레이즈가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앞 뒤 다른 행태를 버젓이 보이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도대체 어떻게 얻겠단 말인가!


MBC에는 지금 방송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근로감독이 진행중이다. 이번 근로감독으로 MBC의 부당노동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들이 왜 노동자인지 세세히 따져 밝혔던 것처럼 근로감독 결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 달 20일 MBC 방문진 회의에서 전 MBC 라디오 피디 출신 김도인 이사는 “이 사건에 영향을 받는 작가가 수백 명이다.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하게 되면 지금과 같은 제작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기에 방송작가지부의 요구만 따라갈 수 없다.”고 발언했다. 노조에서는 모든 작가를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프리랜서 작가들에게 출퇴근 강요나 상시 지속적인 업무지시 내리지 말아야 하고, 상시 필요한 인력이라면 근로계약을 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마치 노조에서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양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하지 말라! 프리랜서라면 프리랜서 답게, 직원처럼 일 시키지 말라는 이 상식적인 요구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소 제기로 맞받아치는 MBC는 언론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방송작가유니온은 MBC가 해당 작가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중노위 판정을 인정해 지금이라도 당장 소를 취하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 MBC는 공영 언론으로서 행정기관의 명령을 엄중히 따르고 공적 의무를 다하라. 박성제 사장은 본인이 과거 경영진에게 겪었던 패악질을 그대로 비정규직 작가들에게 답습하지 말라! 훗날 이번 행정소송 제기가 MBC에 역풍이 되어 돌아왔음을 뼛속 깊이 자각하게 될 것이다.


2021년 5월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방송작가유니온)


표지 그림 출처 :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403

ⓒ윤현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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