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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랭크 Aug 03. 2022

문장을 음료로 번역해 소통하는 법, DADA 인터뷰

카페 다다랩 인터뷰

|  INTERVIEW

                                           

                                                                                카페 다다랩 DADA 대표 X the blank_ 편집팀


Q. 카페 다다랩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무슨 뜻인지 궁금해요.

다다는 제 이름이에요. 작정하고 카페를 하려던 건 아니었고 커피를 취미로 하면서 친한 술집이 낮 시간 빌 때 몇 시간씩 실험삼아 영업을 해보던 게 다다랩의 시초라 이름도 그렇게 지었어요.


Q. 다다랩이 ‘문장’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커피가 가지고 있는 맛과 향도 그렇고, 커피로 경험할 수 있는 감각이 거의 무한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의외로 그걸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오늘,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글귀나 기분 같은 걸 알려주시면 거기에 어울리는 커피를 내려드리겠다고 했어요. 처음엔 단골 손님분들께만 이벤트처럼 진행하던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반응도 좋아서 본격적으로 하게 됐어요.



Q. 굉장히 추상적이란 느낌도 들고, 언뜻 생각해봐도 쉽지 않은 작업일 것 같아요. 만드시는 다다님도, 받아들이시는 손님들도 낯설다는 느낌을 많이 받으실 것 같고요.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손님들이 적어주시는 문장을 받아서 읽으면 제 몸의 어떤 감각 같은 것들이 느껴져요. 이건 저 뿐만이 아니라 의식은 못하시더라도 아마 다들 조금씩은 느끼실 거라고 생각해요.


Q.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생각해보면 어떤 문장이든 입력되면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기는 하는 것 같아요.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만.

맞아요. 저만 느끼는 건 아니예요. 어떤 문장이든 고유의 밀도라든지 무게, 온도 같은 감각과 정서들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손에 땀이 난다거나, 발 끝이 짜릿하다거나 하는 신체에 가해지는 감각 반응도 있고. 그런 문장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을 맛으로 번역하고 싶었어요. 가능하면 맛에서 느껴지는 신체 경험과 문장에서 느껴지는 감각 경험이 대응될 수 있게.



Q. 예상보다 어렵지 않게 풀어내고 계시네요. 본능적인 행위에 가깝다고 느껴져요.

맞아요. 어렵거나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아요. 다만 처음엔 커피만으로 진행을 했는데, 아무래도 손님들이 느끼시기엔 원두는 다 똑같이 생겼고, 커피에서 느껴지는 향이나 맛을 세세하게 느끼고 구분하려면 훈련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뚜렷한 차이를 느끼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Q. 제가 그래요. 완전 커알못이라 저한테 커피는 산미가 있는가와 없는가로 구분되거든요.(웃음)

맞아요.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에겐 사실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차와 칵테일도 추가를 하게 됐어요.



Q. 다른 카페나 바와는 다르게 작업지시서를 통해 주문하고, 주문한 음료를 서브하는 과정 자체가 교감인 것 같아요. 어떠세요?

완전히요. 정서적으로 밀도 높은 교감이 이뤄지고 있다고 느껴요. 정말로 솔직한 이야기를 적어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일기처럼 솔직한 마음을 남겨주시는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Q. 정말 한 문장이 아니라 거의 문단처럼 글을 써주신 분들도 계신 것 같더라고요. 작업지시서 모아놓으신 거 읽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그 글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을 해야하는 작업자로서, 부담스럽지는 않으세요?

그런 것들을 제가 몸으로 감각하고, 그 감각과 대응되는 맛을 구현해서 손님께 드리고, 손님들은 ‘아 내가 감정적으로 느꼈던 그 문장이 이런 감각이구나’하고 느끼시는 것. 그게 너무 재밌어요. 그리고 오히려 그런 글들이 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서 제 입장에서는 표현할 수 있는 재료가 많은 거예요. 훨씬 쉽고 재미있죠.



Q. ‘표현의 재료가 많아진다’라니, 흥미롭네요!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요’ 같은 어떻게 보면 평범한 문장들은 사실 말하고 싶은게 뭔지, 어떤 생각과 감정인지 모르기 때문에 글씨체나, 실제 오늘 날씨가 어떤지, 손님의 기분은 어때보이는지, 적어주신 문장 말고 그 외적인 것들에 의존해야 하거든요. 그게 더 표현하기는 어렵죠.


Q. 직접 경험해본 입장에선 쓰는 것도 약간은 좀 부담스러웠어요. 쉽게 쓱쓱 써지지는 않았어요. 내 마음이나 감정에 솔직하기보다는 멋진 문장을 만들어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같은 것도 있었고.(웃음)

처음에는 낯설어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너무 어렵다, 그냥 아메리카노 달라’하셔서 제가 난처한 경우도 있었고요. 읽고 쓰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좀 낯설고 어려울지라도 한번씩 꼭 경험해보시길 바라는 마음이었어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한 문장이라도 써보는 그런 시간을.



Q. 아카이브된 작업지시서들을 보니 이제 많이들 적응하신 것 같아요. 제대로 즐기고 경험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왜 그런 시간들이 의미있다고 생각하세요?

맞아요. 지금은 미리 준비를 해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30분씩 적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요즘 세상이, 너무 다 빨리 흘러가 버리고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그게 좀 슬프더라고요. 이 곳에서의 시간은 좀 천천히 흘러가면서 의미 있게 기록되기를 바라요.


다른 카페보다 제조에 시간이 더 걸리는 편이기도 하고, 최근 갑작스럽게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늘어서 어떤 경우엔 2시간씩 기다리시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의 경험을 의미있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기도 하고 마음이 안 좋을 때도 있어요.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으세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문장은, 정말 고르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작업지시서와 다다랩의 번역 작업이라는 무대 위에서만 그 맛이 온전히 전달된다고 생각해서, 직접 방문하셔서 다른 분들의 문장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Q. 카페다다랩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나 정서 같은게 있는 것 같아요. 꼭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도 들고요. 어떤 서사가 느껴져요. 개인적인 감상인지 의도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페르소나가 투영된 것 같기도 하고요. 어떤 콘셉트로 공간을 표현하신 건가요?

공간의 콘셉트는 '어떤 것이든 다 괜찮은 곳' 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카페들도 다 나름의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흑백 가구들과 함께 모던한 인테리어를 한 곳, 원목 가구들과 화분으로 따뜻한 분위기로 꾸며놓은 곳, 인형과 소품으로 키치하고 힙한 분위기를 연출한 곳 등등 다 각자의 매력이 있을 거예요. 저희는 다다랩을 꾸밀 때, 그 어떤 소품 어떤 가구가 오더라도 다다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만들자! 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일본풍 빈티지 가구에서부터 딱딱한 검정 책상까지 여러 가지 분위기의 소품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제 나름대로 기묘한 균형을 이뤘다고 생각해요. 누구든 어떤 것이든 괜찮은 공간, 환영하는 공간이 되고 싶어요.


Q. 다다님이 표현한 이곳은 어떤 세계인건가요?

추상적이지만, 모든 언어가 가능해지는 세계이기를 바랐어요. 바깥에서 강한 언어는 여기에서 약해지고, 바깥에서 약한 언어가 이곳에서는 강해지고.


Q. 음 좀 더 풀어서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해가 될 듯 말 듯, 아리송해요.

예를 들어 바깥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라는 말은 흔하고 평범해요. 완전히 통용되는 표현이죠. 그런데 여기서는 굉장히 낯선 언어가 되거든요. 여기(작업지시서 아카이빙북) 적힌 문장들도, 밖에서 얘기했을 때는 ‘왜 이런 말을 하지?’하고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문장들인데, 카페다다랩에서는 그리고 저에게는 의미있는 말이 되거든요. 그런 것들을 손님들이 체험해보시기를 바랐어요.



Q. 굉장히 예술 친화적인 공간이라고 느껴져요.

전공자는 아닌데, 관심이 되게 많이 있었어요. 원래 대학원에서 비평을 공부했는데, 저는 주로 감각 언어로 사고하는 편이라 논리적인 글은 어렵더라고요. 너무 힘들어서 거의 6년에 걸쳐서 졸업을 하고, 공부가 질려서 이 공간을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 관심있는 것들로 채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술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작가님들에게 대관비 대신 작품 하나를 기증받는 형식으로 꾸준히 전시도 진행하고 있고요.


Q. 그러고보니 다다님 명함엔 STAGE 무대, 사이님 명함엔 DIRECTOR 연출 이라고 적혀있네요.

이 곳을 하나의 무대로 생각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어요. 바깥과는 완전히 분리된 세계에서 주인공이 되어서 무대에 오르듯, 새로운 언어로 말하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경험을 해보시기를 바라는.


Q. 다다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그 문장으로 내린 커피도 궁금해요. 묘사해주실 수 있나요?

다다랩은 사실 이 연극 무대에 참여해주시는 모든 관객 분들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손님이 되어 한 문장, 아니 네 단어를 적는다고 생각하면 '우리 사이에 무엇인가 있다'고 적을 것 같아요. 이 문장으로 내린 커피는 가장 가벼운 맛과 가장 무거운 맛 사이에,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맛들이 있도록 내리고 싶네요.


Q. 앞으로 다다랩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인가요?

앞으로는 다른 목소리들을 위한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출판사, 인디서점, 라이브바 등으로 조금씩 저희의 능력을 확장해 나가고 싶어요. 더 많은 분들께 소중하고 중요한 이야기들을 전하고 싶습니다.


- 인터뷰/공간 사진. the blank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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