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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랭크 Jul 12. 2022

좋은 동네를 꿈꾸는 이들이 만든 도심 속 버섯농장

F&B 르타리 성수 인터뷰

|  INTERVIEW

                                           

                                                    모노스페이스 이채원 대표, 박주희 책임 X the blank_ 이효진 에디터


Q. 르타리 프로젝트의 탄생 배경이 궁금해요. 도시계획회사 모노스페이스는 어떤 이유로, 어떻게 성수동에 ‘버섯 농장’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도시 계획이라는 게 지역 단위에서 그 지역의 문제점이나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고 구현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러다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방향대로 좋은 동네나 좋은 도시를 만들어 보고싶다’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겼어요. 기존에 도시계획자로서의 역할에 아쉬움이나 해갈되지 않는 갈증 같은 것도 있었고요.


Q. 좀 더 적극적으로, 좀 더 작은 단위에서부터 시작해보자는 생각을 하신 건가요?

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동네가 뭘까?’부터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고, 몇 개월 간 워크샵을 진행한 끝에 ‘일상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 동네가 좋은 동네가 아닐까?’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Q. 거기에서 출발해 공간 기획을 하신 거네요. 좋은 공간들이 모여야 좋은 동네가 될 테니.

맞아요. '그러면 동네를 기반으로 하는 공간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던 차에 지금의 공간을 얻게 되었어요. 현재 이 건물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총 3개층을 사용하고 있어요.


Q. 도시를 계획하시던 분들이라 그런지 스케일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웃음) 건물 전체를 통으로 임대하시다니!

전체를 임대한 것은 아니고 건물 3층은 악세서리 공장이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도 생각했던 것 보다 조금 큰 공간을 얻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해왔던 것들 중에서 어떤 콘텐츠를 이 공간과 결합하는 게 좋을까 고민이 많았죠. 그러다가 평소에 지역의 좋은 농산물이나 건강한 식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구성원들 사이에서 지하공간을 활용해 농작물을 길러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도시 안에서 농장과 카페가 결합된 공간을 만들어 팜투테이블의 경험을 제공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Q. 처음부터 스마트팜을 기획하고 만드신 공간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아이템을 찾으신 거네요. 

맞아요. 어떤 농작물을 어떻게 기를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팜을 제일 처음 생각하기는 했어요. 저희가 르타리를 막 준비하기 시작할 때 스마트팜이 막 대중들에게 선보여지던 시점이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지하 공간에서 스마트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업체들을 많이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수익모델을 고려했을 때 스마트팜은 저희가 가진 공간 보다 큰 규모를 필요로 하더라고요. 비용적인 부분도 그렇고 여건이 맞지 않아서 아쉽지만 스마트팜은 포기를 해야했죠.


Q. 그 다음 스텝으로 찾으신 것이 버섯 재배였군요.

네. 실내에서 농작물을 기르는 사례를 찾아보다가 해외에서 버섯을 기르는 사례를 알게 되었어요. 국내에도 전라도 광주의 어느 아파트 상가에서 버섯 재배를 하고 있는 사례가 있더라고요. 답사를 해보니 저희 공간의 환경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전문 교육도 받고 본격적으로 버섯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Q. 어렵지는 않으세요? 도시계획자들이 농사라니. 언뜻 단순하게 생각하면 대척점에 있는 두 가지의 일인 것 같아요.  

어렵고 힘들어요. 생각보다 진입 장벽은 낮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더라고요. 체력적인 부분에서 어려움도 굉장히 크고요. 버섯은 온도나 습도 같은 환경에 민감하다 보니 생각이나 마음처럼 잘 길러지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버섯도 살아있는 생물이니까요.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그런 부분을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꽤 걸렸어요.     


Q. 기술이 어느 정도 결합이 되어있는 상태인가요? 

스마트팜이라고 하면 재배에 필요한 값들(온도, 습도 등)을 저절로 제어를 해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도 자동으로 대응이 되고 그래야 하는데요. 저희의 지금 시스템은 반자동이에요. 카메라를 설치해서 모니터링하면서 설비의 작동에 문제가 없는지 직접 체크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있어요.


Q. 어떻게 보면 버섯은 식재료이고, 카페보다 식당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버섯 재배와 카페를 결합하셨어요. 이유가 있나요?

사람들에게 좀 더 친숙한 공간으로 다가가기 위해 카페와 결합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저희가 요리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컸어요.(웃음) 전문적인 음식점은 아니지만 직접 기른 버섯과 좋은 식재료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샌드위치, 스프 같은  간단한 메뉴로 구성했죠. 


Q. 아, 메뉴들을 직접 조리를 하시는 건가요?

네. 재배도, 공간 운영도, 식음료 제조도 직접 하고 있어요. 전문 셰프님께 메뉴 개발 관련해서 컨설팅도 받고, 요리하는 방법도 배우고 했어요.



Q. 버섯을 따로 판매도 하고 계신가요?

수확량에 따라서 판매를 하고 있기는 한데, 오픈 초기에 비해서는 많이 줄었어요. 현재는 지하에서 생산되는 양이 손님들에게 서브되는 요리의 재료로 대부분 소진되고 있어서. 만약 수확량이 좀 넉넉하다 싶을 땐 인스타그램으로 공지를 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Q. 주로 어떤 분들이 사러 오시나요?  

초반엔 동네 주민분들이 오며 가며 장 보듯 들러 구매를 하셨는데, 수확량이 넉넉하지 않고 꾸준하게 판매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지금은 인스타그램을 보고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판매되는 버섯이 없는 날이 늘어 저희도 아쉽게 생각하고 있어요.


Q. 생산량을 확대하실 예정도 있으세요?

네. 지금은 1층 매장에서 소진하거나 마르쉐 같은 농부시장 일정에 맞춰 버섯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어요. 재배 역량이 강화되면 생산량을 늘려서 자체 판매도 하고 싶어요.



Q.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방문하시는 분들이 편안하게 이용하고 경험하시는 것이요. 버섯을 매개로 이 공간이 열린 공간,친근한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버섯을 재료로 만든 소품 같은 것들 만져 보시고, 쇼룸도 구경하시고, 버섯으로 만든 음식도 맛보시고.


Q. 방문 전에도 궁금한 게 많았고, 직접 와보니 굉장히 흥미로운 공간인 것 같아요. 특별한 경험이라고 느껴져요. 어떤 분들이 주로 찾으세요? 처음 목적하신 것처럼 동네 주민분들도 많이 오시나요?   

감사하게도 찾아 주시는 분들 대부분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요. 방문하시는 분들은 인스타그램을 보고 오신 분들과 동네 주민분들이 반반 정도 비율로 찾아주고 계세요. 초반에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젊은층이 많이 찾아 주셨는데, 지금은 주변 직장인분들도 많이 오시고, 동네 주민분들이 오며 가며 쉬다 가시기도 하고 그래요.  



Q. 동네 스몰 브랜드와의 협업을 활발하게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좋은 동네 만들기’의 일환인 활동이겠죠?

맞아요. 주변의 스몰 브랜드들과 재미있는 작업들을 많이 하고 싶어요. 성수동이라는 지역 특성상 굉장히 다양한 스몰 브랜드들이 많잖아요. 같이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계속해서 좋은 아이템을 고민해보고 제안하고, 또 제안 받고 협업해나가고 있어요.


Q. 그런 재미있고 의미 있는 협업들이 많아질수록 브랜드가 단단해지고, 힘도 생기는 것 같아요.

맞아요. 협업의 기회를 통해 지역의 브랜드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맺기도 하고요. 새로운 기회와 경험을 얻기도 해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다양한 경험들을 제공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Q. 성수동 안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쪽도 생각이 있으세요?

성수동은 사무실이 여기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동네에서 시작해보자'는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었어요. 다음 공간을 만든다면 지금보다 좀 더 일상생활공간으로써 주거지에 가까운 곳이었으면 해요. 아파트 단지도 좋고, 저층의 다양한 주거와 근린생활시설이 혼합된 지역도 좋구요.


Q. 주거지와 상업지역이 분리된 형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형태를 좋은 동네라고 보시는 거죠?

맞아요. ‘성수동’을 생각했을 때 많은 분들이 떠올리시는 것처럼 ‘핫플 많은 곳’이 아니라 주거지역 내에 좋은 스몰 브랜드와 상점이 많이 자리를 잡고, 주민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동네를 만들고 싶어요.



Q. 모노스페이스의 방향성을 알 것 같아요. 혹시 르타리를 운영하시면서 그런 경험을 하신 적이 있나요? 르타리를 찾아 주시는 주민들과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단골 손님 중에 루아와 루빈이라고 루루자매를 데리고 온 어머님이 계세요. 그 분이 처음에 말씀하시길 'Yes Kids, Yes Animals'라고 써있는 간판이 반가웠대요. 이 간판 덕에 아이를 동반한 손님분들이 보다 편하게 들러주시는 것 같아요. 루루자매 어머님도 이 간판이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고 하시더라고요. 핫플 많고, 좋은데 많다는 성수동에 살고 있지만 막상 아이들이랑 같이 갈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고요. 공간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보고, 서로 근황도 이야기 하는 이런 교류가 너무 좋더라고요.  


Q. 노키즈존이 점점 많아지는데, 이렇게 전면에 환대의 문구를 적어 두시니 마음의 장벽을 확 낮춰주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도 너무 특별하고 좋은 경험이 되는 공간일 것 같고요. 어린 친구들이 버섯을 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친근감도 생기고 교육적으로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손님 중에 마감 시간 즈음에 찾아오는 어린이 친구들이 있어요. 버섯을 보고, 따는 게 너무 재밌다고 맨날 오고 싶다고 해요. 배지에서 자라고 있는 버섯은 흔히 접해볼 수 없으니까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해요. 어린 친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어서 저희도 기분이 좋았어요.



Q. 앞으로 모노스페이스의 활동도 기대가 돼요. 르타리 성수 같은 좋은 공간들을 또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모노스페이스가 생각하는 '좋은 동네'를 만드는 연장선 상에 있는 일들을 하고 싶어요. 그 가운데에서 르타리 성수가 어떤 형태로 기여할 것인가는 계속 고민하고 발전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 인터뷰/공간 사진. the blank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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