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할 시
혼자 사랑에 빠졌음을 확인했기에 그 사람에게 더 이상 전하지 않지만, 쓰지 않으면 답답한 마음.
그저 좋아했다는 말조차 조심스러워진 어느 순간, 내 안에 고이다 흘러넘친 감정을 조용히 꺼내 적었다.
부치지 못할 시를, 여기 남겨 둔다.
장바구니에 남겨 둔 11,700원
살까 말까 고민하는 시집이 있다.
만 천 칠백 원짜리.
한두 달째 장바구니에 담겨 있다.
보자마자 끌려서 충동구매하는
옷
키링
장신구
이 비용의 반의 반 정도인
이 책 한 권은
왜 구매를 망설일까.
나는 언제 돈을 쓰고
언제 아끼는 걸까.
어쩌면
평안할 때 필요한 물건과
불안할 때 채우고 싶은 욕구는
달라서일지도.
그렇다면
너는 어느 쪽일까.
물건일까
욕구일까.
마음에서 멀어질수록
빈자리는 넓어지고
욕구가 차오른다.
미래에 이랬을지도 모른다는 만약에게
현실은
가만히 앉아있지 말고 비키라며
어깨를 치고 지나간다.
만약이는
쟤 왜 저래,
하고 인상을 찡그리지만
현실을 돌려세우지 않는다.
괜히 건드려서 현실이 성질나면
불똥은
자기에게 튈 테니까.
자기 갈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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