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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랭크 Mar 28. 2022

당신의 치즈 취향은 어떤가요? 유어네이키드치즈

F&B 유어네이키드치즈

누군가의 확고한 기호와 취향이 반영된 개성과 특색 있는 공간들을 만날 때면 마음속에 작은 흥분이 일렁인다. 커피나 베이커리, 파스타 전문점 같은 가게들은 우리의 일상에 이미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더 이상 우리에게 어떤 특별한 감흥을 주기 어렵게 됐다. 낯설고 새로운 것, 누군가의 매니악하고 고집스러운 선택과 집중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공간에 더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가볍게 와인을 한 잔 하고 싶어 들어간 와인바에서 치즈 플레이트를 안주로 주문하기도 하고, 입이 심심해 군것질거리를 찾던 편의점에서 별생각 없이 스트링 치즈를 구매해 실 같이 쪼개지는 그 치즈를 한 가닥씩 입어 넣어 보기도 했던 나인데도, 그동안 내게 치즈는 주연보다는 조연에 가까운 배역이었다. 분명 치즈를 어딘가에 곁들여서, 얹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단독으로 즐겨본 경험이 있음에도 어딘가에 ‘치즈 전문점’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치즈를 메인 주인공으로, 원톱 주연으로 하는 치즈 전문 편집샵 유어네이키드치즈는 네이밍부터 범상치 않은 매력을 발산한다. SNS 계정 소개란의 너무나도 심플한 두 단어, ‘치즈 가게’가 이렇게 귀엽고 깜찍한 인상을 줄 일인가 싶다. 한글로는 대체할 수 없는 외래음식인 치즈는 그 이름만으로도 어딘가 동화적인 느낌을 준다. SNS 피드와 오프라인 쇼룸 겸 매장, 다이닝 공간 곳곳에서 보이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는 브랜드와의 궁합이 찰떡같다. 저녁때는 와인을 판매하는 다이닝 공간으로 변신하지만, 일반적인 와인바와는 달리 밝고 산뜻한 화이트톤의 인테리어가 세련되면서도 캐주얼한 느낌을 준다.



‘드랍 더 리코타 - 감질나는 텍스쳐를 가진 비트 무스와 상큼한 오렌지, 담백하고 고소한 리코타를 한입에 넣으면, 다채로운 질감과 풍미가 입안에 짜릿함을 선사합니다. 경쾌한 산도를 가진 ‘아르테사노 빈트너스’의 네추럴 와인과 함께하면 감탄사를 자아내는 아찔한 미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메뉴 소개가 이토록 마음을 간질일 수 있다니! 메뉴 소개 텍스트에서도 치즈를 향한 사랑과 치즈에 대한 프로페셔널, 전문성이 엿보인다. 이곳은 진짜다. 와인을 마시고 싶을 때 곁들일 적당한 안주로 치즈를 고르는 것이 아닌, 내가 픽한 치즈에 어울리는 와인을 골라본다. 이곳에선 치즈가 센터다. 이곳의 트레이드마크인 치즈 플래터는 딜리버리 서비스를 통해서도 인기가 만점이다. 플레이트 가득 여백을 남기고 외딴섬처럼 덩그러니 몇 조각의 치즈가 올라가 있는 것이 아닌, 마치 테트리스를 하듯 다양한 종류의 치즈가 보기도 좋게 컷팅되어 빽빽하게 들어 차 있다.

사진 출처 - 유어네이키드치즈 공식 인스타그램(@yournakedcheese)


‘오픈 유어 네이키드 치즈’라는 문구로 환하게 빛나는 냉장고 안엔 평소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치즈가 잘 정돈되어 픽업을 기다린다. 각각의 치즈와 잘 어울릴 만한 네추럴 와인들도 벽 한 칸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함께 곁들였을 때, 치즈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과일잼, 꿀, 스낵과 올리브 절임 같은 다양한 식재료들과 치즈로 요리를 할 때 필요한 키친 툴 같은 것들 것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얀 벽면을 채우는 통조림, 시리얼 등의 빈티지하고 컬러풀한 색감에 눈이 즐겁다. 



피자나 파스타, 볶음밥 등 각종 요리 위에 얹어진 토핑으로써의 치즈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곳과 함께라면 단독 주연, 치즈 그 자체의 맛과 풍미를 즐기고 치즈에 한 층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커피나 와인, 맥주 혹은 피자나 파스타처럼 다양한 종류 속에서도 확고한 나만의 취향을 가지는 다른 음식들처럼 나도 ‘치즈 취향’을 가지게 될 것 같다. 나만의 취향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 그것이 삶과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겠지.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사진 by. the blan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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