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블랭크 Aug 17. 2022

꽃을 기반으로한 라이프 스타일의 시작, 테라스꾸까

복합문화공간 테라스꾸까 이야기

스마트폰 앨범 내에서 꽃 사진의 점유율이 높아진 건 나이가 든 증거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어쩌면 ‘꽃'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모인다는 이야기는 현대의 트렌드와는 가장 무관할 수도 있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게 어느 순간부터 잘 보이게 됐다는 걸 말하고 있는 것이므로. 여기 사람들의 시야에 꽃이 들어오는 경우의 수를 더 많이 늘려온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꾸까'가 있다. 전국의 화훼단지에서 쇼룸을 지나 복합문화공간으로 이어진 이들의 여정을 살펴보자. 



서비스의 리브랜딩: ‘No Reason’을 말하는 자신감

꾸까는 크고 작은 경조사와 몇 번의 기념일에만 등장했다가 홀연히 사라지는 꽃다발보다, 꽃이 등장할 수 있는 일상의 순간이 더 많다고 믿었다. 제철 꽃을 만날 수 있는 온라인 기반의 정기구독 서비스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고, 실제로 6개월 이상 구독을 유지한 고객은 평균 100가지가 넘는 다양한 꽃을 만날 수 있었다. 서비스 론칭 8년이 흐른 2022년의 꾸까는 리브랜딩을 통해 전환점을 선언했다. 그들은 브랜드의 철학을 담은 슬로건까지 과감하게 바꾸었다. ‘Live Everyday with Beautiful Flower’가 ‘No Reason For Flowers’이 되는 과정에서 꽃의 어떠함(아름다운, 빛나는, 다양한…)을 설명하는 말이 생략된 것이 눈에 띈다. 꽃을 구매하는 데에는 별다른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 이는, 꽃이 완전히 일상재가 되었음을 강조하는 구호처럼 들린다.

 


그리고, 꾸까는 정기구독 서비스가 안정기에 접어들던 시기와 리브랜딩을 집행한 시기, 정확히 그 사이인 2017년부터 오프라인 공간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카페 겸 플라워 클래스 운영을 위한 목적으로 서울 5개점과 부산에 순차적으로 쇼룸이 개장됐다. 전 지점이 ‘음료를 주문하면 꽃 한송이를 받게 되는 카페'라는 원칙을 유지했는데, 방문자들은 이러한 작은 이벤트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중 ‘도심 속 작은 꽃 재래시장’ 컨셉을 가진 광화문점 쇼룸은 직장인부터 관광객까지 두루 유인하고자 했다. 다만, 쇼룸은 방문목적이 뚜렷한 공간이다. 꽃을 사야할 일이 있어서 외출했다가 커피를 마시는 일은 자연스러운데 반해, 커피를 마시러 나온 김에 꽃까지 구경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더 세심한 공간 설계가 필요하다. 



공간의 리뉴얼: 꽃이 메인이 아니라 서브여도 좋다는 자신감

4년간 쇼룸을 운영하며 시행착오를 겪은 꾸까는 꽃이 메인 이벤트가 되는 곳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것 대신, 하나의 공간에서 꽃을 서브로 곁들일 수 있는 방법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광화문점 쇼룸이 F&B에 방점을 둔 '테라스 꾸까(Terrace KUKKA)'로 재탄생한 이유 중 하나다. 입장한 고객은 리셉션에서 공간 방문 목적에 따라 안내 받게 된다. 꽃만 둘러볼 수도 있지만,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쇼룸과 같은 터를 가지고 있는 덕에 창가석에 앉으면 동십자각을 비롯한 궁 뷰는 여전히 잘 보인다. 꽃잎과 허브를 세심하게 곁들인 스몰 플레이트에서 꽃은 은은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꽃은 명백한 주연은 아니고 주조연급 정도의 위치를 가진다. 내부는 꽃으로 가득차 있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여백을 넉넉하게 두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생화와 아트피스는 공간의 중앙, 그리고 창가에 일부 배치되어 있다. 중앙에 서서 고개를 돌려보면, 마치 흙으로 세운 콜로세움 원형 경기장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다. 중심부에 꽃이 모여 있는 영역인 ‘테라스 플라워’를 둥그렇게 아우르는 식으로, 적갈색의 테이블과 벽면이 펼쳐진다. 테라스 플라워는 매월 전문 플로리스트가 주제에 맞게 큐레이션한 꽃을 모아둔 영역으로,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5-10송이 내외의 꽃을 부담없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만개한 꽃 모양을 가진 리뉴얼 된 꾸까의 로고 모형을 본따 제작된 시스(SUISU) 로고 화병도 군데군데 놓여있다. 



공간의 한켠에는 투명 유리를 둘러 랩실을 연상시키는 내부가 노출된 방이 있는데, 하얀 가운을 착용한 다수의 플로리스트들이 부지런히 꽃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정확히 알기 힘들다. 아마도, 크고 작은 경조사와 기념일 그 외 아무런 이벤트가 없더라도, 단지 기분 좋은 한끼를 맛보러 온 사람들의 일상에 꽃을 자연스럽게 들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중일 것이다. 만일 서울 산책을 할 일이 생긴다면 테라스 꾸까로의 이유 없는 방문을 감행해보자. 이유 없이 만족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 글. 서해인 에디터/공간 사진. the blank_ -



다양한 공간이야기와 공간데이터가 보고 싶다면!

the blank_ 뉴스레터 구독(클릭)

작가의 이전글 문장을 음료로 번역해 소통하는 법, DADA 인터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